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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세] 망한 나라 IS의 자체 화폐는 어떻게 되나

 
 
가공할 공포정치와 테러로 세상을 경악케 했던 극단주의 무장 단체 '이슬람국가'(IS)가 마침내 점령지에서 완전히 쫓겨났습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최후 거점도시였던 시리아 동부 데이르에조르 주의 알부카말에서 IS의 상징인 ‘검은 깃발’이 내려진 거죠. 앞서 6월 IS는 최대 근거지 모술에서 쫓겨났고 지난달엔 자신들의 '수도' 락까를 잃었습니다.
 
더 이상 지도상에 IS 영토로 표시될 곳은 없습니다. 그런데 3년 5개월 간 '국가' 행세를 했던 IS가 자체 화폐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 아시나요? 망한 IS의 돈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요. [고 보면 모 있는 기한 계뉴스]가 IS의 화폐 뒷얘기를 들려드립니다.
 
이슬람국가(IS)가 점령지에 유통시킨 자체 화폐. 금화 단위는 ‘디나르’, 은화는 ‘디르함’, 동화는 ‘필’이었다.

이슬람국가(IS)가 점령지에 유통시킨 자체 화폐. 금화 단위는 ‘디나르’, 은화는 ‘디르함’, 동화는 ‘필’이었다.

'알짜' 유전지대 장악하고 국가 행세  
이슬람국가(IS)의 '건국일'은 2014년 6월29일이라 하겠습니다. 이날 IS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가 이라크에서 ‘칼리프 국가’(이슬람 초기의 신정일치 체제) 수립을 선포했거든요. IS는 원래 2001년 9.11 테러를 자행한 급진 수니파 무장조직 알 카에다의 지부 격으로 출발했습니다.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이후 종파분쟁으로 어지러운 이라크 북부에서 세력을 키우기 시작해 내전으로 어지러운 시리아 북부까지 세력을 확장했습니다. 
 
2017년 11월9일에 공식 '패망 선고'가 내려졌으니 3년 5개월 만이네요. 이 기간 동안 IS는 알카에다도 하지 못한 걸 이뤘습니다. 테러리스트 점조직에 그친 게 아니라 실제 영토를 가진 국가 행세를 한 거죠. IS는 자체 행정조직, 학교, 경찰서, 법원까지 세웠습니다. 분쟁과 내전으로 통치 공백이 생긴 이라크·시리아 국경의 ‘알짜’ 유전지대를 장악한 덕입니다.
 
자칭 칼리프국가를 선포했던 이슬람국가(IS)의 점령지 변화. 옅은 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2015년 1월 5일 기준이고 짙은 색은 지난 10월 30일 기준이다. 9일(현지시간) IS의 마지막 근거지인 시리아 데이르에조르주(州) 알부카말도 함락돼 이제 지도상의 IS 영토는 거의 사라졌다. [BBC 그래픽 캡처]

자칭 칼리프국가를 선포했던 이슬람국가(IS)의 점령지 변화. 옅은 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2015년 1월 5일 기준이고 짙은 색은 지난 10월 30일 기준이다. 9일(현지시간) IS의 마지막 근거지인 시리아 데이르에조르주(州) 알부카말도 함락돼 이제 지도상의 IS 영토는 거의 사라졌다. [BBC 그래픽 캡처]

나아가 IS는 자체 화폐도 발행했습니다. 화폐를 통제한다는 건 경제의 흐름을 통제한단 얘기죠. IS는 주민들에게 이제까지 쓰던 시리아·이라크 화폐 대신 IS가 주조한 화폐를 쓰도록 강요했습니다. 이를 통해 IS는 그곳의 부(富)와 경제 활동을 장악하게 됩니다. 일제시대를 생각하면 됩니다. 한일합방 직후 일본은 구 한국은행(구한말 중앙은행)을 접수해 조선은행으로 탈바꿈시켰고 여기서 발행하는 조선은행권이 이 땅의 공식 통화가 됐습니다. 조선은행권은 조선총독부가 직영하는 공장 혹은 일본대장성인쇄국에서 제조됐지요.
 
16만원 상당 금화 만들어 과시   
이슬람국가(IS)가 점령지에 유통시킨 자체 화폐. 금화 단위는 ‘디나르’, 은화는 ‘디르함’, 동화는 ‘필’이었다.

이슬람국가(IS)가 점령지에 유통시킨 자체 화폐. 금화 단위는 ‘디나르’, 은화는 ‘디르함’, 동화는 ‘필’이었다.

특이하게도 IS는 지폐 대신 동전을 발행했습니다. 그것도 우리가 평소 쓰는 동전과 달리 순금·순은·순동으로 만들었습니다. 2015년 8월 IS가 자체 선전매체를 통해 유포한 동영상에 따르면 화폐 종류는 총 7가지입니다. 금화 단위는 ‘디나르’, 은화는 ‘디르함’, 동화는 ‘필’입니다.  
 
금화는 1, 2, 5디나르로 나뉩니다. IS 주장에 따르면 1디나르는 순금 21캐럿 순도에 무게가 4.25g. 당시 금 시세로 환원하면 1디나르는 139달러, 약 16만원에 달합니다. 금화 표면엔 이슬람 경전인 코란에 등장하는 7개의 밀 이삭과 세계 지도 등이 포함돼 있는 꽤나 정교한 도안입니다.
 
금화를 만들려면 금이 있어야 합니다. 현지 증언에 따르면 IS가 2014년 이라크의 금융 중심지 모술을 점거했을 때 모술 중앙은행에는 4억5000만 달러(약 5000억원) 상당의 현금과 규모를 가늠하기 힘든 상당량의 금괴가 있었습니다. IS는 또 ‘검은 젖줄’인 알오마르 유전 및 알타나크 유전에서 나오는 원유를 팔아 수입을 올렸습니다. 하루 2만5000배럴만 생산해도 매일 100만 달러를 거둬들일 수 있었습니다.
 
"달러는 종이 쪼가리 사기극" 
IS 최고지도부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IS 최고지도부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왜 하필 금화였을까요. IS는 선전 동영상에서 이 화폐가 “종이쪼가리”에 불과한 미국 US달러를 파멸로 이끌 것이라고 선언합니다. 실제 미국 100달러는 ‘100달러’의 가치를 표기한 종이조각에 불과합니다. 그에 비해 IS의 금화는 실질가치가 16만원인 금덩이죠. IS는 영상에서 이 금화 체계가 미국 달러의 사기극을 끝장내고 중세 아랍 제국의 영화를 되찾아 줄 거라고 주창합니다.
 
홍보 영상은 요란하지만 이 금·은·동화가 실생활에 널리 쓰인 것 같진 않습니다. 탈주한 IS 전사들은 미국 달러로 월급을 받았다고 증언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만약 주민들이 금화를 받았다면 그걸로 거래하기보단 감춰두려 했을 거라고 추정합니다. 일상에서 두루 쓰일 만큼 IS가 만들어내는 데도 한계가 있었을 거고요. 아무래도 서구의 ‘타락한 통화 체계’가 오염시키기 전의 아랍 금화 시대를 부각시켜 추종자들을 끌어 모으는 상징 수단으로 제조한 듯합니다.
 
미국 1달러 이미지.

미국 1달러 이미지.

그런데 지난 8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IS는 패색이 짙어오기 시작한 올 초부터 주민들에게 이 화폐를 사용하도록 강제했다고 합니다. 수도세·전화요금·종교세(자카트) 등을 자체 화폐로 납부하게끔 한 거죠. 자체 화폐가 없을 경우 환전상에 시리아 파운드화나 미국 달러화를 내고 화폐를 구해서라도 납부해야 했습니다. 다른 일상 거래도 모두 자체 화폐를 통해서 하도록 명령 받았습니다.  
 
패색 짙어오자 자체 화폐 대신 달러 챙겨 
왜 그랬을까요. 일차적으로 IS는 이렇게 함으로써 화폐 주조차익을 챙겼습니다. 자신들이 만든 금화나 은화의 가치를 금은의 국제 시세보다 높게 책정해서 이윤을 남긴 겁니다. 1디나르의 실질가치는 16만원임에도 이게 20만원 가치라고 유통시키면 남는 4만원은 IS 것이 되니까요. 현지 추정에 따르면 IS는 금화 10만 디나르 이상을 팔아서 차익으로만 수십만 달러를 챙겼다고 합니다.
 
나아가 IS는 이제 곧 쓸모없어질 자체 화폐를 이런 식으로 유통시키면서 바깥에서 교환 가능한 미국 달러를 빨아들였습니다. 주민들은 세금을 내기 위해 하는 수 없이 비축해둔 달러를 팔아 IS 화폐를 사야 했죠. IS가 “쓸모없는 종이쪼가리” “타락한 사기극”이라고 불렀음에도 그들 역시 미국 달러를 안전자산으로 선호한 것입니다.  
 
수북히 쌓인 미국 달러 지폐 이미지.

수북히 쌓인 미국 달러 지폐 이미지.

IS가 이런 식으로 얼마를 빼돌렸는지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다만 지난 6월 연합군 공습으로 사망한 IS의 자금 운용자 사메르 이들리스의 사례에서 전체 규모를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리스는 사망 전 25일 동안 시리아 북서부 도시 사르마다로 8개의 가방에 돈을 채워서 1000만 달러(약 112억원)나 빼돌렸다고 합니다. 몇 달 간 수천 만 달러의 송금이 지속됐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이런 송금 및 ‘돈 세탁’엔 중동 지역의 전통적 환전 및 송금 시스템인 ‘하왈라’가 주로 이용됐습니다. 하왈라는 친인척 관계 등에 기반한 자금거래 네트워크인데 중동 뿐 아니라 유럽의 무슬림 공동체도 두루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 말인즉 하왈라를 통해 IS의 자금이 유럽 안으로 흘러들어왔다는 거죠. 관련 보고서는 이렇게 빼돌려진 자금이 IS의 연계 조직 지원 및 테러 자금에 쓰일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돈은 이렇게 돌고 돕니다.
 
IS 자금, 유럽 테러 지원금 될 우려
지난 6월 공습으로 파괴된 모술의 대표적인 이슬람 사원인 알누리 대모스크. [연합뉴스]

지난 6월 공습으로 파괴된 모술의 대표적인 이슬람 사원인 알누리 대모스크. [연합뉴스]

 
참, 그런데 이제 망한 나라가 된 IS의 화폐는 어떻게 될까요. 사실 IS가 존속 중일 때도 그 화폐는 점령지 안에서만 인정됐지 바깥에서 교환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앞으론 희귀 화폐를 판매하는 e베이 등 경매 시장에서 만날 확률이 높지 않을까요.  
 
구글링해보니 2016년 8월에 올라온 포스팅에 따르면 한 헝가리 딜러가 IS 동전을 판매한다고 했네요. 당시 가격은 개당 20달러(약 2만3000원)로 IS가 주장한 명목가치에 크게 못 미칩니다. 포스팅에 대한 반응도 ‘진짜 IS 동전이 아닌 것 같다’ ‘터키에서 위조 주화가 많이 만들어졌다는데 그 중 하나 아니냐’ 등입니다. IS의 통화 관리 능력에 대한 불신이 있다 보니 돈이 제값을 못 받는 거죠. 결국 돈을 종이쪼가리와 구분시키는 것은 발행 주체, 즉 돈을 관리하는 국가에 대한 믿음입니다. 망한 나라의 화폐는 그래서 서글픕니다.
 
이슬람국가(IS)가 점령지에 유통시킨 자체 화폐. 금화 단위는 ‘디나르’, 은화는 ‘디르함’, 동화는 ‘필’이었다.

이슬람국가(IS)가 점령지에 유통시킨 자체 화폐. 금화 단위는 ‘디나르’, 은화는 ‘디르함’, 동화는 ‘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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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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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