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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진핑에 아부했다”…미 언론들 싸늘한 평가

 
 “아부하는데 바빴다. ”
미국 언론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대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아부를 서슴지 않았다”는 평가를 내놨다. 
시 주석과 2535억 달러(약 282조원) 규모의 경협 계약을 체결했지만 정작 미국 외교의 최대 이슈인 북핵 문제나 자유민주주의 리더십 관점에서는 그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을 설득하기 위해 아부를 서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가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가 쌓인 것은 이전 미국 행정부의 잘못이라며 사실상 시 주석에게 면죄부를 준 점에 주목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의 핵 위험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지만,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등 주목할 만한 중국의 대북 조치를 끌어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대화를 나누는 시진핑과 트럼프. [연합뉴스]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대화를 나누는 시진핑과 트럼프.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방중 전 중국에 대한 비판을 꺼리지 않았지만 막상 중국에선 무역 문제와 관련해 시 주석을 직접 공격하지 않았고 오히려 시 주석의 리더십을 칭찬했다. 공동 기자회견장에서는 시 주석을 “당신은 매우 특별한 사람”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공동성명에서  “(미·중 무역은) 안타깝지만 현재로선 매우 한쪽으로 치우치고 불공정하다”면서도 “하지만 중국을 탓하진 않겠다. 자국민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로부터 이득을 취하는 걸 탓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난 중국을 믿는다(I give China great credit). 사실 난 무역 흑자가 생기고 늘어나도록 놔둔 과거 (미국의) 행정부들을 책망한다. 우리는 이를 시정해야 한다. 미국의 기업, 노동자들에게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NYT는 이는 중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미국이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생긴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특히 앞으로는 미국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중국에 맞서는 것이 아니라 아부해야 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NYT는 해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트럼프 대통령이 과격한 발언을 하면서도 시 주석에게 아부했다고 봤다. WSJ는 무역 불균형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아니라 자신의 전임자들을 비판했다고 꼬집었다.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이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 중국 출국 전 트위터를 통해 시 주석을 치켜세우며 중국을 비난하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나는 중국을 비난하지 않는다. 나는 중국과의 무역에서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음에도 중국이 무역을 주도할 수 있도록 허용한 과거 행정부의 무능함을 탓한다”며 “어떠한 단서도 없는 사람들을 이용해 어떻게 중국을 비난할 수 있겠는가”라고 밝혔다.
 또 “시 주석과의 회담은 무역과 북한 문제에 있어 매우 생산적이었다”며 “그는 중국 국민에게 매우 존경받고 영향력 있는 사람이다. 시 주석과 펑리위안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대단히 영광스러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출발 전 올린 트윗. 중국과의 무역 적자가 중국 탓이 아닌 전임 행정부의 무능 때문이라는 내용. [트럼프 트위터 캡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출발 전 올린 트윗. 중국과의 무역 적자가 중국 탓이 아닌 전임 행정부의 무능 때문이라는 내용. [트럼프 트위터 캡쳐]

 
미국 하버드대학 알렉산더 괴를라흐 교수는 독일 시사 주간지 디차이트 온라인판에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순방과 관련, 미국의 지도력을 훼손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기고문을 게재했다. 
그는 ‘우방에 대한 대(大)배반’이라는 글에서 미국 전임 대통령들이 동북아시아의 경제적ㆍ정치적 질서를 만들어왔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적 관점에서만 안보 문제를 봤다고 지적했다. 괴를라흐 교수는 시 주석이 홍콩이나 대만의 독립 추구를 인내하지 않겠다고 공산당 당 대회 때 밝힌 것에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시 주석의 입장을 용인하는 것처럼 여겨진다는 비판이다.
 
중국이 내놓은 2500억 달러(약 280조원)의 '선물 보따리' 또한 실제로는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WSJ는 미국 경제계가 이번 합의 대부분이 기존 계약의 재탕이거나, 별다른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MOU)란 점에서, 투자가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이고 더 지켜봐야한다는 점에서 회의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 또한 "모두 보여주기용"이라 지적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최대 거래'로 알려진 중국에너지투자공사의 837억 달러(약 94조원) 직접투자계획이다. 중국에너지투자공사는 미국의 셰일가스와 화학제품 등에 투자하기로 했지만, 정작 이 계약에 미국 기업은 참여하지 않고 투자 기간 또한 20년으로 지나치게 길어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될지 안 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알래스카 가스 개발 프로젝트는 430억 달러(약 49조원) 규모임에도, 새로운 것이 아니라 현재 협상 중인 거래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여러 합의가 트럼프 대통령의 뜻과는 달리, 대중 무역적자를 전혀 줄이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일시적인 합의가 아니라 중국 무역정책의 근본적 변화라는 얘기다. 
막스 바우쿠스 전 주중대사는 "중국의 환대는 수천 년 동안 써온 상대를 속이는 전형적인 방식으로, 행사가 화려하고 요란할수록 대화 시간은 적은 법"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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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주·임주리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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