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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호의 이나불?] 소름 돋는 '중년 남성-20대 여성' 캐스팅

가수 아이유 베레모 패션. [사진 아이유 인스타그램]

가수 아이유 베레모 패션. [사진 아이유 인스타그램]

tvN에서 내년 방영할 예정인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남자주인공으로 이선균(42)과 가수 아이유(24)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9일 전해졌다. 아이유 소속사는 "아직 확정된 게 아니다"라며 확실히 입장을 내지는 않았지만 부인은 하지 않았다. '나의 아저씨'는 다른 삶을 살아온 40대 남성과 20대 여성의 로맨스를 담을 예정이다. 드라마 설정과 비슷하게 둘은 18살 차이가 난다.
 
앞서 '흥행 보증 수표'인 김은숙 작가의 신작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도 이병헌과 김태리를 상대 배역으로 캐스팅했다. 이병헌과 김태리는 딱 20살 차이다. 현재 방영 중인 OCN 드라마 '블랙'의 송승헌(41)과 고아라(27), 27일 방영될 예정인 MBC 드라마 '투깝스'의 조정석(37)과 혜리(23) 또한 나이 차가 적지 않다. 판타지를 배경에 깔고 있어 이런 논란이 희석되긴 했지만 최고시청률 20.5%(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던 tvN 드라마 '도깨비'의 공유(38)와 김고은(26)도 나이 차이가 크게 나긴 마찬가지였다. 어느덧 이처럼 중년 남성과 나이 어린 여성의 캐스팅이 일반화돼버렸다.
 
 
께름칙한 중년남성과 어린 여성 캐스팅
이같은 남성 주연 배우의 고령화 현상은 다매체 다채널 환경으로 인해 드라마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인 남성 배우의 발굴보다는 검증된 배우 위주로 캐스팅하는 제작 환경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드물긴 하지만 나이 많은 남성과 어린 여성의 커플은 TV 아닌 현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캐스팅이 연이어 성사되는 모습을 보자니 께름칙함과 찜찜함을 떨쳐낼 수가 없다.
 
이러한 캐스팅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어쩔 수 없이 여자 주인공의 캐릭터를 순종적 내지는 수동적으로 그릴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수많은 드라마 속에서 관계를 끌고 가는 남성과 이에 호응해 따라가다 가끔은 서운함을 토로하는 여성 캐릭터를 숱하게 봐왔다. 여기에 극심한 나이의 불균형까지 가미된다면, 관계의 동등함은 근본적으로 배제될 수밖에 없다. 소위 '아재'들이 출연하는 예능에 나온 걸그룹들이 이들로부터 끊임없이 애교를 선보이길 요구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아재들을 탓하는 게 아니다. 애교를 강요받지 않아도 결국 애교를 부리지 않으면 부각되지 못하는 환경 자체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해 열린 청룡영화상 시상식. 신인여우상 김태리, 남우조연상 쿠니무라 준, 남우주연상 이병헌이 트로피를 들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지난해 열린 청룡영화상 시상식. 신인여우상 김태리, 남우조연상 쿠니무라 준, 남우주연상 이병헌이 트로피를 들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이런 현상은 '영포티(Young-40)', '뉴식스티(New-60)'와 같은 신조어 등장과 궤를 함께하고 있다. 영포티는 젊은 감각을 가지고 유행을 좇는 경제력 가진 40대를, 뉴식스티는 옛날과 달리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에 참여하며 자신에게 투자하는 60대를 일컫는다. 지난해부터 이들은 대중문화계에서 주목받는 소비층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트렌드에 민감한 드라마 시장에서 이를 놓칠 리 없다. 나이 차 많은 캐스팅을 통해 이들의 로맨스 내지는 판타지를 충족시키겠다는 의도를 다분히 포함하고 있다.
 
 
중년남성들의 판타지 충족?
문제는 이 판타지의 충족이, 어쩔 수 없이 롤리타 콤플렉스를 자극하고 어린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상품화할 위험성을 내포한다는 점이다. 시작도 하지 않은 드라마들에 대해 "드라마 보고 '로맨스' 운운하며 찝쩍댈 것을 생각하니 소름 끼친다"는 댓글이 이어지는 이유다. 실제 대중문화를 많이 접하는 사람일수록, 대중문화에서 재현하고 있는 모습이 현실과 흡사하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이들 댓글이 전혀 근거 없는 불안이라고도 할 수 없는 이유다(커뮤케이션학에서는 이를 배양효과이론이라고 한다). 참고로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지난해 상담 통계를 살펴보면 성인의 전체 성폭력 상담(1027건) 중 34.8%(357건)가 직장 내 성폭력 피해 상담이다.
 
TV 드라마 말고도 대중문화는 이미 충분히 남성 중심적이다. 대중문화에 대한 소비가 주로 여성들 중심으로 활발히 일어난 결과이긴 하지만 어쨌든 무대를 장악하는 건 주로 남성 연예인들이다. 10년 이상 된 보이그룹(신화, 슈퍼주니어 등)은 존재하지만 10년 이상 된 걸그룹은 거의 없다. 연말 (상대적으로 싼 음원이 아닌) 음반 판매량 기준으로 가수들을 줄 세웠을 때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도 보이그룹들이다. 영화계는 남성 중심의 소위 '알탕' 영화가 접수한 지 오래다. 중년 남성과 어린 여성 캐스팅은 이러한 남성 중심적 대중문화를 더욱 공고히 할 개연성이 높다. 대중과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드라마 콘텐트 생산자들이 더욱 책임감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노진호의 이나불?]은 누군가는 불편해할지 모르는 대중문화 속 논란거리를 생각해보는 기사입니다. 이나불은 ‘이거 나만 불편해?’의 줄임말입니다. 메일, 댓글, 중앙일보 ‘노진호’ 기자페이지로 의견 주시면 고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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