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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그 터널 속으로 '졸음방지' 기술 들어갑니다

“70%가 산으로 이루어진 나라 대한민국~!
그 산을 가로지르는 2189개, 총 1626km의 터널~!...<중략>
그 터널 속으로 기술 들어갑니다~!”
 
최근 TV에 소개된 한 통신사의 광고인데요. 우선 우리나라에 터널이 정말 2189개나 되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자료를 찾아봤더니 맞더군요. 그것도 철도 터널은 제외한 도로 터널만 2189개입니다. 총 길이 역시 1626㎞이고요. 참고로 철도 터널은 2015년 기준으로 768개, 길이는 711㎞입니다.  
 
지난 6월 개통한 인제터널은 총 연장 11㎞로 국내에서 가장 길다. [중앙포토]

지난 6월 개통한 인제터널은 총 연장 11㎞로 국내에서 가장 길다. [중앙포토]

도로 터널은 숫자도 많지만, 그 규모가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완전 개통한 서울~양양고속도로의 인제터널은 무려 11㎞나 되는데요. 국내에서 가장 긴 도로터널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11위에 해당합니다. 1위는 노르웨이의 레르달 터널로 길이는 24.5㎞입니다. 
  
사실 다소 논란은 있지만, 산간지역에 터널을 뚫으면 우회할 때보다 소요시간이 단축되고, 환경파괴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종전의 우회도로 대신 긴 터널을 건설하는 사례들이 종종 생깁니다. 
 
그런데 터널이 길어질수록 문제도 생깁니다. 어둡고 긴 터널 안을 오래 달리다 보면 주의가 산만해지고, 간혹 졸음운전을 할 가능성이 커지는 겁니다. 졸음운전은 일반 구간에서도 큰 위험요인이지만 특히 터널에서는 더 위협적입니다. 
 
어떤 이유로든 터널, 그것도 긴 터널에서는 한번 사고가 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인데요. 1999년 3월 발생한 몽블랑터널 화재가 대표적입니다. 총연장 11.6㎞로 세계 6위인 이 터널을 달리던 차량에서 불이 났고 결국 39명이나 사망했습니다. 
1999년 화재로 차량들이 전소된 몽블랑터널. [사진 Sipa Press]

1999년 화재로 차량들이 전소된 몽블랑터널. [사진 Sipa Press]

 
그래서 터널에는 사고 방지를 위한 각종 장치가 도입되고 있는데요. 운전자의 졸음을 방지하고 주의를 환기시켜주는 장치들이 많습니다. 요즘 고속도로 운전자들이 많이 경험해 본 건 아마도 시끄러운 사이렌과 호각 소리일겁니다. 분명 졸음을 가시게 하는 효과는 있어 보이지만 사실 너무 시끄럽고 때론 짜증스럽기까지 한 게 사실인데요. 
인제터널 위치

인제터널 위치

 
최근 새로운 '졸음방지' 기술이 인제터널에 적용됐습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이 화려하고 다양한 '경관 조명'인데요. 양양방면으로는 낮을 표현하는 '구름' 조명과 밤을 의미하는 '별빛' 조명이 설치됐습니다.  
 
 '구름' 조명

'구름' 조명

'빛' 조명

'빛' 조명

또 반대로 춘천 방면에선 양양 바다를 뜻하는 '바다' 조명과 인제의 야생화를 표현하는 '꽃' 조명을 볼 수 있습니다. 이들 조명은 각각 터널 4㎞와 7㎞ 지점쯤에 있습니다.  
 
'바다' 조명

'바다' 조명

'꽃' 조명

'꽃' 조명

또 터널 중간에는 무지개 조명이 추가됐고, 2㎞와 9㎞ 지점엔 지역 특색과 자연환경을 반영하는 '자작나무'와 '파도' 조명이 벽면에 설치됐습니다. 
'파도' 조명

'파도' 조명

'자작나무' 조명. [사진 한국도로공사]

'자작나무' 조명. [사진 한국도로공사]

 
물론 이런 '경관조명'은 우리나라에만 시도된 것은 아닙니다. 세계 1위의 레르달 터널도 대략 6㎞ 지점 마다 푸른 조명을 달아서 색다른 풍광을 선사하고 있고, 4곳에는 휴식이 가능한 미니 광장도 조성했습니다. 
 
레르달터널 속 푸른 조명. [중앙포토]

레르달터널 속 푸른 조명. [중앙포토]

이웃 중국도 경관조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2007년 개통된 중난산 터널도 중간에 휴식과 심리적 편안함을 주기 위한 하늘색 조명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중난산 터널의 경관 조명. [중앙포토]

중난산 터널의 경관 조명. [중앙포토]

하지만 인제터널처럼 다양한 경관조명을 적용한 사례는 드뭅니다.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의 이상돈 박사는 “경관 조명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와 중국 정도”라며 “경관 조명 기술은 우리가 세계적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합니다. 
 
인제터널의 첨단 안전장치는 경관조명 말고도 여럿입니다. 우선 터널을 이용해본 운전자들은 눈치채셨겠지만, 터널 전체가 완만한 'S' 형태로 설계돼 있는데요. 이는 자칫 긴 직선구간을 달릴 때 과속하거나 졸음운전을 할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서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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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세계 최초로 상·하행 통합배연시스템을 도입했는데요. 상·하행 어느 구간에서 화재가 나더라도 신속하게 연기를 뽑아낼 수 있다고 합니다. 국내 최초로 터널 내 화재시 노약자와 부상자가 대기할 수 있는 비상안전구역도 설치했습니다. 이곳에는 구급함과 공기호흡기, 손전등 등이 비치되어 있다네요. 
 
세계 최초로 인제터널에 설치된 통합 배연시설. [사진 한국도로공사]

세계 최초로 인제터널에 설치된 통합 배연시설. [사진 한국도로공사]

유사시 도로 옆의 별도 통로로 사고 지점에 신속하게 도착할 수 있는 비상 차량도 마련돼 있습니다. 이상 징후 차량이나 사고 위험 차량을 감지하기 위한 CCTV도 100m에 하나씩으로, 다른 터널보다 촘촘히 설치했습니다.  
 
인제터널 비상차량과 통행로. [사진 한국도로공사]

인제터널 비상차량과 통행로. [사진 한국도로공사]

앞으로 인제터널 못지않은 긴 터널들이 등장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시간 단축에 대한 운전자들의 욕구가 여전히 높기 때문입니다. 이런 추세에 맞춰 도로의 안전 대비 능력을 얼마나 향상시킬 수 있느냐가 계속 풀어가야 할 숙제가 될 것 같습니다. 
 
강갑생 기자 kkskk@joongang.co.kr   
 
 
강갑생 기자는
 2000년부터 교통 분야에 관심을 갖고 취재를 시작했다. 인천공항 개항, 고속철도 개통 등 굵직한 교통 현안을 취재하며 교통의 매력과 중요성을 깊이 인식했다.    
인천공항철도의 수요 과다 예측에 따른 예산낭비 우려 논란을 국내에서 처음 제기했다.
교통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지식 습득과 이해를 위해 뒤늦게 대학원 공부를 시작, 2016년 교통 관련 박사 학위를 받았다. JTBC 사회 1부장을 거쳐 현재 중앙일보 사회 1부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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