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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혼쭐난 공포의 절벽길 드라이브

기자
장채일 사진 장채일
죽다 살았다. 60평생을 살면서 긴장된 순간도 많았지만 이번처럼 공포감으로 꽉 찬 시간을 보낸 경험 또한 없었다.
 
어젯밤 묵었던 나폴리 캠핑장 주인 말대로 캠핑 사이트에 차를 놔두고 기차와 버스로 아말피(Amalfi) 해안을 다녀 왔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눈부신 에메랄드빛의 지중해를 따라 늘어선 바닷가 절벽에 보석 같이 박혀있는 소렌토와 포지타노의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아내와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 터였다.
 
 
아말피 해안도로 입구. 여기까진 좋았다. 저멀리 보이는 수직의 절벽을 따라 아말피 해안도로가 이어진다.[사진 장채일]

아말피 해안도로 입구. 여기까진 좋았다. 저멀리 보이는 수직의 절벽을 따라 아말피 해안도로가 이어진다.[사진 장채일]

 
하지만 욕심이 앞섰다. 수많은 사람이 하나같이 감탄과 찬사의 시를 남긴 아말피를 남들과 똑같이 기차와 버스를 타고 보고 오라니! 그럴 수는 없지. 그 경이롭고 아름다운 풍광과 감추어진 비경을 남들보다 더 많이, 더 오래 보고 싶었다.
 
"여보, 저 친구 말 듣지 마. 멀쩡한 우리 차를 놔두고 버스와 기차로 아말피에 가라는 게 말이나 돼? 가다가 좋은 풍경 만나면 차 세우고 실컷 구경하고 가자구. 우리 차가 캠핑카잖아~"  
 
 
순진한 아내는 대책 없는 내 말만 믿고 따르다 3시간의 공포 체험을 했다. 잠시 후 벌어질 상황을 모른 채 나폴리 캠핑장 인근 부둣가 선술집 앞에서 포즈를 취한 그녀의 모습이 안스럽기만 하다. [사진 장채일]

순진한 아내는 대책 없는 내 말만 믿고 따르다 3시간의 공포 체험을 했다. 잠시 후 벌어질 상황을 모른 채 나폴리 캠핑장 인근 부둣가 선술집 앞에서 포즈를 취한 그녀의 모습이 안스럽기만 하다. [사진 장채일]

  
큰소리치며 의기양양하게 아말피해안 도로에 들어선 순간, 내 동공은 굳어 버렸다. 길 안쪽은 깎아지른 절벽, 다른 한쪽은 천 길 낭떠러지다. 내가 가야 할 차로는 낭떠러지 쪽 바깥 길. 노련한 기사가 운전하는 버스를 탔다면야 아무 걱정 없이 창밖 풍경을 즐기면 되지만, 지금은 덩치 큰 캠핑카를 직접 몰고 이 길을 통과해야 한다. 고소공포증에 팔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두려움에 머리털이 쭈뼛 섰다.  
 
좁은 절벽 길에서 차를 돌려 돌아갈 수도 없고 이제는 죽으나 사나 앞으로 가야 한다. 구비 길은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수백 미터 아래의 바다로 그대로 곤두박질칠 판이다. 겁에 질려 거북이 속도로 나아가는 우리 뒤로 금세 차량의 행렬이 길게 따라붙었다. 끊임없이 달려드는 반대편 차량과 부딪히지 않기 위해서는 바다 쪽으로 바짝 붙여 운전해야 하는데 가드레일은 너무 낮고 약해 보인다.
 
 
차창 밖 풍경은 언감생심
 
 
이탈리아 남부. 소렌토에서 아말피까지 이어진 163번 국도. [중앙포토]

이탈리아 남부. 소렌토에서 아말피까지 이어진 163번 국도. [중앙포토]

 
차체가 높은 캠핑카의 조수석에 앉아있는 아내는 커브 길을 돌 때마다 몸이 낭떠러지 밖 허공으로 휙휙 날아다니는 공포 체험에 혼이 다 나간 상태이다.
  
아말피 해안의 아름다운 모습이 차창 밖에 펼쳐져 있지만, 눈길을 돌려 바라볼 겨를이 없다. 강렬한 태양에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이는 코발트 색 지중해, 깎아지른 절벽에 매달린 그림 같은 집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 해안 길을 우리는 차선과 가드레일만 보고 달렸다. 마침내 3시간 동안의 공포의 절벽 길 드라이브를 마친 후 우리는 졸도했다.  
 
 
땅에 착 달라붙어 가는 승용차와 달리 차체가 높은 캠핑카의 조수석에 앉아 세시간 내내 낭떠러지 위를 날아 다닌 아내. 얼마나 긴장하고 무서웠던지 손잡이를 틀어 잡은 손과 어깨, 허리가 쑤시고 아파 한동안 고생했다. [사진 장채일]

땅에 착 달라붙어 가는 승용차와 달리 차체가 높은 캠핑카의 조수석에 앉아 세시간 내내 낭떠러지 위를 날아 다닌 아내. 얼마나 긴장하고 무서웠던지 손잡이를 틀어 잡은 손과 어깨, 허리가 쑤시고 아파 한동안 고생했다. [사진 장채일]

 
"아~! 운전 한번 제대로 했네. 나나 되니까 이런 길을 무사히 빠져나온 거야. 그런데 쟤들은 멀쩡한 평지 놔두고 왜 저런 절벽에다 굴 껍데기처럼 따닥따닥 집을 지어놓고 난리야? 괜한 사람들 오게 해서 고생만 하게?"
 
절벽을 벗어나자마자 이내 기운을 차리고 허풍을 떠는 나를 보는 아내 표정을 보아하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듣지 않아도 알 만하다.  
 
'저런 철부지하고 지금껏 살아온 세월만큼 또 어떻게 살아야 하나~'
 

장채일 스토리텔링 블로거 blog.naver.com/jangchai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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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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