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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8개월째 활활…포항 '불의 정원' 미리 가보니

경북 포항시에 8개월째 꺼지지 않는 불이 있다. 처음 불이 시작됐을 땐 며칠 사이에 꺼질 줄 알았지만, 불길은 여전히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 포항시는 불이 꺼지길 기다리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발상을 바꿨다. 아예 이 일대를 '불의 정원'으로 만들었다.
 
일요일인 지난 5일 포항시 남구 대잠동 철도부지 도시숲 조성공사 현장. 완공을 앞둔 공원을 들어서자 춤을 추듯 타오르는 불꽃이 눈에 띄었다. 2m 높이의 유리 펜스로 둘러싸인 채였다. 불꽃 옆에는 작업 중이던 철제 굴착장비가 꽂혀 있었고 안전을 위해 소방 당국이 덮어둔 흙더미가 보였다. 
경북 포항시 남구 대잠동 폐철도부지 도시숲 조성공사 현장. 지난 3월 발생한 가스 누출 화재 현장 주변으로 유리펜스가 설치돼 있다. 포항=김정석기자

경북 포항시 남구 대잠동 폐철도부지 도시숲 조성공사 현장. 지난 3월 발생한 가스 누출 화재 현장 주변으로 유리펜스가 설치돼 있다. 포항=김정석기자

 
불이 시작된 지 8개월이 지난 현재도 불길은 '쉬익' 소리를 내며 타오르고 있었다. 불꽃과 함께 지하수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도 보였다. 불꽃을 높은 곳에서 볼 수 있도록 유리펜스 바깥에 마련해 둔 언덕에 올라가 보니 불꽃에서 나오는 열기가 얼굴에 느껴졌다.
 
포항시가 불의 정원에 설치한 안내판에는 '여기에 타오르고 있는 불꽃에서 생겨나는 붉은 빛을 띤 기운처럼…24시간 꺼지지 않는 포항경제의 심장 포스코의 용광로처럼…이 땅에 새로운 희망의 불길로 타오르기를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경북 포항시 남구 대잠동 폐철도부지 도시숲 조성공사 현장에 설치된 안내판. 포항=김정석기자

경북 포항시 남구 대잠동 폐철도부지 도시숲 조성공사 현장에 설치된 안내판. 포항=김정석기자

 
아직 공원이 완공되지 않아 방문객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삼삼오오 모여 산책을 하는 시민들은 불꽃에 시선을 한동안 빼앗겼다. 이날 포항에 들렀다가 잠시 이곳을 찾았다는 박종탁(28·대구시 남구)씨는 "비가 오고 태풍이 불어도 8개월째 꺼지지 않는 불이 있다는 말을 듣고 구경을 왔다. 정말 신기하다"고 말했다.
 
이 불이 시작된 것은 지난 3월 8일이다. 포항시가 폐철도부지를 공원화하는 사업을 위해 관정 작업을 하다 불이 붙었다. 지하 200여m 아래에 매장돼 있던 천연가스가 뿜어져 나오다 굴착기 마찰열에 폭발하면서다.
경북 포항시 남구 대잠동 폐철도부지 도시숲 조성공사 현장. 지난 3월 발생한 가스 누출 화재 현장 주변으로 유리펜스가 설치돼 있다. 포항=김정석기자

경북 포항시 남구 대잠동 폐철도부지 도시숲 조성공사 현장. 지난 3월 발생한 가스 누출 화재 현장 주변으로 유리펜스가 설치돼 있다. 포항=김정석기자

 
당시 불을 끄고 천연가스를 활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하지만 한국가스안전공사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조사한 결과 이 가스는 순도 높은 천연 메탄가스이며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두 달이면 꺼질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불이 꺼지지 않자 포항시는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이곳을 '불의 정원'으로 꾸미기로 했다. 불이 꺼진 뒤에는 불꽃 모양의 조형물 등을 그 자리에 세울 계획이다.
지난 5일 경북 포항시 남구 대잠동 폐철도부지 도시숲 조성공사 현장에서 방문객들이 불꽃을 구경하고 있다. 포항=김정석기자

지난 5일 경북 포항시 남구 대잠동 폐철도부지 도시숲 조성공사 현장에서 방문객들이 불꽃을 구경하고 있다. 포항=김정석기자

 
과거에도 포항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다. 1988년 포항시 북구 흥해읍 성곡리 단독주택 마당에서 천연가스가 분출했다. 지금은 가스 분출이 멈췄지만 당시 집 주인은 수도꼭지처럼 밸브를 설치하고 가스버너에 연결해 요리를 하거나 난방을 하는 등 용도로 활용했다.

 
지난해에도 포항 앞바다에서 상당량의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북도와 한국석유공사는 포항 앞바다에서 50㎞ 떨어진 지점에 3600만t의 천연가스가 묻힌 것을 확인했다. 이밖에 포항시 여러 곳에서 지하수를 개발하는 과정에 가스가 분출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 일부 지역 물탱크에선 메탄 성분이 나오기도 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수 개월째 타오르고 있는 불꽃을 그대로 놔두기보다는 좀 더 시민들이 즐기고 관광자원화할 수 있도록 '불의 정원'을 만들기로 했다"며 "불의 정원을 만들면 테마가 있는 도시숲이 되고 관광객들도 많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포항시는 옛 포항역과 효자역을 잇는 4.3㎞ 길이 폐철로 구간 일대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 중이다. 3곳으로 나눠 진행되고 있는 공사에서 불의 정원이 포함된 첫 번째 구역은 이달 중 완공된다. 나머지 구역은 내년 상반기까지 공사를 끝낼 방침이다.
지난 3월 경북 포항시 남구 대잠동 폐철도부지 공원화사업 공사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상황. 소방당국이 주변에 출입 통제 시설을 만들어 둔 모습이다. 포항=김정석기자

지난 3월 경북 포항시 남구 대잠동 폐철도부지 공원화사업 공사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상황. 소방당국이 주변에 출입 통제 시설을 만들어 둔 모습이다. 포항=김정석기자

 
이와 함께 포항시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가스공사가 진행 중인 가스 매장량·성분 조사도 진행 중이다. 내년 상반기 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 가스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포항=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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