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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아파트 흡연자 단속 시작됐지만…“과태료요? 피울 사람은 다 피워요.”

지난 4월 금연아파트로 지정된 마포구의 한 아파트 단지. 단지 곳곳에 금연아파트 지정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7일부터 금연아파트 내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하면 과태료 5만원이 부과된다. 백수진 기자

지난 4월 금연아파트로 지정된 마포구의 한 아파트 단지. 단지 곳곳에 금연아파트 지정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7일부터 금연아파트 내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하면 과태료 5만원이 부과된다. 백수진 기자

 8일 오후 마포구의 한 아파트단지 지하주차장에 세워진 차 뒤에서 담배 연기가 올라 왔다. 이 아파트는 지난 4월 금연아파트로 지정돼 계단과 주차장에서 흡연을 할 수 없다. 담배 연기가 나는 위치로 다가가니 젊은 남성이 담배를 든 손을 몸 뒤로 슬쩍 숨겼다.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A씨는 ”주차장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는 것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외출 후 집에 들어가기 전 한 대만 피우려고 했다“고 말하며 황급히 담배를 비벼 껐다.
 
금연아파트는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지난해 9월 도입됐다. 주민의 절반 이상이 동의하면 지자체에 신청해 지정받을 수 있다. 복도·계단·엘리베이터·지하주차장 4곳 중 일부 또는 전체를 금연 구역으로 정한다. 현재 전국에 금연아파트는 서울시 51곳을 비롯해 264곳이 있다.
 
지난 6월 금연 아파트로 지정된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금연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6월 금연 아파트로 지정된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금연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제까지는 금연아파트로 지정됐어도 흡연자를 단속할 근거가 없었다. 금연구역 위반 시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하는 내용이 법안에 있었지만 주민들의 적응을 고려해 곧바로 적용되지 않았다. 계도기간을 거치는 동안 과태료는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조정됐고, 7일 시행령 개정안이 공포되며 시행에 들어갔다.
 
흡연자에게 과태료를 내게 하면 금연아파트가 지금보다 쾌적해질까. 현장의 주민들과 관리사무소 측은 기대보다 의심이 더 컸다. ”그래도 피울 사람은 다 피운다“는 것이다.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는 2010년부터 금연아파트였다. 국가에서 제도를 운영하기 전부터 서울시 조례에 따라 일찌감치 지정을 받았다. 그러나 금연구역인 복도와 계단에서 담배를 피우는 주민들 때문에 여전히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파트 입구와 엘리베이터, 비상계단 층층이 금연 경고문이 붙어 있지만 아무 효과가 없다.
 
동대문구의 한 금연아파트 비상계단. 금연구역인 계단에서 담배를 피우는 주민이 많아 층층이 안내문이 붙어있지만 별 효과가 없다. 백수진 기자

동대문구의 한 금연아파트 비상계단. 금연구역인 계단에서 담배를 피우는 주민이 많아 층층이 안내문이 붙어있지만 별 효과가 없다. 백수진 기자

금연을 호소하는 내용의 안내문은 창가·문·벽·난간을 가리지 않고 곳곳에 부착되어 있다. 백수진 기자

금연을 호소하는 내용의 안내문은 창가·문·벽·난간을 가리지 않고 곳곳에 부착되어 있다. 백수진 기자

임산부와 아이가 살고 있는 집에서 직접 만들어 붙여 둔 호소문. 가정에서 담배 연기를 맡지 않는 것은 금연아파트 주민에게 당연한 권리지만 지켜지지 않는다. 백수진 기자

임산부와 아이가 살고 있는 집에서 직접 만들어 붙여 둔 호소문. 가정에서 담배 연기를 맡지 않는 것은 금연아파트 주민에게 당연한 권리지만 지켜지지 않는다. 백수진 기자

7일 오후, 단지 내에서 흡연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는 복도식 동의 비상계단을 살펴봤다. 흡연자가 자주 출몰하는 층은 정해져 있는 듯 했다. 특정 층에는 이웃 주민의 애절한 호소문이 붙어 있었다. ‘옆집에 임산부와 아기가 살고 있습니다. 베란다를 통해 담배 연기가 계속 들어와 빨래에도 냄새가 뱁니다. 아파트 밖에서 흡연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층에는, 금연 팻말 바로 앞에 보란듯이 담배꽁초가 담긴 종이컵이 놓여 있기도 했다.
 
금연구역을 알리는 팻말이 벽과 계단에 두 개나 있지만 누군가 아랑곳 않고 담배를 피웠다. 백수진 기자

금연구역을 알리는 팻말이 벽과 계단에 두 개나 있지만 누군가 아랑곳 않고 담배를 피웠다. 백수진 기자

담배꽁초가 담긴 종이컵이 금연 안내 팻말 바로 앞에 놓여 있다. 주변에 담뱃재도 흩어져 있다. 백수진 기자

담배꽁초가 담긴 종이컵이 금연 안내 팻말 바로 앞에 놓여 있다. 주변에 담뱃재도 흩어져 있다. 백수진 기자

관리사무소 측은 “아무리 방송을 하고 민원을 넣어도 피울 사람은 계속 피운다. 단속반이 기동대처럼 즉시 출동할 것도 아닌데, 흔적만 남은 흡연자에 어떻게 과태료를 부과하겠느냐”고 물었다.
 
마포구 금연아파트의 흡연자 A씨도 “보건소 직원이 동행했다면 과태료를 냈어야 한다”는 말에 곧바로 “지금은 안 온 것 아니냐”고 확인했다. A씨는 전날 과태료 부과가 시작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는 “앞으로 더 주의는 하겠지만 피우는 사람은 계속 나올 것 같다”고 말하고 자리를 피했다.
 
창이 있는 비상계단은 담배를 피우는 주민들이 즐겨 찾는 흡연 장소다. 여기서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우면 담배 연기가 가까운 가정의 베란다로 흘러 들어간다. 흡연 후 담배꽁초 무단 투기도 문제다. 백수진 기자

창이 있는 비상계단은 담배를 피우는 주민들이 즐겨 찾는 흡연 장소다. 여기서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우면 담배 연기가 가까운 가정의 베란다로 흘러 들어간다. 흡연 후 담배꽁초 무단 투기도 문제다. 백수진 기자

실제로 단속은 현장 목격이 원칙이다. 담배꽁초 등 흔적을 발견했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흡연한 사람을 추적하진 않는다. 강남구 보건소는 ”CCTV를 근거로 공익신고가 들어올 때도 있지만 신원을 파악해 추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본인 확인이 안 되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기 때문에 형평성의 문제도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과 인력의 한계로 현장 적발은 쉽지 않다. 강남구의 경우 단속원 6명이 금연아파트 9곳을 포함해 지역 내 금연구역을 모두 책임진다.
 
서초구 금연지도단속 공무원들이 관할구역 내 커피전문점 흡연실을 둘러보고 있다. 4~6명의 단속원이 관할구역 내 금연아파트를 포함한 금연구역 전체를 빈 틈 없이 단속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앙포토]

서초구 금연지도단속 공무원들이 관할구역 내 커피전문점 흡연실을 둘러보고 있다. 4~6명의 단속원이 관할구역 내 금연아파트를 포함한 금연구역 전체를 빈 틈 없이 단속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앙포토]

금연구역이 지나치게 제한적인 것도 문제다. 동대문구의 또다른 금연아파트에 살고 있는 최모(60)씨는 “우리 아파트는 계단·복도만 금연구역이어서 건물 밖으로 나와 다 피운다. 손자가 노는 놀이터 근처에도 흡연자가 엄청나게 많은데 그 사람들에겐 과태료를 못 물으니 의미가 없다”며 “금연구역을 확대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서 금연 사업을 담당하는 건강증진과에 따르면 금연아파트 내 금연구역 확대에 대한 논의는 아직 없다. 임숙영 건강증진과장은 “복도·계단·엘리베이터·지하주차장 4곳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기까지도 매우 힘들었다. 금연아파트는 금연 문화 확산의 첫 걸음이니 단계적으로 문화가 정착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쩌다가 한번 피우는 사람에 매번 과태료를 부과하기는 힘들겠지만 주민들에게 지속적으로 불편을 주는 사람은 잡아낼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이어 “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를 인지하고 있고 내년엔 보건소 당 1명씩 금연지도원을 증원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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