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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York Times] 핵무기보다 위험한 김정은의 화학무기

테오 에머리 자유기고가

테오 에머리 자유기고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김정은과 북한의 핵무기를 놓고 설전을 벌이며 세계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지난겨울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VX 독극물로 김정남을 살해한 두 여성의 재판을 보면 북한의 치명적 무기는 핵폭탄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북한의 화학무기 역시 핵무기만큼이나 중대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은 오래전부터 비무장지대에 화학무기를 배치해왔다. 북한이 군사 공격을 받으면 김정은은 보복수단으로 화학무기를 고려할 것이다. 그러면 서울시민 1000만 명이 즉각 희생자가 된다. 예상되는 사상자 규모는 엄청나다. 시리아에서 사린가스를 흡입하고 숨진 어린이의 참상이 한국에서도 재연된다. 다만 시리아보다 1000배 더 많은 사상자가 나올 것이다.
 
미 군사학자 레이드 커비는 화학전을 ‘사린의 바다’로 묘사했다. 사린의 독성과 비무장지대에 배치된 장사정포의 위력을 고려하면 북한의 사린가스 공격 시 서울에서 250만 명이 숨지고 부상자도 수백만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인들은 한국에 미군 2만4000명과 그들의 가족이 거주하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김정은 정권을 제외하면 누구도 북한의 화학무기 현황을 모른다. 다만 탈북자와 한국 정부의 정보에 따르면 북한에는 20종의 화학무기 2500~5000t이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북한이 VX 독극물을 보유해온 것으로 추정해왔다. VX는 사린보다 독성이 훨씬 강하다.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북한 공작원의 사주를 받은 여성들이 김정남의 얼굴에 VX를 문질러 살해한 사건은 북한이 VX를 보유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VX는 사린보다 훨씬 ‘지속적’이다. 바람에 흩어지지 않고 대기 중에 오래 남는다는 뜻이다. VX는 제2차 세계대전의 전장을 뒤덮은 머스터드가스의 후손 격이다. 김정남 암살로 북한의 화학무기 확산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VX가 북한 밖 다른 나라에 유입될 수 있었다면 김정은이 북한의 광대한 밀수 네트워크를 이용해 테러집단의 화학무기 생산을 도울 가능성도 있다.
 
The New York Times 11/7

The New York Times 11/7

북한의 화학 공격 위협을 보면서 지금보다 화학무기가 훨씬 위험해 보였던 과거가 생각난다. 강력한 무기를 개발해 비슷한 공격력을 갖춘 적을 견제한다는 ‘전략적 억지’ 이론은 원래 핵무기에서 시작된 게 아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가스전에서 생겨난 개념이다. 당시 독가스의 가공할 위력을 경험한 국제사회는 1925년 제네바협약에서 화학전을 금지했지만 화학무기는 금지하지 않았다. 얼핏 모순 같이 보이지만 “(북한 같은) 불량국가가 국제법을 무시하고 민간인을 공격할 가능성에 대비해 다른 국가도 같은 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논리 때문이었다. 조약국이 화학 공격을 당하면 같은 방식으로 보복 공격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후 많은 나라가 앞다퉈 화학무기를 개발했다. 90년대에 이르자 미국은 2만7700t의 화학무기를 갖췄고, 러시아도 4만t을 넘었다.
 
그러나 97년 화학무기 자체를 전면 금지한 화학무기 금지협약이 발효하면서 인류에 대한 화학무기 위협은 줄기 시작했다. 미국과 한국 등 192개국이 협약에 서명했다. 그동안 보유해온 화학무기를 파기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았다.
 
4년 전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사린가스로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국제사회 비난이 쏟아지자 마지못해 협약에 가입했다. 그러나 얼마 있다가 더 많은 화학무기 공격을 자행해 협약을 위반했다. 올 4월에도 칸셰이쿤이란 마을을 사린가스로 초토화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사일 공격 보복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을 상대로 비슷한 무력을 사용하면 한국에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북한은 스스로 ‘방어 목적’임을 주장하는 수단으로 핵무기 다음에 화학무기를 갖췄다. 미국이 재래식무기로 북한을 공격하면 김정은은 핵전쟁까지 가지 않더라도 화학무기로 대응할 수 있다. 이는 적잖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난 4월 시리아 미사일 보복 공격을 결정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토록 귀여운 아기들이 야만스러운 공격에 잔혹하게 학살당했다. 하느님의 그 어떤 아이도 절대 그런 공포를 겪어선 안 된다”고 일갈했다. 그에게선 보기 힘든 감성적 발언이었다. 어린아이들이 죽어 나가는 충격적 이미지가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에 깊이 새겨져 그가 김정은을 공격하기 전에 좀 더 신중해졌으면 한다. 김정은의 화학무기 표적이 될지도 모르는 한국 사람 수백만 명의 명운이 달린 일이다.
 
테오 에머리 자유기고가
 
◆원문은 중앙일보 전재 계약 뉴욕타임스 신디케이트 지난달 27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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