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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트] 속마음 12개란 중국 소비자를 어떻게 공략해야 하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이 봉합 단계다. 중국 시장을 향한 우리 발걸음도 잦아질 전망이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탈바꿈한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중국 소비자에게 주목해야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9차 당대회에서 강조한 “인민의 아름다운 생활에 대한 수요” 역시 중국 소비자의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와 직결돼 있다. 13억 중국 소비자 마음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 
 
‘○○전자, 여직원 모집. 연령 17~24세. 허난성과 산둥성 출신은 제외’. 믿기 어렵겠지만 중국에서 이따금 볼 수 있는 직원 모집 공고다. 노골적으로 허난과 산둥 사람을 제외한다고 명시했다. 한국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장 지역 차별에다 인권 문제가 거론될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선 버젓이 행해진다. 중국 시장을 뚫으려면 이처럼 중국은 우리와 다르다는 인식을 갖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수교 초기 우리 기업이 중국에 진출할 때 ‘양말 한 켤레씩만 팔아도 얼만데’ 하는 막연한 기대를 하다 실패한 경험이 적지 않았다. 중국 소비시장과 소비자를 잘 모른 탓이다. 이젠 분명한 목표시장과 타깃 소비자의 설정이 필요하다. 세 부류의 소비자를 주목해야 한다.
 
중국 소비자 어떻게 공략해야 하나

중국 소비자 어떻게 공략해야 하나

첫째는 날로 불어나는 중국의 중산층이다. 중산층은 중국의 내수시장을 활성화하는 가장 중요한 소비 주체다. 중국 중산층의 기준은 도시 규모에 따라 다르게 정의되나 대략 연 1만 달러 내외 수입을 갖는 계층이다. 2억2500만 명에서 많게는 3억 명으로 추산된다.
 
둘째는 개혁·개방 이후 태어난 세대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사이에 태어난 신세대는 약 5억3000만 명이며 이들이 소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7% 정도다. 소비 성향이 높고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주역이다.
 
셋째는 디지털 소비자다. 현재 중국 소비자의 가장 큰 변화는 디지털 혁신으로 인해 사막의 네이멍구에서조차 현금 없는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위챗이나 알리페이의 첨단 결제 수단 덕택이다. 콰이팡쑹야오(快方送藥)라는 앱을 깔아 약까지 배달시켜 먹는 중국 소비자의 모습은 그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중국에서 물건을 팔려면 중국 소비자의 마음부터 읽어야 한다. 현대 중국 소비자들은 어떤 특성을 보이나. 다섯 가지 포인트를 짚을 수 있다. 우선 중국 소비자는 의심이 많다. 이는 물건 팔기가 쉽지 않다는 걸 뜻한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쉽게 믿으려 하지 않는 건 그들의 오랜 역사와 습성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그래서 물건을 직접 써 본 뒤 믿음이 가야 상품을 산다.
 
중국 시장에서 정품 인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게 바로 이런 중국 소비시장의 특성을 반영한다. 한국조폐공사의 짝퉁 위·변조 방지 기술 개발이 좋은 반응을 얻는 건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쉽게 믿고 투자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와 비교할 때 중국인들은 사람을 판단하는 기간이 매우 길고 깊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우리는 조금만 친해지면 ‘우리가 남인가~’ 하며 속을 보이는 바람에 손해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면 중국인의 속마음은 12개라는 것을 잊지 말자.
 
둘째, 중국인은 상품 가격은 원래 없는 것이라 생각할 정도로 흥정의 선수들이란 점이다. 물건을 살 때 가격 흥정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심지어 흥정을 하나의 파워게임처럼 생각해 무리한 가격 흥정을 하기도 한다. 중국에 ‘훠비싼자(貨比三家)’라는 말이 있다. 한 물건에 대해 적어도 세 군데 가게에서 가격을 비교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연히 한 푼이라도 싼 곳을 찾기 위한 인터넷 서핑에도 열심이다. 남이 뭐라 해도 내 이익이 우선이며 돈에 대한 개념이 매우 철저한 편이다.
 
셋째는 중국 소비자의 구매엔 신용과 평판이 아주 큰 작용을 한다는 점이다. 브랜드가 중요하긴 하지만 자신이 직접 경험하거나 특히 주변 사람의 평가를 귀담아 듣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명품 브랜드에 대한 요란한 소비가 있지만 신용과 평판이 더 기본이라고 믿는 게 중국인이다.
 
넷째는 중국인이 목숨보다 중히 여기는 ‘몐쯔(面子·체면)’가 소비에서도 역시 중요하다는 점이다. 몐쯔는 중국인의 사회 생활에 필수적인 관시(關係)와도 직결된다.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돈을 물 쓰듯 하지 않을 수 없는 사회 구조다.
 
체면과 관련된 중국 소비는 우리로선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중요하다. 이는 중국인들이 소비를 통해 사회적 지위를 가지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관시 또한 믿을 수 있는 인간관계의 구축을 기본으로 하기에 이는 우리에게 중국 소비시장을 파고들 좋은 길라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끝으로 중국은 너른 대륙의 나라라 지역별 소비자 특성을 잘 연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란과 재난을 피해 끊임없이 인구가 이동한 결과로 이뤄진 지금의 중국 남부 지역은 언어, 문화적 습성, 선호 등이 북부 지역과 확연한 차이를 갖는다. 크게는 창장(長江)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나뉘지만 각 지역에 따라 문화적 특성과 소비 성향이 큰 차이가 난다.
 
날씨가 비교적 건조한 베이징에선 ‘촉촉한 화장품은~’이란 광고 문구가 매력적이지만 바다와 가까워 습기가 많은 상하이에서 이 같은 광고는 통하지 않는다. 중국은 시장은 넓고 소비자가 많은 나라다. 그만큼 중국 소비시장을 공략할 방법 또한 다양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우리 산업의 활로를 찾기 위해 꼭 필요한 시장이란 점이다.
 
중국 소비시장의 폭발적 성장엔 신흥 부유층(전체 중국 시장에서 차지하는 소비 비율이 2020년 30% 예측) 및 중산층, 그리고 O2O(Online to Offline)가 일상적인 디지털 신세대의 증가가 배경에 깔려 있다. 우리 기업이 타깃으로 삼아야 할 중국 소비자다.
 
또 우리 기업이 잊지 말아야 할 건 중국이 지역마다 문화적 배경과 습성이 달라 소비자 성향 또한 달라진다는 점이다. 천의 얼굴을 가진 중국 소비자의 마음부터 이해하겠다는 자세는 그래서 중요하다.
 
한편 현재 중국 시장은 급격한 변화와 속도로 현재의 소비 행태만을 보고 진출하기엔 위험이 크다. 미래의 중국 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철저한 연구, 그리고 준비된 제품만이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문정숙
미국 캔자스주립대에서 소비자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과 OECD 자문이사, 소비자 단체 회장을 역임했다. 중국 시장과 중국 소비자의 소비 행태에 관한 연구와 강의에 힘쓰고 있다.  

 
문정숙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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