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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이 간다] 갈수록 똑똑해지는 AI … 인간의 만능지능엔 못 미쳐

김동호의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AI)이 생활 속에 파고들고 있다. T맵에 연결된 음성 비서 ‘누구’를 통해 말로만 지시해 길 안내를 받고 음악도 켤 수 있다. 김동호 기자

인공지능(AI)이 생활 속에 파고들고 있다. T맵에 연결된 음성 비서 ‘누구’를 통해 말로만 지시해 길 안내를 받고 음악도 켤 수 있다. 김동호 기자

인공지능(AI) 전쟁이 불을 뿜고 있다. 국내외 기업의 구분이 없고 디지털·아날로그 기업의 경계가 없다. AI를 기존 사업에 접목할 수 있는지가 기업 생사를 좌우하는 분기점이 되면서다. 그야말로 AI 아마겟돈(최후의 결전)이다. 그 결과에 따라 지금 잘나가는 기업이 망하고, 신생 기업이 패권자로 떠오를 수 있을 만큼 AI의 위력은 파괴적이다. 그러기에 업계는 이렇게 인공지능에 사활을 건다. 이미 생활 깊숙이 파고든 AI 체험을 통해 그 가능성과 한계를 짚어봤다.

 
인공지능은 생각보다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지난 주말 서울 가까운 산에서 돌아오던 승용차였다. 언젠가부터 휴대전화의 T맵 화면에 NUGU(누구)라는 표시가 뜨기 시작했는데 AI 음성 비서 ‘아리아’였다. 흔히 하는 목소리 톤으로 말을 걸어봤다.
 
 ▶기자 : “아리아.”
 
 ▶누구 : “네~.”
 
 ▶기자 : “강남구청으로 가자.”.
 
 ▶누구 : “선택 경로가 넷 있습니다.”
 
 ▶기자 : “세 번째로 가자.”
 
그러자 구체적인 경로 설명이 나왔다. “200m 직진해서 좌회전입니다.” 볼륨 조정도 가능했다. “아리아, 볼륨을 높여.” 바로 볼륨이 올라갔다. 무엇보다 기존 내비게이션보다 편리한 것이, 손으로 주소를 입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AI가 탑재되면서 기계와의 육성 대화가 가능해진 덕분이다. 신통한 것은 탑승자들이 잡담을 나누거나 열린 창문으로 소음이 들어와도 말을 알아듣는다는 점이었다. 사람처럼 맥락을 이해할 줄 안다는 얘기다.
 
음악을 부탁해 봤다. “아리아, 빅뱅 노래 틀어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휴대전화에서는 빅뱅의 최신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음악 프로그램에 로그인하지 않은 상태라 ‘전곡 듣기’는 불가능했지만, 로그인만 해두면 어떤 곡이든 ‘바로 듣기’가 된다. “조용필 노래 틀어”를 부탁한 뒤 별도 명령이 없으면 계속 조용필 노래만 나온다. 사람보다 똑똑하면서 불평이나 군소리가 없다. 길이며 음악이며 시키는 대로 척척 알려주고 명령을 수행한다.
 
이게 다가 아니다. 집에선 휴대전화에 ‘누구’ 전용 앱을 깔고 인공지능 스피커를 와이파이에 연결하면 다양한 심부름을 해준다. “아리아, 이번 주 개봉 영화 알려줘.” “아리아, 내일 제주도 날씨 어때?” “아리아, 달러 환율 알려줘.” 치킨과 피자 배달도 가능하다. 배달 앱에 등록하면 앉아서 말하는 대로 배달 신청을 해 준다.
 
이처럼 지금 가장 손에 잡히는 AI 기술은 음성 비서 기능이다. 국내외 디지털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개발 경쟁에 나선 분야다. 전투는 가열되고 있다. 아마존이 인공지능 시스템 알렉사를 탑재한 음성 비서 ‘에코’를 본격 출시하자 IBM은 ‘왓슨’의 기본 기능을 무료 개방해 대응에 나섰다. 구글은 ‘구글 어시스턴트’에 한국어 기능을 추가했다. 표준 선점을 위해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상황이다.
 
국내 디지털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삼성전자의 ‘빅스비’, SK텔레콤의 ‘누구’, KT의 ‘기가지니’가 줄줄이 출사표를 던졌고, 포털 공룡 네이버는 ‘클로바’, 카카오는 ‘카카오아이’를 내놓고 AI 서비스에 나섰다. 누가 더 많은 이용자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디지털 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이 격화하면서 AI의 진화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고 있다. 가령 맥락의 이해가 그것이다. 예컨대 “서울 날씨 어때?”라고 물은 뒤 “부산은”이라고 해도 말귀를 알아듣는다. 맥락을 이해하고 지역만 말해도 날씨 정보를 알려준다. 최근 한국을 찾은 스콧 허프만 구글 어시스턴트 엔지니어링 부사장은 “AI 음성 비서 기술은 컴퓨터와 인간의 소통 방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평했다. 그는 “지금까지 손가락으로 일일이 터치해 정보를 검색하고 서비스를 명령했지만, 컴퓨터와 사람이 대화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실용성을 얼마나 더 확장하느냐에 달려 있다. 삼성전자의 ‘빅스비’나 애플의 ‘시리’는 휴대전화를 앞세워 음성 비서 서비스 경쟁에 나섰지만, 아직 존재감이 커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꿩 잡는 게 매라는 말처럼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의 위력이 가시화하고 있다. 운전자가 자주 쓰는 T맵에 인공지능 ‘누구’를 접목하면서 서비스 개시 한 달여 만에 사용자 700만 명을 돌파했다.
 
이처럼 AI는 온갖 전자기기를 움직이는 컴퓨터의 기능을 더 똑똑하게 만드는 기술이라고 보면 된다. AI의 출발점은 영국의 천재 수학자 튜링이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하는 기계 개발에 참여하면서 프로그램에 따라 작동하는 기계를 고안한 것이었다(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장). 사실 새로울 게 없는 AI를 70년 만에 다시 불러낸 것은 신기술을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이었다.
 
AI는 세 가지만 있으면 된다. 첫째, 컴퓨터에 명령을 내리는 프로그래밍(알고리즘)이고, 둘째는 이런 명령을 수행하는 프로세싱(컴퓨팅 능력)이다. 마지막으로 컴퓨팅 품질을 좌우하는 빅 데이터 확보다. 여기에 빠른 모바일만 있으면 된다.
 
지금은 음성으로만 알아듣지만 조만간 눈 달린 인공지능 비서도 나온다. 박명순 SK텔레콤 AI본부장은 “음성 비서로 쓰는 AI 스피커에 디스플레이를 얹으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귀가하면 주인을 알아보고 필요한 것을 물어본 뒤 밥을 짓고 온라인 영화를 틀어주는 AI 로봇이 나올 날도 머지않았다는 얘기다. 눈 역할을 할 이미지 센서와 그래픽 프로세서 성능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해 기술적 문제가 줄어들고 있다.
 
AI가 급속히 똑똑해지면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이 내다본 것처럼 2020년까지 일자리 500만 개가 없어질까. 인간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바둑을 학습하는 ‘알파고 제로’가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면 그런 공포를 느낄 만도 하다. 하지만 과장된 공포라고 본다. 자기학습, 이른바 머신러닝의 경지에 도달한 알파고의 성능은 결국 고성능 반도체에서 나오고 그 반도체는 사람이 만든다. 더구나 알파고는 바둑 이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주식 투자를 하는 ‘로보 어드바이저’나 금융 상담 챗봇(메신저를 통해 일상 언어로 대화하는 AI), 다빈치 같은 수술 로봇도 결국 인간이 부리는 컴퓨터이자 기계일 뿐이다.
 
AI가 인간 지능을 추월하는 특이점(Singularity)이 2045년께 도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인류는 신기술이 나올 때마다 생산성과 생활 편의성을 향상해 왔다는 역사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신기술을 다루고 활용하는 지식의 흡수다. 새로운 기술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과거에도 그래 왔던 것처럼 인간의 몫이다. AI가 인간의 상상력을 흉내 내는 일은 아직 요원하다.
 
김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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