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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배워 조난자 찾고, 비행기 모드로 지도 만들어

진화하는 드론의 세계
경찰청에서 쓸 조난자 수색용 드론이 지난달 31일 강원도 영월군 완택산 주변에서 시험비행을 하고 있다.[중앙포토]

경찰청에서 쓸 조난자 수색용 드론이 지난달 31일 강원도 영월군 완택산 주변에서 시험비행을 하고 있다.[중앙포토]

지난달 31일 강원도 영월군 동강 시스타 리조트 운동장. 1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2.2m 길이의 날개를 단 드론(무인항공기)이 윙윙거리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수직 이륙했다. 20m 상공에 떠 있는 상태로 드론은 천이비행(헬기 모드에서 비행기 모드로 바꾸는 비행)에 들어갔다. 지상의 조종기를 조작하자 헬리콥터 같이 위쪽을 향해 있던 프로펠러가 앞 방향으로 90도 꺾였다. 영화 ‘어벤져스’에 나오는 수직 이착륙 전투기 ‘퀸젯’처럼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아갔다. 드론은 미리 설정해 놓은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좌표를 따라 완택산 주변을 선회하며 자율비행하기 시작했다.
 
이 드론은 무인기 제작업체인 샘코가 개발 중인 하이브리드 드론이다. 통상 헬리콥터처럼 프로펠러 힘만으로 이동하는 드론에 날개를 달고 비행기의 특성을 접목했다. 날개를 통해 양력(揚力)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같은 배터리를 달고도 비행 시간이 20분에서 50분으로 크게 늘었다. 2019년 3월 개발이 완료되면 한국국토정보공사의 해안안전지도 제작사업에 활용될 예정이다. 이 회사 민경무 부장은 “위성사진만으로는 제작할 수 없는 정확한 정밀지도를 만들기 위한 장비인 만큼 비행 시간을 늘리고 천이비행 시 사고가 나지 않게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며 “무게를 더 줄여 비행 시간을 한 시간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드론의 진화는 어디까지일까.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무인이동체 미래선도 핵심기술개발사업단(이하 무인기사업단)은 공공혁신조달 연계 소형무인기 기술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드론 통합기술 워크숍을 열었다. 190여 명의 국내외 연구자들과 업체 관계자들이 모인 워크숍에서 샘코의 하이브리드 드론을 포함해 국내 기술로 개발 중인 드론 5대가 공개됐다.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다양한 드론이 차근차근 현실이 되고 있었다.
 
해양부표 점검하고 기상 관측도
경찰청 납품용으로 개발 중인 조난·실종자 수색용 드론은 인공지능 기술의 일종인 딥러닝(Deep Learning)을 활용해 실종자를 찾을 확률을 높이고 있다. 사람이 나오는 다양한 상황의 사진 빅데이터를 기계가 학습해 실종자와 일반인을 명확히 구별할 수 있게 만드는 게 목표다. 연구를 진행 중인 황성주 UN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는 “기계를 트레이닝시켜 사람이 일일이 다 할 수 없는 광범위한 지역의 수색이 가능하도록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해안안전지도 구축용 하이브리드 드론.

해안안전지도 구축용 하이브리드 드론.

군사용 다목적 드론.

군사용 다목적 드론.

항로표지 유지관리용 드론.

항로표지 유지관리용 드론.

실시간 기상관측용 드론.

실시간 기상관측용 드론.

드론 테러 방지 및 포획용 장비 재머.

드론 테러 방지 및 포획용 장비 재머.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의 발주를 받아 이든이엔지가 개발 중인 드론은 바다에 띄워 놓은 항로표지 부표를 관리하는 드론이다. 바람이 거센 바다 위를 오가야 하는 만큼 기체를 유선형으로 제작하고 20㎞ 이상을 한 번에 비행할 수 있게 제작 중이다. 심야에 작업이 진행되는 특성을 감안해 야간에 부표 이상 유무를 정확히 식별할 수 있는 광학카메라를 장착했다. 쓰리에스솔루션의 기상 관측 드론은 지상 100m에서 2.5㎞까지 오가며 대기경계층의 기상 정보를 지상에 실시간으로 송출하는 장비다. 기온·기압·습도·풍향·풍속 측정이 가능하다. 현재 드론의 프로펠러가 회전하면서 생기는 여러 측정값의 오류를 보정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국방부에서 사용할 군사용 다목적 드론은 재난 상황 시 긴급 구호물자를 나르거나 전쟁 시 탄약 수송, 감시 정찰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개발되고 있다. 군사용인 만큼 드론이 발각됐을 때 정보 유출을 최소화할 수 있게 통신 내용을 암호화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드론 관련 장비 개발도 활발하다. 드론개발업체 에이디이가 이날 선보인 재머는 드론을 잡는 장비다. 드론을 이용한 테러를 방지하고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장비로 조종기와 드론 간 통신을 끊거나 위성과 GPS 연결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출력을 최대한 줄인 상태에서 시연자가 기관총 모양의 재머를 들고 방아쇠를 당기자 같은 방에 있던 사람들의 스마트폰에 연결된 와이파이가 모두 끊기면서 ‘인터넷에 연결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떴다. 출력을 높이면 1㎞까지 떨어진 드론도 잡을 수 있다고 한다.
 
강왕구 무인기사업단 단장은 “드론을 필요로 하는 정부부처와 이를 개발할 역량이 있는 업체·연구자를 연결해 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500여 명의 연구자가 참여하고 있는데 사업 진행 과정에서 개발된 필수 기술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국내 드론 산업 전체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월 드론스포츠대회 1만 명 몰려
제2회 국제드론스포츠대회에서 2관왕에 오른 파일럿 김민찬(오른쪽)군이 경기 시작 전 드론을 점검하고 있다. 박민제 기자

제2회 국제드론스포츠대회에서 2관왕에 오른 파일럿 김민찬(오른쪽)군이 경기 시작 전 드론을 점검하고 있다. 박민제 기자

경기 중인 레이싱 드론. 박민제 기자

경기 중인 레이싱 드론. 박민제 기자

산업용 이외에 레저용 드론 개발도 각광받고 있다. 드론의 속도와 비행 기술을 겨루는 드론 레이싱이 인기를 끌면서다. 파일럿용 FPV(First Person View) 고글은 드론에 설치된 카메라의 시점으로 경기를 즐길 수 있게 해준다. 고글을 착용하면 평균 시속 150㎞, 최대 200㎞에 달하는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 지난달 27~29일 중앙일보와 강원도·영월군 공동 주최로 영월스포츠파크에서 열린 제2회 국제드론스포츠대회에는 1만 명의 관람객이 몰렸으며 온라인 생중계도 13만 명 이상이 시청했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 대회에는 23개국에서 온 150명의 드론 파일럿이 참가했다. 국내 1호 프로 파일럿인 김민찬(13·팀KT)군이 속도를 겨루는 스피드레이싱과 비행 기술을 겨루는 프리스타일에서 우승해 2관왕에 올랐다. 풍선 모양의 비행체를 드론이 추격해 격추하는 종목인 드론 클레이슈팅에선 스웨덴 출신 드론 파일럿 비고 코치(20)가 우승했다.
 
세계적으로도 드론 레이싱은 인기 스포츠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에너지 음료 업체인 레드불이 자사 브랜드의 대회를 만들었으며 DHL· 알리안츠 등 글로벌 기업들이 주요 대회 스폰서로 나서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 채널인 ESPN은 드론 스포츠를 정규 편성하고 전 세계 50여 개국에 중계하고 있다. 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항공 분야 무인이동체 산업 규모는 지난해 기준 119억 달러(약 13조원)이며 10년 뒤인 2026년엔 389억 달러(약 43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류영호 드론스포츠국제연맹(DSI· Drone Sports International) 사무총장은 “스포츠로서 드론은 아직 개척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고 표준과 시장을 선점할 여지가 크다. 지금은 중국산 부품을 가져다 쓴 레이싱 드론이 많지만 국내 업체들이 현재 개발 중인 다양한 기술을 접목한 레이싱 드론을 선보인다면 산업용·군사용 드론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월=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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