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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칼럼] 이유 있는 바쁨의 미덕

정상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

정상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

친한 대학 동기가 외무고시에 합격했다. 단체 카톡방에 있는 친구들이 모두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졸업할 때가 다가오니 명문대 로스쿨 합격, 국내 대기업 취업 등 여기저기서 좋은 소식이 전해져 온다. 취업이 안 돼 난리인 ‘헬조선’에서 더없이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동시에 한숨이 나왔다. 친구들이 이렇게 잘되는데 정작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 뒤돌아봤다.
 
“바쁘다.” 요즘 필자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조금이라도 바쁘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심지어는 마치 휴식이 죄악시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와 같은 상태를 소걀 린포체는 ‘적극적 게으름(active laziness)’이라고 표현한다. 전혀 중요하지 않은 일에 둘러싸여 바쁘긴 한데, 정작 자신이 해야 되는 일을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린포체의 표현에서 이는 무책임과 동의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바쁘다’는 말로 자신의 게으름을 포장하기도 하고 남에게 자신을 자랑하기도 한다. 바쁨 그 자체가 미덕으로 여겨지는 한국 사회에서 바쁨은 무언가 자기 자신을 위로하고 자신을 과시하는 것이 돼 버렸다. 정작 나를 바쁘게 하는 그 일들을 내가 왜 하는지 고민을 해볼 시간은 없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지난 9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11㎞ 마라톤에 참가한 적이 있다. 이 대회는 1등을 가리는 여타 스포츠와는 다르다. 완주한 사람에게는 모두 같은 메달을 수여한다. 다른 사람과 경쟁할 필요가 없다. 완주하고 나서 메달을 받았을 때의 뿌듯함은 그 어떤 경쟁에서 이겼을 때보다 컸다.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 취업의 문턱에까지 와서도 남과 경쟁하기 위해 바빠야만 하는 상황에서 벗어나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
 
단순히 남과 비슷하게 혹은 내가 더 빠르게 달리고 있다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옆에 달리는 남과 비교하게 되면 자신의 페이스를 잃고 만다. 나를 바쁘게 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것을 왜 해야 하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를 통해 자신의 페이스를 체크하고 여유를 가질 수도 있다. ‘그냥’ 바쁘기보다는 ‘이유 있는’ 바쁨을 누려 보고 싶다.
 
정상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
 
◆ 대학생 칼럼 보낼 곳=페이스북 페이지 ‘나도 칼럼니스트’(www.facebook.com/icolumnist) e메일 opinionpag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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