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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사드 협의가 안보에 족쇄가 되는 3가지 이유

정부가 중국과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발표한 협의문은 안보 족쇄가 될 위험성을 안고 있다. 유사시 북한이 도발할 경우 우리에게 잠재적 적이 될지도 모를 국가에 우리 안보와 군사적 활동을 제한하는 약속을 한 것은 처음이다. 북핵과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사드에 대한 중국의 보복은 부당했지만 중국의 사과와 재발 방지책은 없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사드 추가 배치 제한=협의문에서 제시된 핵심 내용은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참여하지 않으며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겠다는 부분이다. 사드는 미 전략사령부의 자산으로 한반도 위기 시 전략자산의 일부로 긴급 배치되는 중요한 무기 체계다. 미 핵우산이 포함된 확장억제 전력의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상황은 조만간 북한이 핵무장을 마친 뒤 핵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로 우리를 위협하거나 공격하려 들 경우에 발생한다. 북한이 수백 발의 탄도미사일을 동시다발로 발사하면 현재 배치된 사드로는 턱도 없다. 그러면 미국은 유사시 확장억제력 및 전략자산을 추가 배치키로 한 한·미 합의에 따라 사드나 이보다 더한 것도 긴급 배치할 수 있다. 이주일이면 배치가 가능하다. 그래야 수도권을 포함한 한국을 북한의 핵 장착 탄도미사일로부터 방어할 수 있다. 우리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때 ‘사드 추가 배치 검토를 하지 않겠다’는 이번 협의문 때문에 한·미 간, 한·중 간 갈등이 자연히 생긴다. 한·미 연합의 대북 대응작전에도 혼란을 가져온다. 중국은 이를 빌미로 한반도에 군사개입하거나 북한을 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주한미군은 물론 우리 국민의 생명을 앗아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번 협의문에 따라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겠다는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의 위반이기도 하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미국이 한반도 방위를 위해 군사력을 배치할 수 있고 그럴 경우 한국은 허용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이번 협의문은 한반도 방위를 책임지고 있는 한미연합사령관이 군사적인 필요에 의해 사드를 추가로 배치해야 할 경우 발목을 잡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한·중 협의는 한반도에서의 한·미 연합작전계획을 크게 훼손하고 안보의 취약성을 높였다. 북한이 남한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마음대로 날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MD와 한·미·일 동맹 불참=중국의 요구대로 한·미·일 군사협력을 하지 못하면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방어에 어려움이 생긴다. 북한은 이미 SLBM의 수중 발사에 성공했고 이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두 번째 잠수함도 건조 중이다. 북한이 우리의 머리 뒤에서 SLBM을 쏘면 방어할 길이 없다. 그래서 SLBM을 게임 체인저라고까지 한다. 북한이 SLBM을 쏘기 위해 잠수함을 동해로 이동시키면 한·미·일은 우선 수색에 나선다. 동해는 한류와 난류가 섞이고 수심이 깊어 잠수함이 활동하기 좋은 곳이다. 수중 수색이 쉽지 않다. 동해의 공해구역에서 북한 잠수함을 수색하다 보면 한·일 함정들이 서로 뒤엉킬 수도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유사시 양국은 동해에 구역을 나눠 군사적으로 협조하는 게 당연하다. 필요시엔 북한 잠수함의 수색에 이어 격파작전도 한·미·일 3국이 협력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시각에선 북한 잠수함에 대한 한·미·일 협조작전을 군사동맹으로 간주해 경계할 것”이라고 전 국방부 관계자가 말했다.
 
이번 협의는 북한이 유사시 마구 쏘아대는 탄도미사일에 대한 요격에도 제한을 준다. 북한의 미사일은 한국과 일본, 미군까지 겨냥한다. 현재 한·미·일은 북한 미사일을 탐지한 정보는 공유하도록 돼 있다. 지난해 11월 체결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에 따라서다. 하지만 요격을 효과적으로 하려면 3국은 북한이 쏜 미사일에 나눠 대응해야 한다. 그러려면 3국의 군사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중국은 한·미·일이 협력해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을 반대한다. 3국의 군사협력을 사실상 군사동맹으로 간주할 수 있어서다. 또 중국은 한·미·일의 북한 탄도미사일 공동 대응작전을 두고 한국이 미국의 MD 체계에 참여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고 이 관계자는 지적했다.
 
3국 간 군사협력은 남중국해 문제에서도 중국과 부딪힌다. 중국이 2025년까지 군사적으로 완전 통제하겠다는 남중국해는 한국과 일본의 엄청난 물동량이 지나는 공해상이다. 그런데도 중국은 수천 년 전의 연고를 근거로 영유권을 고집하고 있다. 중국이 이 해역을 군사적으로 지배하면 중동에서의 원유 수입은 물론 동남아·인도·중동·아프리카·유럽으로의 수출입이 모두 막힌다. 중국이 우리의 목줄을 쥐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이 끝까지 남중국해에 대한 지배권을 주장하면 한국은 미국 및 일본 등 이해가 걸린 다른 나라들과 연대할 수밖에 없다. 이 또한 이번 협의문에 배치되고 중국의 반발을 불러온다.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은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한·미·일 협력과 일본의 핵무장”이라고 했다.
 
◆절차와 형식 문제=우선 이번 협의의 추진 절차와 형식에 문제가 많다. 실질적인 협의는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주도했으며 국방부와 외교부는 사실상 배제된 정황이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정식 행정라인이 아니라 대통령의 참모진”이라며 “이런 참모진이 직접 협의에 나서는 것은 법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중 협의 결과에 대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전화로 협의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그러나 유사시 한·미 연합 체계의 군사활동을 제한하는 중요한 내용을 한·미가 전화로 협의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여러 전문가의 지적이다. 과거 한·미 군사 관계를 다뤘던 전 관계자는 “이런 정도의 사안이면 한·미 국방부와 외교부 장관에게까지 보고되고 직접 만나 문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협의문을 성사시킨 과정과 결과를 보면 중국에 일방적으로 중요한 안보 사안을 내준 꼴이다. 향후 중국과 마찰을 피할 수 없는 불씨만 만들었다. 앞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문재인 대통령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면서 한·중 협의를 추진한 담당자들에 대한 문책과 진상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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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은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