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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 때린다니 다행' 사드 봉인이 불편한 이유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0~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 정상회의 석상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두 번째 양자 정상회담을 한다. 사진은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를린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첫 한-중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0~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 정상회의 석상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두 번째 양자 정상회담을 한다. 사진은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를린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첫 한-중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현장에서]정부 간 ‘사드 봉인’ 낙관은 금물인 이유
 
문재인 대통령은 5월 10일 국회에서 한 취임 연설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및 중국과 진지하게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한·중 정부가 발표한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는 이 같은 ‘진지한 협상’의 성과다.
 
발표 직후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과 한반도 평화정책에 대한 중국의 신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를 양국이 사드 문제를 매듭짓게 된 큰 동인으로 꼽으면서다.
 
지난해 7월 사드 배치 결정 이후 급전직하했던 양국 관계가 회복될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양국 간 공동 발표는 의미가 크다. 하지만 이를 문 대통령의 외교적 업적으로 포장하고 기뻐하기는 아직 이르다.
 
청와대가 스스로 표현한 것처럼 이는 갈등을 한쪽에 치워놓은 ‘봉인’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봉인은 어느 한쪽이 뜯어버리면 그만이다.
 
발표문에는 “중국은 한국 측이 관련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하기를 희망했다”고 명시됐다. 중국이 한국에 추가적 조치를 요구할 여지가 있어 보이는 내용이다. 향후 문 대통령의 방중 등을 놓고 중국이 보다 가시적인 사드 문제 해법을 요구할 개연성이 있다는 우려(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도 그래서 나온다.
 
특히 중국은 최근 19차 공산당 대회를 계기로 도광양회(韜光養晦·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의 시대는 끝났다고 만천하에 선언했다. 중국이 본격적으로 패권을 추구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이번 협의 결과는 향후 한·중 관계의 방향을 설정하는 지표가 될 수 있는 ‘사건’이다.
 
그런 측면에서 중국의 부당한 사드 보복과 한국의 피해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청와대가 “새롭게 시작하는 상황에서 또 다른 쟁점으로 누가 사과하느냐 하는 문제를 따질 수 없었다”고 한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이는 직접적 언급이 힘들면 우회적으로라도 지적했어야 하는 문제다. 발표문에는 “한국 측은 중국 측의 사드 문제 관련 입장과 우려를 인식하고”라고 돼 있다. 그렇다면 이에 상응해 “중국 측은 사드 문제로 인한 양국 간 교류·협력 저하로 피해가 발생했다는 한국의 입장과 우려를 인식하고”라는 표현이라도 넣는 것이 균형이 맞다.
 
하지만 엄연히 피해자가 발생했는데 책임 규명은커녕 피해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인정되지 않았다. ‘이제라도 그만 때린다니 다행’이라고 안도하는 것처럼 비치기까지 한다.
 
또 이번처럼 중국이 보복하고, 한국의 설명도 들으려 하지 않아 꽁꽁 언 한·중 관계가 중국이 태도를 바꾸자 곧바로 풀린다는 건 양국 관계가 중국에만 좌우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한쪽이 주도하는 관계는 결코 건강하게 발전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이를 지적하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이라는 나라를 과소평가하지 마라. 외교 문제에는 자국의 이해에 바탕해 기사를 써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정작 지난 7월 독일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이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하지도 않은 “북·중이 혈맹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고 밝혀 ‘외교 사고’를 낸 게 청와대였다. 언론 탓만 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더 큰 과제도 남아 있다. 양국 국민이 받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이다. 한동안 중국 내에서는 한국의 외교 차량이 태극기를 달고 다니지 못할 정도로 반한(反韓) 감정이 심해졌다고 한다. 국내 대형 여행사의 올 2분기 중국 패키지 여행상품 이용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1.2% 감소했다고 한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들이 줄어든 것은 사드 보복의 일환이었다고 해도, 아무런 제한도 없는데 중국을 방문하는 한국인이 급감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드 갈등을 계기로 중국의 민낯을 본 것도 ‘외교 업그레이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값진 교훈을 얻었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웃으며 넘겨버릴 것이 아니라, 냉정한 사후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여름 사드 보복 피해와 관련한 기사를 썼을 때 한 독자의 e메일을 받았다. 자신 역시 중국 기업과 교역하며 비슷한 일을 겪었다며 수출선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바꿀 생각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독자가 양국 간 발표 이후 다시 보낸 e메일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다.
 
“이젠 중국 시장이 다시 좀 풀리겠지요. 다행입니다. 하지만 베트남에 대한 비중을 줄이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어쩌면 정부보다 국민이 더 빠르고 현명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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