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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장 현찰 특활비, 007가방 담아 이재만·안봉근에 전달"

안봉근 전 비서관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돼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경록 기자

안봉근 전 비서관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돼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경록 기자

검찰이 박근혜 정부 시절 안봉근(51) 대통령 제2부속비서관, 이재만(51) 대통령 총무비서관에게 건네진 돈이 ‘국정원장 개인 특수활동비’인 사실을 확인하고 용처 등을 수사 중이다. 
 
31일 검찰 등에 따르면 당시 국정원 측은 특수활동비에서 할당된 원장 개인 활동비에서 매달 1억원을 현금으로 뽑아 두 비서관에게 각각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측은 이 현금 1억원 다발을 ‘007가방’에 넣은 뒤 직원을 시켜 두 비서관에게 직접 전달했다. 이같은 ‘상납’은 2013년부터 올해 초까지 계속됐다고 한다. 검찰은 이헌수(64)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등 국정원 관계자로부터 “두 전직 비서관이 국정원 측에 직접 현찰을 요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도 계획하고 있다. 사용처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또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청와대 정무수석 시절 국정원장 특수활동비를 현찰로 받아 쓴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이다. 검찰은 공무원 신분이었던 조 전 장관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해 돈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뇌물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국정원이 현금을 건넨 사실을 입증할 증거에 대해선 충분히 자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국정감사에 소속 의원들을 기다리고 있는 국정원 관계자들. 왼쪽이 이헌수 전 기획조정실장. [중앙포토]

지난 2015년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국정감사에 소속 의원들을 기다리고 있는 국정원 관계자들. 왼쪽이 이헌수 전 기획조정실장. [중앙포토]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는 2015년 4782억, 2016년 4860억, 2017년 4930억원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다른 19개 정부기관의 특수활동비(2017년 기준 3289억원)를 합친 것 보다 많다. 하지만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는 대공, 방첩 등 안보와 관련돼 ‘비밀 유지’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매년 감사원의 감사 대상에선 제외된다.
 
검찰에 따르면 국정원장에겐 전체 특수활동비 중 매년 수십억원 가량이 할당된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장은 남재준(2013년 3월~2014년 5월), 이병기(2014년 7월~2015년 3월), 이병호(2015년 3월~2017년 6월) 전 원장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원장 개인에게 할당되는 특수활동비는 용처를 기록하거나 영수증을 남기지 않아도 돼 마음만 먹으면 현찰화해 쓸 수 있는 구조다”고 설명했다. 최근 검찰이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민간인 댓글부대, 친정부 보수단체 등에 특수활동비가 쓰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실장은 검찰 조사에서 “매년 정기적으로 국정원 특수활동비 중 10억원가량을 청와대 핵심 인사들에게 건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시절 약 4년간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일하며 국정원의 예산과 인사 부문을 총괄했다.
 
지난 2016년 11월 14일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된 이재만 전 비서관. [중앙포토]

지난 2016년 11월 14일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된 이재만 전 비서관. [중앙포토]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이날 오전 안봉근, 이재만 전 비서관을 체포하고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또 조 전 장관과 지난 정부의 국정원장 등 10여 명의 집을 함께 압수수색하고 출국금지시켰다. 이날 체포돼 서울중앙지검에 압송된 안 전 비서관, 이 전 비서관은 굳은 표정으로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정호성(48) 전 부속비서관과 함께 박근혜 정부의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렸다.
 
검찰은 현금화 돼 청와대로 흘러간 국정원장 특수활동비가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 파악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춘석 더불어민주당의원은 의원은 “두 전직 비서관이 돈을 개인 유용했는지 다른 용도로 사용했는지 철저히 수사해야한다”며 “선거 지원을 위한 것이라면 폭발력이 있을 것이고, 박 전 대통령의 불법자금으로 쓰였다면 더 큰 문제다”고 주장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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