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이봉주, '그만 하자''아저씨'라 칭얼대던 동현이 골인 직후

[복지온돌방] "마라톤 정신 되새겨요"…장애인과 함께 달리는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지난 22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워터프로트마라톤대회에 지적장애인 김동현(오른쪽)씨의 동반주자로 함께 출전한 이봉주 단장. [사진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지난 22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워터프로트마라톤대회에 지적장애인 김동현(오른쪽)씨의 동반주자로 함께 출전한 이봉주 단장. [사진 한국장애인재활협회]

 마라톤 풀코스 42.195km. 쉼 없이 달려내는 것만으로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다고 말하는 거리다. 잘 훈련된 선수들 가운데서도 중도 포기자가 나오곤 한다.
 
지난 22일 지적장애인 김동현(25)씨가 캐나다 토론토 워터프론트마라톤대회에서 42.195km 풀코스를 3시간 17분 40초만에 완주했다. 서브쓰리(풀코스를 3시간 안에 완주하는 것)도 경험해 본 김씨 본인에겐 다소 아쉬운 기록이었지만 완주했다는 사실만으로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날 김씨와 함께 태극기를 흔들며 나란히 골인 지점을 통과한 이가 있었다. 풀코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달린 페이스메이커(동반주자)는 바로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였다. 그는 S-OIL이 후원하고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주관하는 ‘감동의 마라톤 선수단’의 단장이다.
 
현역 시절 셀 수 없이 많이 달렸던 42.195km를 장애인 선수들과 함께 다시 뛰고 있는 이봉주.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어쩌다 장애인 선수단의 단장을 맡게 됐나.
2년 전 아는 선배가 감동의 마라톤 선수단 발대식에 가게 됐다고 해서 격려 차 찾아갔었다. 그 자리에서 다음해 단장 제의를 받았다. 처음엔 망설였다. 일반 선수들을 관리하는 것과는 다른 점이 있고, 전문 지식도 필요할텐데 관련 경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도 됐다. 그래도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함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부터 2년째 단장으로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원래 장애인 마라톤 선수들에게 관심이 있었는지.
부끄러운 얘기지만 잘 알지 못했다. 마라톤은 일반인들에게도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로 여겨진다.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 그런 도전을 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거다. 가까이서 지켜보니 그 의지가 대단해서 아직도 놀라곤 한다.
 
단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나.
전체적으로 팀을 이끌고 선수를 관리한다. 대회에서는 풀코스 동반주자로 나선다.
 
선수는 어떻게 선발하나.
대회를 앞두고 그때그때 모집 공고를 내기도 하고. 지난 9월 3일엔 처음으로 ‘감동의 마라톤 대회’를 열고 장애인 마라토너와 동반주자를 선발했다. 전문 선수는 아니고 취미로 마라톤을 하는 분들이다. 대회에 나갈 땐 본인들의 체력과 능력에 맞게 풀코스·하프코스·5km 등을 선택해서 뛴다. 웬만하면 더 많은 장애인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해마다 새로운 사람들을 뽑는다. 현재는 21명이 있다.
 
장애인 선수와 함께 뛰어보니 어떤가.
선수 시절에도 장애인 분들을 접할 기회는 많았다. 주말에 장애인 시설을 찾아가서 식사도우미, 청소 등의 봉사활동을 자주 했다. 그 때 만난 분들은 나의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여겨졌다.
그런데 나란히 마라톤을 뛰다 보면, 이 분들이 조금 불편할 뿐이지 나와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히려 열정과 의지는 비장애인 못지 않게 크다.
 
이봉주 단장이 김동현 선수와 풀코스 결승선을 통과한 뒤 태극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이봉주 단장이 김동현 선수와 풀코스 결승선을 통과한 뒤 태극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한국장애인재활협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함께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은 모두 기억에 남아 있다. 최근 동현이(김동현 선수)와 함께 완주했는데, 이 친구가 하프 지점을 지날 때부터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3시간 안에 완주도 해 본 선수인데 이번 대회를 앞두고 연습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고 했다. ‘천천히 가자’, ‘그만 하자’ 하면서 나를 ‘아저씨’라고 부르다가 ‘단장님’이라고 부르다가 오락가락이었다.(웃음) 끝까지 설득해서 결국 완주를 해냈다. 나중에 보니 발바닥에 물집이 터져서 피가 맺혀 있더라. 골인 직후엔 아무 말도 못 할 정도로 지쳐 있었지만 또 한번 한계를 이겨냈다는 사실에 굉장히 뿌듯해 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장애인 선수단을 이끌며 마라톤의 의미를 다시 새긴다. 이 분들은 신체적·정신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처했음에도 좌절하기 보다는 자기가 뭔가를 해야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그리고 목표한 바를 해낸다. 마라톤 정신과 비슷한거 같다.
언제까지 단장을 맡을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장애인 마라톤과 관련된 일이 있으면 도움을 이어가고 싶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AD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북핵위기 심화 및 동북아 안보환경 변화 등 미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2017년 7월 1일 개소했습니다.
연구소는 대학과 정부출연 연구 기관 등과 연계해 학술행사를 개최하며, 정기적으로 자문회의를 열고 다양한 시각과 차별화된 이슈를 제시합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은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