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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군부가 두려워" 최용해 앞세운 말 못할 사연

기자
정영태 사진 정영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7일 평양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2차 전원회의를 열고 핵·경제 병진노선을 변함없이 추진하며 자력갱생으로 제재를 극복하자고 했다. 왼쪽부터 황병서 총정치국 국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 위원장, 박봉주 내각총리, 최용해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사진 노동신문=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7일 평양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2차 전원회의를 열고 핵·경제 병진노선을 변함없이 추진하며 자력갱생으로 제재를 극복하자고 했다. 왼쪽부터 황병서 총정치국 국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 위원장, 박봉주 내각총리, 최용해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사진 노동신문=연합뉴스]


노동당 조직 결속력에 매달리는 불안한 김정은 리더쉽
 
처음부터 김정은은 불안정한 리더쉽으로 출발했다. 아버지 김정일이 갑작스럽게 운명을 달리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후계자로서 충분한 준비도 없이 졸지에 북한 최고지도자 지위에 올랐다. 자연히 북한 당국은 김정은의 취약한 리더쉽을 불안해하며 핵‧미사일 개발과 같은 군사적 강경조치로 김정은 리더쉽을 보완하고자 했다.
 
김정일 사망 이듬해부터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비롯한 각종 미사일 시험발사와 4차례에 걸친 핵실험 강행이 그것이다. 군사적 강행조치로 김정은 리더쉽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신뢰도가 높아졌을 수는 있다. 그러나 핵‧미사일 개발 모험으로 인해 보다 심화된 국제적 제재조치가 초래됨으로써 김정은 정권의 안정성이 심히 위협 받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국제적 재재는 북한주민들 뿐만 아니라 북한의 주요 간부들의 동요를 일으키게 할 위험성이 있어서다. 이에 직면한 김정은 정권은 인위적으로 이를 단속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급급한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북한 당국이 36만에 노동당대회를 개최해 노동당조직을 정상화하고자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제적 제재로 인해 점차적으로 이완되어가는 북한사회를 당조직 결속력으로 안정화를 도모해 나가고자 하였다.
 
실제로 작년 5월, 북한은 노동당 대회를 개최해 조직개편 작업을 대대적으로 단행하여 노동당 조직을 통한 북한 내부 사회 결속력 제고에 매달렸다. 북한은 당규약 개정을 통해 당위원장과 정무국,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직위를 신설하고 비서제와 비서국,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직위를 폐지하였다. 비서제와 비서국을 폐지한 것은 그동안 당 정책결정 조직(당대회, 전원회의, 당대표자회의, 정치국)과 비서국( 당정책집행부서)이 분리됨으로써 당권력이 이원화되는 특성을 보여 왔다. 이에 따라 북한은 그들의 최고 영도자 김정은이 당정책 결정 조직과 당정책 집행 조직을 획일적으로 대표하고 통제할 수 있는 당 조직 일원화를 위한 개편작업을 하였던 것이다.
 
평양 당국은 김정은이 당중앙위 위원장으로서 정책결정과 집행을 유일적으로 대표하고 통제해 나갈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당권력이 김정은에게 완전 집중될 수 있도록 하였다. 한마디로 말하면 북한의 노동당을 명실상부한 김정은의 ‘유일 독재의 당’으로 만들었다. 특히 북한은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직제를 폐지하여 위원장인 김정은이 군부와 군사 관련 사업을 획일적으로 통제‧지도할 수 있는 일원화체제를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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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정권의 위기감을 반영한 전격적인 노동당 전원회의 개최
 
지난 7일, 북한의 노동당 전원회의가 전격적으로 개최되었다. 작년 5월 당 대회 이후 17개월 만이다. 물론 노동당 전원회의는 6개월에 1회 이상 소집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36년 만에 개최된 7차 당 대회를 고려할 때 이번에 소집된 전원회의는 김정은 정권의 위기감을 반영한다. 2017년도 북한이 쏘아 올린 각종 미사일과 6차 핵실험으로 인해 초래된 상당히 심화된 대북제재 조치와 더불어 실현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는 군사옵션을 포함한 미국의 독자적 대북제재 움직임이 김정은 정권의 위기감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전원회의에서 각종 인사를 통해 김정은은 노동당 친정체제 구축으로 전 사회의 결속력을 다지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평가된다.
 

첫째, 김정은의 유일한 여동생인 김여정이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출된 점이다.
 
김정은은 세습으로 정권을 장악하게 되었다. 북한은 “수령의 혈통을 이어받은 자가 후계자가 되어야 하며, 수령의 혈통을 계승하는 자라야 인민대중의 기대와 신뢰를 받으며 대중과 혼연일체를 이룰 수 있다”는 ‘혈통계승론’에 입각해 김정은 정권을 탄생시켰다. ‘혈동계승론’에 의거한 정권은 이를 직접적으로 담보해줄 살아있는 가족 후원세력을 필요로 한다. 김정일의 경우 아버지 김일성이 있었으나 김정은은 고모인 김경희 외에 실질적인 권력경험과 세력을 가진 인물은 없었다. 김정은의 형인 김정철도, 여동생인 김여정도 강력한 후원세력이 되기에는 지극히 부족했다.
고모부 장성택과 고모 김경희가 중요한 후원세력으로 꼽혀 오다가 장성택은 숙청되고 고모 김경희만 남게 되었다. 고모 김경희 역시 병약한 몸으로 알려져 있어서 큰 영향력을 발휘 못했을 수도 있지만 상징적 혈연실세로 존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이에 따라 고모를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여동생 김여정을 빠르게 권력의 전면에 부상하도록 한 것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김여정은 당중앙위원회에 오른 후 1년 5개월 만에 당 정책결정의 핵심기구인 정치국위 후보위원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고모 김경희가 만 42세에 당 중앙위 위원에 오른 뒤 당 경공업 부장에 이어 군대장 칭호를 받고 66세 때 정치국 위원(2012년)에 임명된 것에 비하면 매우 급작스런 부상이다. 이는 ‘혈통계승’에 의거하여 탄생한 김정은 정권이 친족직계 혈통의 근거리 후원세력을 그 만큼 조급하게 필요로 했다는 반증이다.
 

둘째, 최룡해의 부각이다.
 
이번에 최룡해는 당중앙위 부위원장으로서 당중앙위 군사위원회에 재 선출되었고 당전문부서 부장으로도 임명됨으로써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노동당 정무국 부위원장, 당중앙위군사위 위원,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당‧‧군‧정의 핵심실세로 자리 매김하게 되었다. 최룡해의 이 같은 부상은 일찍부터 예견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이 김정은에게 대장 칭호를 부여하면서 그의 후계자를 사실상 확정하는 자리에서 김경희, 최룡해, 그리고 김경옥에게 동시에 대장 칭호를 내린 것은 그만큼 이들에 대한 신뢰를 확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기초해서 최룡해는 당적 차원에서 군대를 지도‧통제하는 총정치국장에서 다시 중앙당으로 들어왔으며, 그 결과로 김정은 정권을 정치적으로 후원하는 유일한 ‘대장 3인방(김경희, 김경옥, 최룡해) 중 하나만 남게 된 셈이다. 혁명전통의 가족적 뿌리를 지니고 있는 최룡해는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완전히 실현할 때까지 혁명투쟁은 조금도 지체하거나 중도반단하지 않고 그것을 련속적으로 끊임없이 계속해 나가는” ‘계속혁명론’에 기반한 김정은 정권을 정당화해주는 인물로 부각되고 있다.
 

셋째, 노동당 내 김정은 자신의 실무적 신진세력을 구축한 것이다.
 
이번에 김정일 시대의 원로 세력인 김기남, 최태복, 곽범기, 리만건이 주석단에서 제외 된 대신 최룡해, 리수용, 김평해, 오수용, 김영철 등 5명과 새로 선임된 박광호, 박태성, 태종수, 박태덕, 안정수, 최휘 등 6명 만이 주석단에 이름을 올렸다. 해임자 명단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여러 정황으로 보아 김기남을 비롯한 김정일 시대의 당원로들이 퇴진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군사적 압박 위기 상황에서 북한 군부 득세를 경계하다.
 
자주, 선군, 사회주의가 김정은 시대 3대 핵심정책 노선으로 자리 잡아 왔다. 김정은이 “적대세력의 도전은 계속되고 정세는 의연히 긴장하지만 우리는 혁명의 붉은기를 높이 들고 자주, 선군, 사회주의의 한길을 따라 변함없이 나아갈 것.”이라 언명하고 있는 것은 김정일 시대의 선군정치를 이어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김정은은 선군정치를 강조하면서도 군부를 권력의 전면에서 점차 멀리하는 이중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는 미국의 군사적 옵션 실현 가능성에 직면해 북한의 군부가 득세하여 김정은 정권을 위협하게 될 위험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이번 노동당 전원회의 인사에서 당 군사조직의 약화와 군사인물들의 퇴조 경향을 보였다. 당중앙군사위원회 규모가 기존 17명에서 12명으로 축소되었고 당중앙 군사위원회 구성에서 군 현역 인물보다는 여타 부문 일꾼들로 채워진 것이 그것이다. 이는 군사인물들의 정치적 역할 약화를 의미하며 군대의 정치적 역할 확대가 정권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김정은 자신의 두려움의 발로라 할 수 있다. 군대의 정치적 역할 축소로 김정은은 그의 안정적인 정권 기반을 공고화 하고자 한 것으로 판단된다. 일반적으로 정권 초반에는 군대의 지지와 지원을 필요로 하지만 권력기반이 안정화되어 가면서 군대의 정치적 역할 확대가 정권을 위협(군부 쿠데타)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기는 하다.
 
주석단 호명에서 이전에 김영남-황병서(군 총정치국 국장)-박봉주(총리)-최룡해(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 순이었으나 이번에는 김영남-최룡해-박봉주- 황병서 순으로 이름을 올린 것은 당을 통한 군부통제를 반영한 것일 수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 다음으로 당을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최룡해가 군의 정치적 통제를 담당하고 있는 황병서를 앞선 것이다.

정영태 동양대학교 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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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은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