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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 중앙일보 기자 neoran@joongang.co.kr

[고란의 어쩌다 투자] 비트코인골드 탄생, 채굴의 민주화 성공할까

24일 오전 10시 18분경, 비트코인골드(BTG)가 탄생했다. 비트코인의 49만1407번째 블록에서 떨어져 나왔다. 8월 1일 탄생한 비트코인캐시(BCH)에 이은, 비트코인에서 유래된 두 번째 암호화폐다.
 
지난달 중국 당국의 암호화폐 규제 움직임에 3000달러 선까지 내줬던 비트코인은 비트코인골드 탄생을 앞두고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지난 21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6183.98달러까지 치솟았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서는 22일(한국시간) 719만3000원을 기록했다.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1000억 달러를 훌쩍 넘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큰 손’ 골드만삭스보다 덩치가 커졌다. 25일 오전 9시 현재는 5516.88달러(국내선 638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도대체 비트코인골드가 뭐길래 시장이 이렇게 환호한 걸까. 누가 비트코인골드를 만들었고, 비트코인골드는 왜 탄생하게 된 걸까.
출처: 비트코인매거진

출처: 비트코인매거진

 
◇탈중앙화, 사토시 정신을 복원하라
 
비트코인골드 탄생을 말하기 전, 암호화폐에서 말하는 ‘하드포크’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암호화폐는 기본적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결과다. 때문에 암호화폐도 기술 발전에 따라, 혹은 기능 개선을 위해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하드포크가 그런 일종의 업그레이드다. 하드포크 과정에서 개발자ㆍ채굴업자 등 이해 당사자들 간의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암호화폐가 쪼개지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지난 8월 1일, 비트코인캐시(BCH)가 탄생한 배경이 그렇다. 블록 처리 용량을 늘리는 방법을 놓고 개발자들과 채굴업자(miner)들이 대립했다. 개발자들은 블록에서 서명을 분리하는 방법(세그윗)을 통해 처리 용량을 늘리자고 했고, 채굴업자들은 아예 지금의 1메가바이트(MB) 블록 사이즈 자체를 키우자고 제안했다. 끝까지 합의가 안 돼, 세계 최대 마이닝풀(채굴업자들의 연합)인 앤트풀을 이끌고 있는 우지한 비트메인 대표 주도로 탄생한 게 비트코인캐시다.
 
(관련기사 ‘[고란의 어쩌다 투자] 5000달러 눈앞 비트코인, 8월 영광을 다시 한번?’)
 
비트코인골드 탄생을 주도한 세력은 홍콩의 비트코인 채굴업체인 라이트닝ASIC의 잭 라이오 대표다. 그는 지난 7월 비트코인골드의 탄생을 예고했다. 비트코인 블록 처리 용량을 늘리는 방법을 놓고 개발자와 채굴업자들끼리 서로 극한 대립하던 시기다.  
 
그를 비롯해 비트코인골드를 지지하는 세력의 문제 의식은 비트코인 채굴 세력의 거대화ㆍ독점화다. 2009년 익명의 개발자 사토시 나카모토가 만든 최초의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정신은 ‘탈중앙화(decentralized)’다. 국가가 통제하는 ‘중앙화’된 화폐 시스템에 대한 반발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만든 화폐가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의 원리를 담은 사토시 백서. 출처: 사토시나카모토연구소

비트코인의 원리를 담은 사토시 백서. 출처: 사토시나카모토연구소

 
비트코인 생태계를 유지하는 큰 두 축은 개발자들과 채굴업자들이다. 채굴업자들은 비트코인 거래가 유효한지를 증명해주는 대가로 비트코인을 보상 받는다. 일명 작업증명(Proof of Work, PoW) 방식의 채굴인데, 컴퓨터로 복잡한 연산식을 푸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비트코인 초기에는 개인 컴퓨터만으로도 채굴이 가능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연산식)가 어려워지면서 전문 채굴업자들이 등장했다. 단순히 컴퓨터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채굴만을 위한 컴퓨터인 전용 채굴기(ASIC)를 돌려야 채산성을 맞출 수 있는 수준이 됐다(개인 컴퓨터를 이용할 경우 현재는 채굴을 통해 얻는 비트코인보다 전기료가 더 나오는 일이 벌어진다).
 
비트코인 채굴에 최적화된 채굴기를 만들고, 또 자체적으로 채굴기를 돌려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업체들 대부분은 중국계다. 이들은 채굴을 가장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연합해 일종의 광산인 마이닝풀을 만든다. 마이닝풀 역시 대부분은 중국 업체들이고, 이들 중국계 마이닝풀의 채굴량은 전체 비트코인 채굴량의 90%에 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탈중앙화를 모토로 내건 비트코인이지만 채굴하는 방식은 철저히 중앙화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 경제의 논리에 따라 독점이 심화됐다. 현실 세계에서라면 정부가 개입해 시장의 독점을 바로 잡고, 공정 경쟁을 유도하겠만 암호화폐 세계에선 정부가 없다. 대신 독점화에 반대하는 세력이 대중의 호응을 유도하며 반란을 일으켰다. 기존 질서에 반하는 반란이 이번 하드포크이고, 그 결과물이 비트코인골드의 탄생이다. 
 
출처: 비트코인골드 공식 홈페이지(btcgpu.org)

출처: 비트코인골드 공식 홈페이지(btcgpu.org)

 
비트코인골드 공식 홈페이지(btcgpu.org) 첫 화면에 나온 글귀가 ‘비트코인을 다시 탈중앙화 시켜라(Make Bitcoin Decentralized Again)’다. 이들이 제시하는 로드맵에는 “새로운 작업증명 방식의 알고리즘을 도입해 누구나 쉽게 채굴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보다 탈중앙화되고 민주적인 채굴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사토시가 구현하려는 원래 버전의 비트코인에 더 가까울 것”이라고 밝혔다.
 
비트코인골드는 비트메인 등 채굴업체가 주도하는 전용 채굴기(ASIC)로는 채굴할 수 없는 암호화폐다.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 가능한 그래픽카드(GPU)로 채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비트코인골드는 채굴업자들의 희망”이라고까지 말한다. 주로 이더리움을 GPU로 채굴했는데, 이더리움재단 측이 채굴 방식을 컴퓨팅 파워가 필요없는 지분증명(PoS) 방식으로 바꾼다고 선언하면서 GPU가 쓸모 없어지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비트코인골드를 지지하는 개발자 로버트 퀴네는 최근 비트코인 전문 뉴스매체인 비트코인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이번 하드포크를 통해 이루려는 진짜 목적은 영구적으로 전용 채굴기(ASIC)에 대항하는 버전의 비트코인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골드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로드맵 초록의 마지막 부분에는 “만약 비트코인골드의 실험이 비트코인 커뮤니티의 지지를 받아 성공한다면, 언젠가 비트코인 그 자체도 하드포크를 통해 (탈중앙화된) 작업증명 방식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언급돼 있다.
 
◇“소스코드도 공개 안 하는데…” 비트코인골드 성공할까
 
암호화폐 하드포크 시점은 현실 세계의 시간이 아니라 블록체인 상에서 몇 번째 블록에서 일어나는지에 따라 정해진다. 비트코인골드는 비트코인의 49만1407번째 블록에서 하드포크를 하기로 했고, 그 시기는 당초 25일로 예상됐다. 그런데 블록 생성 주기가 단축되면서 한국 시간으로는 24일 오전 10시 18분경에 하드포크가 일어났다.
 
비트코인골드는 하드포크 시점에 비트코인을 가진 이들에게 동일한 수량만큼 지급된다. 실제 지급일은 11월 1일이다. 거래소에서는 해당 시점을 기준으로 비트코인의 소유주와 소유량을 파악하는데 이런 작업을 ‘스냅샷’이라고 한다. 특정 시점을 사진으로 찍어 소유 증거 기록을 남긴다고 생각하면 된다. 스냅샷 이후에는 비트코인을 팔아도, 11월 1일 비트코인골드를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스냅샷 이후부터 11월 1일 전에 비트코인을 사더라도 비트코인골드를 받을 수 없다.
 
개인 지갑이 아닌 거래소를 이용해 비트코인을 보관하는 경우엔, 해당 거래소가 비트코인골드를 지원하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약 20여개 거래소만이 비트코인골드 지원 방침을 밝혔다. 국내 3대 거래소인 빗썸ㆍ코인원ㆍ코빗 등은 모두 비트코인골드를 지원키로 했다.  
 
다만, 11월 1일 이후 비트코인골드를 상장할 지 여부는 미지수다. 빗썸은 24일 공지를 통해 “기술적인 측면에서 리스크가 상당히 존재한다고 판단한다”며 “비트코인골드의 상장 여부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안정성이 확보된 후 결정 및 공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트코인 가격은 하드포크 직후 떨어졌다. 하드포크를 기점으로 비트코인골드가 지급되는 것이기 때문에 주식으로 치자면 일종의 배당락이 발생한 셈이다. 비트코인골드 지급을 염두해 시장에 들어왔던 매수세사 빠지면서 하드포크 직전 697만1000원(빗썸 기준)까지 올랐던 비트코인 가격은 10시 40분 경에는 635만원까지 떨어졌다. 
25일 오전 12시 30분 기준. 자료: 빗썸

25일 오전 12시 30분 기준. 자료: 빗썸

 
반면 비트코인을 제외한 다른 암호화폐 가격은 일제히 상승했다. 호재(비트코인골드 지급)가 사라졌기 때문에 단기 투자하는 이들은 더 이상 비트코인을 들고 있을 필요가 없다. 이들이 비트코인을 팔아 다른 암호화폐를 사기 시작했다. 하드포크 직전 33만원선이던 시가총액 2위 암호화폐 이더리움은 하드포크 이후 20분만에 35만원선으로 뛰었다.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 25일 오전 9시 현재는 34만3000원에 거래 중이다.  
 
비트코인골드가 성공할지, 곧 높은 가격으로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될지는 미지수다. 일부서는 기술적 오류로 실패할 것으로 본다. 암호화폐는 오픈소스 기반으로 참여자 모두가 동일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암호화폐의 소스코드는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 그런데 비트코인골드는 아직까지도 소스코드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비트코인캐시의 경우엔 하드포크 전에 소스코드를 공개했다.
 
소스코드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건 소스코드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의심해 볼 여지가 충분하다. 소스코드가 완성되지 않았다면 하드포크 때 나타날 수 있는 가장 큰 리스크, 일명 ‘리플레이 어택(replay attack)’이 발생할 수도 있다. 리플레이어택은 개인 전자 지갑 주소에 저장된 암호화폐가 유사한 전자 지갑으로 중복 출금되는 현상이다. 곧, 나도 모르게 기술적인 오류로 내 돈이 빠져나가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우려 때문에 글로벌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비트코인골드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게다가 24일(현지시간) 비트코인골드 공식 홈페이지가 디도스 공격을 받아 다운되는 일도 벌어졌다. 홈페이지 다운과 비트코인골드 자체의 보안 이슈를 연결지을 순 없지만 비트코인골드에 대한 불안한 시선을 거두기 어렵다.   
출처: 크립토코인뉴스

출처: 크립토코인뉴스

 
아직 비트코인골드가 지급되지 않았지만 일부 거래소에서는 선물의 형태로 비트코인골드를 거래하고 있다. 러시아 암호화폐 거래소인 요빗에서는 비트코인골드가 탄생 직후 0.196비트코인(약 970달러)까지 급등했다가 이후 급락, 현재는 0.052비트코인(약 290달러)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에서 떨어져 나온 비트코인캐시는 현재 326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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