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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접시 같은 F-22 뜰때, 한국은 장성들 망신주기 바빴다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비행접시 같은 F-22의 곡예비행과 초라한 한국 방위산업 
16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프레스데이 행사에서 미국의 최신예 전투기 F-22A가 기동하고 있다.2017.10.16. 김상선

16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프레스데이 행사에서 미국의 최신예 전투기 F-22A가 기동하고 있다.2017.10.16. 김상선

 
북핵 미사일 위기가 소강 상태다. 일단 북한이 숨을 죽이고 있다. 북한 사정을 알 수는 없지만 더 큰 대결 국면을 앞두고 준비작업 중인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다음달 한·중·일 순방 이후 중대 결심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한·미 해군은 동해에서 해상시위 성격의 대규모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경기도 성남에선 미 공군의 최첨단 전투기 F-22가 강력한 파워를 과시했다.
 

지난 18일 경기도 성남 공군기지 상공에선 미 공군의 최신예 전투기 F-22 랩터(Raptor)가 관중의 눈을 홀렸다. 활주로의 북쪽 끝에서 출발한 F-22는 이륙하자마자 순식간에 수직으로 치솟았다. 수평으로 고속으로 날다가 다시 수직으로 고개를 치든 뒤 곧바로 방향을 옆으로 바꿨다. 바람에 종이연이 날리는 모양새로 움직였다. 우주인의 비행접시처럼 보였다. 기존의 전투기로서는 흉내도 내지 못하는 공중기동이다. 이 전투기에 장치된 추력편향장치 덕분이다. 추력편향장치는 엔진에서 분사되는 추력의 방향을 상하로 마음대로 바꾸는 기능이다.
 
눈에 보일 듯 말 듯한 고공의 F-22는 마치 독수리가 지상의 먹이를 찾을 때처럼 정지한 듯 움직였다. 그러다가 관중석 앞에선 동체를 코브라처럼 세우곤 자동차 속도로 천천히 비행했다. 이른바 코브라 기동이다. 하지만 관중석 가까이에서 고속으로 비행할 때 내는 굉음의 파동은 가슴팍을 흔들었다. 강한 힘이 다가왔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F-22 전투기가 이날 성남기지에서 시범 비행한 것은 서울 국제항공방산전시회(ADEX·17∼22일)가 열리고 있어서다. 이 전투기는 2015년에 이어 두 번째 참가했다. 그러나 북핵 위기로 긴장이 고조된 올가을의 비행은 과거와 달랐다. F-22의 강력한 전투력 때문이었다. 최고 속도가 음속의 2.25배이고 마하 1.8의 초음속으로 계속 비행할 수 있는 고성능 전투기인 F-22는 전 세계 어떤 전투기와 공중전을 벌여도 이긴다는 평가다.
 
1m 크기의 물체를 400㎞ 밖에서 찾아내 공대공 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다. 대전권에 떠 있으면서 평양 상공에 있는 북한 전투기를 탐지해 요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가 하면 적기의 레이더엔 구슬 크기의 물체로 나타나 육안으로 보기 전까지는 존재를 알 수가 없다. 최첨단 스텔스 기능이다. 이와 같은 장점으로 랩터는 북한 상공을 침투해 정밀타격임무를 얼마든지 수행할 수 있다. 진짜 전투력은 F-22의 데이터 융합과 통신체계다. 레이더 등 각종 탐지장치가 표적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그 정보를 초당 기가바이트로 다른 F-22와 주고받는다. F-22 편대가 전투 상황을 완벽하게 공유해 한몸처럼 작전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행임무를 마친 F-22 전투기는 활주로 옆의 주기장에 다른 전투기들과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랩터 2대와 F-35 2대 등이었다. F-35는 이날 시범비행을 하지 않았지만 F-22의 동생 뻘이다. 미 의회가 세계 최고의 전투기를 만들라는 주문에 따라 F-22를 개발한 뒤 그 기술을 모아 좀 더 작게 만든 게 F-35다. F-35는 F-22보다 기체가 작고 기동성은 떨어지지만 역시 스텔스형 5세대 전투기다. 큰 기체가 레이더상에는 골프공 크기로 인식된다. 따라서 F-35 또한 북한의 레이더망 사이로 침투해 지상타격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한국 공군에는 내년부터 이 전투기가 들어온다. 유사시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제거하는 킬체인(Kill Chain)의 핵심 수단이다. F-35가 북한 상공에 떠서 미사일이나 유도폭탄으로 북한군 탄도미사일을 직접 파괴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이날 전시회에서 눈에 띈 것은 한국이 개발 중인 한국형 전투기(KFX)의 핵심장치였다. 다기능위상배열레이더(AESA)와 적외선추적레이더, 전투기용 임무컴퓨터 등이다. 미국이 기술 제공을 거부해 한국의 개발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지만 이미 완성 단계에 왔다. AESA 레이더는 1000개 이상의 안테나 모듈을 촘촘히 장치해 각각의 안테나에서 전자빔을 쏘아 적기를 탐지하고 이를 컴퓨터로 자동으로 종합해 분석하는 첨단 레이더다. 국방과학연구소(ADD) 개발 담당자는 “현재 F-35에 장착된 AESA 레이더에 가까운 수준으로 개발했다”며 “조만간 이스라엘에서 실전적 검증을 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산무기로는 ADD가 개발한 전술지대지 미사일(KTSSM)과 국내 방산업체가 생산한 소형 활강유도폭탄(KGGB)에 눈길이 갔다. 국방부 지시로 ADD가 비밀리에 개발한 전술지대지 미사일은 북한 장사정포의 갱도 진지를 정밀 파괴하는 성능을 갖고 있다. 북한이 유사시 남한에 보복하기 위해 수도권을 향해 장사정포를 쏘면 우리 군은 즉각 전술지대지 미사일로 장사정포 갱도를 파괴한다. 이 미사일은 갱도를 덮고 있는 콘크리트를 뚫고 들어가 터지기 때문에 갱도 입구를 완전히 막아버린다. 또 KGGB는 공군 전투기에 장착돼 투하되는데 이 폭탄에 달린 날개를 이용해 70㎞를 비행한다. 정확도는 13m 이내다. 업체 관계자는 “KGGB에는 날개와 함께 GPS 등 유도장치가 있어 휴전선 너머 산악지형을 우회해 북한 장사정포의 갱도를 파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 두 가지 무기체계의 장점을 높이 평가해 다량 생산할 계획이다. 북한이 장사정포를 발사하면 단시간 안에 모두 파괴하기 위한 포석이다. 전술지대지 미사일과 KGGB를 충분히 확보하면 미국이 대북 군사옵션을 발동할 때 북한의 대남 보복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7일 이번 전시회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독자적인 항공우주산업과 방위산업의 역량 확보가 절실하다”며 방산기술 강화와 수출에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방산업체의 이윤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 지난 20년간 감사원의 주요 업무가 방산원가 다툼 조사였다.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 모두 ‘방산=비리’로 몰았다. 감사원과 검찰을 내세워 방산비리를 끝없이 조사했지만 원가 부풀리기 외엔 별로 잡은 게 없다. 최윤희 전 합참의장과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을 비롯한 장성 여럿을 구속시키며 망신을 줬지만 대부분 무죄로 석방됐다. 이 바람에 방위사업청은 사업을 마친 뒤 조사받을 게 겁이 나 안전한 것만 찾는다. 항공산업도 문제다. KFX는 4.5세대 전투기지만 미·중·일·러 등은 벌써 6세대 전투기를 개발 중이다. 한국은 방산비리 트라우마로 6세대 전투기의 기반투자는 물론, 개발도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이래서야 방산이 육성되고 국제적 경쟁력을 갖출 리 만무하다. 말로만 방산 육성을 외칠 게 아니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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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은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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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