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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만난 사람] “텔레마케터, 접시닦기 등 저임금 일자리 대부분 기계가 대체 … 탈 세계화시대 열린다”

칼 프레이 교수는 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세계경제연구원 주최 강연회에서 ’정치·교육으로 자동화의 위협에서 벗어나자“고 말했다. [중앙포토]

칼 프레이 교수는 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세계경제연구원 주최 강연회에서 ’정치·교육으로 자동화의 위협에서 벗어나자“고 말했다. [중앙포토]

“자동화는 탈 세계화를 가속할 것이다.”
 
칼 프레이 영국 옥스퍼드대 마틴스쿨 교수는 4차산업혁명이 발달하면 기존 세계화의 기조가 쇠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화는 제조업 등에서 저임금·저숙련 노동력이 필요한 선진국이 개발도상국 인력을 아웃소싱이나 이민자 형태로 활용하며 작동한 측면이 크다. 하지만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활용한 자동화가 가속하면서 이 구조가 깨지고 있다.
 
프레이 교수는 19일 ‘직업의 미래, 이번엔 다른가’를 주제로 세계경제연구원이 주최한 조찬 강연에서 “제조·물류 분야에서 3D 프린팅 등 새로 개발된 기술이 사람을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다”며 “저임금·저숙련 인력 필요성이 낮아져 이민이 줄고 생산라인도 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부는 반(反)이민 분위기도 자동화의 영향으로 심화할 거로 봤다. 프레이 교수는 미래 일자리 전문가다. 2013년 같은 대학의 마이클 오스본 교수와 ‘고용의 미래’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프레이 교수는 논문을 통해 “20년 안에 미국의 706개 일자리 중 47%가 자동화로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4차산업혁명 기술이 인간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장 먼저 제기했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과 미국 정부도 프레이의 주장을 인용한 보고서를 잇달아 내놨다.
 
물론 프레이 교수는 기계가 모든 일자리에서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고 본다. 기계보다 사람이 경쟁력 있는 부분이 여전히 많다. 대표적으로 ‘창의성’ , ‘사회적 지능(대인관계)’, ‘인지 및 조작과 관련한 작업 수행’ 등에서다. 프레이 교수는 “인간이 생각지 못한 수를 둔 알파고가 창의적이라고도 보지만 바둑만 해도 경우의 수 계산이 가능하다”며 “위 세 가지 분야는 인간만이 느끼고 판단해 수치·단순화하기 어려워 기계가 대체할 가능성이 작다”고 말했다.
 
직무 유형에 따라 컴퓨터 자동화로 대체되지 않는 직업.

직무 유형에 따라 컴퓨터 자동화로 대체되지 않는 직업.

프레이 교수는 ‘고용의 미래’ 보고서에서 패션 디자이너와 홍보담당자, 외과 의사 등을 기계가 대체하기 어렵다고 봤다. 사회적 지능과 창의성, 인지와 손재주 능력 때문이다. 반면 접시닦이와 법원 서기, 텔레마케터 등은 기계에 자리를 뺏길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이 양상이 일자리 양극화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프레이 교수는 “10년 전과 비교해 새로 생겨난 직업이나 일자리는 바이오·디지털 등 특정 분야에 집중돼 있다”며 “앞으로 4차산업혁명으로 생겨나는 직업도 특정 분야나 지역에 치중돼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무직 등 중간 난이도의 서비스·제조업 일자리를 기계가 대체함에 따라 단순 서비스 일자리의 임금은 지금보다 더 낮아지고, 고숙련 고부가 일자리의 임금은 더 올라갈 것이란 주장이다.
 
이는 국가간 빈부격차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프레이 교수는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제조업을 성장시켜 경제를 발전시키는 게 과거 선진국의 성공 공식이었으나 자동화로 인해 이 공식이 통하지 않아 기술 발달의 수혜가 개발도상국에 돌아가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이 아닌 원자재 수출 등에 의존하는 아프리카 국가 등이 기계화 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변화를 막을 방법은 무엇일까. 프레이 교수는 해법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에서 찾았다. 바로 정치와 교육이다. 프레이 교수는 “과거 교통·군사·운송 분야의 핵심이던 말은 기계에 자리를 뺏겨 지금은 스포츠에나 쓰이고 있다”며 “인간이 말과 다른 점은 투표를 통해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당선도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프레이 교수는 “자동화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지역일수록 트럼프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높았다”며 “직업이 사라질 수 있다는 사람의 위기감이 정치적 행동으로 나타낸 사례”라고 말했다.
 
실제 정치가 변화를 일으킨 적도 있다. 프레이 교수는 “19세기 2차 산업혁명 초기 임금 착취, 아동노동 등의 문제가 나타났다”며 “노동운동 등 정치 활동이 근로 환경을 개선했고, 일자리는 오히려 더 늘었다”고 말했다. 적절한 정책 개입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프레이 교수는 저소득 급여자에 대한 근로장례세제 등을 통해 자동화의 부정적 영향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 방식의 변화도 중요하다. 프레이 교수는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창의적 인재를 키우는 수업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라며 “수업 방식을 창의성과 대인관계, 인지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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