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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sible 한반도(2)] 김영철 대남비서를 교체할 때

김영철(71) 북한 대남비서는 대표적인 강경파로 알려진 사람이다.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의 주범으로 알려져 남북관계 개선에 적임자가 아니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남북 관계가 험악했던 2016년 초에 임명돼 당시 상황을 반영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인사로 해석된다.
 
북한 김영철 대남비서.  [연합뉴스]

북한 김영철 대남비서. [연합뉴스]

대남비서는 대남공작과 함께 남북대화를 주도하는 사람이다. 그동안 대남비서는 국제비서를 맡았던 김용순·김양건 등 국제적 감각을 겸비한 대화파들이 주로 맡아왔다. 김영철이 군인 출신으로 대남비서를 맡은 것은 1968년 1·21사태의 주역 가운데 한 명인 허봉학 이후 처음이다. 김영철은 1990년 9월 제1차 남북고위급 회담을 시작으로 2007년 제2차 남북국방장관 회담까지 북한 대표로 꾸준히 참석해 남북 대화에 경험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자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파트너로 적합한 인물은 아니다. 김정은이 한국 정부에 맞춰 대남비서를 교체할지는 자신이 판단하겠지만 남북 관계를 고려하면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의 대화에 집중하려는 김정은이 한국에 관심이 없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남북 관계를 완전히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최근 B-1B 전략폭격기의 잦은 출현으로 ‘강공 드라이브’의 손익 계산서에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강공’을 지속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미국 대통령들처럼 ‘대화의 손’을 내밀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다. 68년 푸에블로 나포 사건처럼 미국이 먼저 대화를 제안해 ‘폼’을 잡았던 것을 재현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정은이 이번에 상대를 잘못 판단했다. ‘치킨 게임’을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에 오히려 말려들 수 있다는 것을 늦게 깨달은 것이다. 최근에는 바짝 엎드려 있다. 미국에 오해 받을 수 있는 경거망동한 행동을 절대로 하지 말라고 인민군에 지시한 듯하다.
 
김정은은 지난 7일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면서 이용호 외무상을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 승진시켰다. 강경파보다 대화파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도로 파악된다. 아울러 지난 7일 인사에서 빠졌지만 김영철의 교체설까지 최근 중국에서 나돌고 있다.
 
기세등등했던 정찰총국장(2009~2015년) 시절의 버릇이 남아 있던 김영철은 지난해 대남비서의 권한을 무리하게 확장하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기존 정찰총국과 월권행위로 마찰이 생겼고 개인 비리까지 보태져 혁명화 처벌을 받기도 했다. 김정은이 여차하면 날릴 사람이다. 사실 확인 여부는 시간이 지나면 밝혀지겠지만 김영철이 물러나고 대화파 인사가 대남비서에 임명되면 남북 관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김영철이 주도하는 대남라인은 자신과 가까웠던 군인들로 채워졌다. 대표적으로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을 들 수 있다. 인민군 중장(별 둘)으로 김영철의 오른팔이다. 이선권 외에도 군인 출신들이 대남라인에 상당수 포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해김영철이 대남비서를 맡으면서부터 난수방송(숫자나 문자 등으로 만든 암호를 전달하는 방송)을 재개하는 등 냉전 시대에나 통했던 방법을 다시 사용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왼쪽에서 둘째)이 2016년 2월 평양에서 열린 당 중앙위, 당 인민군위원회 연합회의를 지도하고 있다. 정찰총국장에서 대남비서로 자리를 옮긴 김영철(김정은 오른쪽)이 인민복을 입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왼쪽에서 둘째)이 2016년 2월 평양에서 열린 당 중앙위, 당 인민군위원회 연합회의를 지도하고 있다. 정찰총국장에서 대남비서로 자리를 옮긴 김영철(김정은 오른쪽)이 인민복을 입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노동신문]

김정은이 올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의 개선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파국상태에 처한 현 북남관계를 수수방관한다면 그 어느 정치인도 민족 앞에 지닌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한다고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동족끼리 서로 싸우지 말고 겨레의 안녕과 나라의 평화를 수호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일관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생각이 바뀌지 않았다면 김정은은 김영철을 교체해야 한다. 김정은이 ‘강공’에 따른 손익계산서를 이른 시일내에 수정하려면 주변에 대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곁에 적절히 둬야 한다. 2013년 선포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을 위한 병진노선을 성공시키려면 더더욱 그렇다. ‘제2의 김양건’을 발굴해 곁에 둬야 신년사에 본인이 한 약속을 지킬 수 있다.
 
김정일은 강성대국 등 거대한 슬로건을 내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목표를 내세웠지만 허장성세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김정은은 김정일과 달리 스스로 공헌할 말에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리고 끊임없이 점검하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그의 결단을 기대해 본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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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은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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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