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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성미자 진동 정밀 측정해 물질의 기원 단서 포착한다

[조현욱의 빅 히스토리] ‘깊은 땅속 뉴트리노 실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었던 일본의 수퍼카미오칸데 시설. 지하 1㎞에 5만t의 순수한 물을 담은 탱크를 설치해 중성미자를 검출했다.[Super-Kamiokande/NASA]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었던 일본의 수퍼카미오칸데 시설. 지하 1㎞에 5만t의 순수한 물을 담은 탱크를 설치해 중성미자를 검출했다.[Super-Kamiokande/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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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가장 풍부한 입자 중 하나가 뉴트리노, 즉 중성미자다. 전기를 띠지 않은(중성) 미세한 입자(미자)를 말한다. 광자에 이어 두 번째로 숫자가 많다. 별이나 행성, 사람을 구성하는 입자의 10억 배에 이른다. 매초 수백조 개가 우리 몸을 빛에 가까운 속도로 통과한다. 대부분 태양에서 생성된 것이다. 우주에서 날아온 입자들이 지구의 대기와 부딪쳐 만들어진 것도 일부 있다. 초신성 폭발 등으로 먼 우주에서 생성돼 직접 지구로 날아오기도 한다. 우주가 탄생한 직후에도 엄청난 양이 만들어졌다(그래픽).
 
다행인 것은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 몸은 물론이고 지구 자체를 아무런 장애물이 없는 양 무사통과한다. 극히 드물게 원자핵과 충돌하기도 한다. 이 경우 생성되는 결과물이 전자와 그 사촌인 뮤온과 타우 입자다(전자와 무게만 다를 뿐 다른 모든 성질이 같다).
 
이에 따라 전자 뉴트리노, 뮤온 뉴트리노, 타우 뉴트리노의 3종으로 구분된다(양자역학에서는 flavor, 즉 향이 3종이라고 말한다). 모두가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에서 분류하는 17종의 기본 입자에 속한다. 전자 뉴트리노가 처음 발견된 1962년 이래 50여 년이 지났지만 이들의 정체는 여전히 수수께끼다.
 
 
중성미자가 질량 갖는 이유는 미스터리
가장 기이한 특징은 3종류가 서로 정체를 바꾼다는 점이다. 처음 출발할 때는 뮤온 중성미자였는데 도착할 때는 전자 중성미자나 타우 중성미자로 바뀌어 있는 식이다. 진동이라 불리는 현상이다. 15년 전 이런 속성이 발견되자 오랜 미스터리의 하나가 해결됐다. 1960년대 과학자들은 태양의 핵융합 과정에서 쏟아져 나오는 전자 뉴트리노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실제로 관측되는 양은 이론상 예측된 양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진동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나머지 3분의 2는 태양에서 지구로 오는 도중에 뮤온이나 타우 뉴트리노로 바뀌었던 것이다. 측정 기기는 오로지 전자 뉴트리노만 탐지하도록 설정돼 있었다.
 
이에 따라 문제는 해결됐지만 또 다른 미스터리가 노출됐다. 양자역학 이론에 따르면 뉴트리노가 향을 바꾸는 유일한 방법은 질량을 가지는 것이다. 하지만 표준 모형에 따르면 그럴 수 없다. 이 모형은 자연의 기본 입자와 이들이 움직이는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물리학자들이 만들어 낸 최상의 모델이다. 지금껏 알려진 다른 모든 입자들의 행태를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설명하고 예측해 왔다. 중성미자에는 질량이 없어야 한다. 15년 전까지만 해도 과학자들을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캐나다와 일본에서 실험한 결과는 달랐다. 극히 미세한 질량을 가진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그 값은 가장 가벼운 입자로 꼽히던 전자의 100만 분의 1 이하다.
 
뉴트리노가 질량을 가지는 이유는 미스터리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입자가 향을 바꿀 수 있으려면 각각의 향이 각기 다른 질량 상태로 구성돼 있어야 한다. 괴이하게도 3종의 중성미자는 확정적인 질량을 가지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이는 3가지의 질량 상태가 입자마다 각기 다른 비율로 섞여 있으면서 진동하는 탓으로 해석된다. 뉴트리노가 비행할 때 각각의 질량 상태와 관련된 부분은 약간 다른 속도로 날아간다. 광속에 가깝게 이동하는 입자의 속력은 질량이 무거울수록 느려지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먼저 도착하고 늦게 도착하는 부분이 생기고 이에 따라 3가지 질량상태의 구성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근래 이들 입자는 물리학계의 커다란 관심을 끌고 있다. 질량을 가지게 되는 과정이 여타의 입자들과 다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대형강입자충돌기 실험을 통해 2012년 확인된 힉스 입자를 보자. 이것은 여타의 입자들에게 질량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중성미자에게는 이것이 해당되지 않는다. 새로운 입자나 힘, 혹은 현상이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기대를 모으는 것이 지난 7월 미국에서 기공식을 마친 ‘깊은 땅속 뉴트리노 실험(Deep Underground Neutrino Experiment, DUNE)’이다. 미국 에너지부와 국립페르미연구소가 주관하는 15억 달러(1조7000억원) 규모의 국제 프로젝트다. 30개국 160개 기관에 소속된 과학자와 공학자 1000여 명이 설계와 운영 계획에 참여하고 있다. 과거보다 2배 강력한 뉴트리노 빔을 기존 최대치보다 100배 이상 커다란 검출기에 쏘아 보낼 예정이다.
 
실험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그래픽 참조). 먼저 일리노이주 소재 페르미연구소의 입자 가속기에서 뉴트리노 빔을 만들어 낸다. 양성자 빔을 흑연 조각에 충돌시키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 빔은 근접 검출기를 통과한 뒤 1300㎞ 떨어진 사우스다코타주의 샌포드 지하연구시설에 있는 원거리 검출기에 포착된다. 여기에는 영하 186℃의 액체 아르곤이 가득 차 있는 1만7000t짜리 탱크 4개가 동원된다. 아르곤 원자핵과 충돌한 소수의 중성미자는 전자나 뮤온, 타우 입자를 만들어 낸다. 검출기는 지구를 폭격하는 우주 입자가 만들어 내는 외부 중성미자의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 지하 1.6㎞ 깊이에 자리 잡고 있다.
 
출발하는 뉴트리노는 대부분 뮤온 유형이지만 중간에 다른 유형으로 바뀔(진동할) 것이다. 이를 정확히 측정하면 뉴트리노의 성질과 우주에서의 역할을 파악하는 데 큰 진전을 이룰 수 있다.
 
이런 방법의 또 다른 장점은 태양계 밖에서 분출되는 뉴트리노를 탐지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예컨대 1987년 태양계 인근에서 폭발한 초신성은 세계의 모든 뉴트리노 검출기에 도합 25건의 흔적을 남겼다. DUNE에선 이와 비슷한 폭발이 있을 경우 10초 내에 수천 건을 관측할 수 있을 것이다. 중성미자의 종류와 시간적 변화에 대한 자료는 초신성과 중성자별을 이해하는 데 귀중하다.
 
이 실험은 또한 양성자가 붕괴하느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탐지기에 있는 대량의 아르곤에는 수많은 양성자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입자 물리학의 표준 모형에 따르면 붕괴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대통일 이론을 주장하는 일부 과학자는 충분히 오랜 시간이 지나면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한다. 대통일 이론이란 중력을 제외한 자연의 기본 힘 모두를 하나의 틀로 설명하려는 시도다. 실제로 붕괴가 일어난다면 검출기는 ㎜ 단위의 정확성으로 해당 장소를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실험에선 물질의 기원에 대한 단서가 포착될 수도 있다. 이는 물리학의 가장 큰 수수께끼 중 하나다. 우주를 탄생시킨 빅뱅에서는 똑같은 양의 물질과 반물질이 만들어졌어야 한다. 반물질이란 물질과 다른 속성은 동일하되 전하나 스핀이 반대인 물질을 말한다. 둘이 만나면 에너지를 남기고 소멸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 우주는 물질로 가득 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빅뱅 초기에 일부 물리법칙이 지금과 다르게 작동했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입자인 동시에 반입자일 가능성에 흥분
2027년 미국 ‘샌포드 지하연구시설’에 설치될 초정밀 중성미자 검출기. 1만7000t의 액체 아르곤을 담은 4개의 모듈로 구성돼 있다. [DUNE]

2027년 미국 ‘샌포드 지하연구시설’에 설치될 초정밀 중성미자 검출기. 1만7000t의 액체 아르곤을 담은 4개의 모듈로 구성돼 있다. [DUNE]

물리학자들을 흥분시키는 하나의 가능성은 중성미자가 입자인 동시에 자신의 반입자라는 것이다. 이 경우 기존의 힉스장과 상관없이 아직 발견되지 않은 다른 장과의 상호작용으로 질량을 얻을 방법이 생긴다. 이 같은 시나리오를 뒷받침하는 수학 이론에 따르면 매우 무거운 뉴트리노들이 있어야만 한다. 아마도 기존의 가장 무거운 입자보다 많게는 1조 배가량 무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질량 척도를 발견한다면 획기적인 진보의 첫걸음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과학자들은 자신의 반물질 입자와 다르게 행동하는 그런 유형의 입자를 찾는 중이다. 예컨대 반중성미자가 중성미자와 다른 비율로 진동하는 징후를 찾을 것이다. 이론에 따르면 예컨대 반물질 뮤온 뉴트리노가 전자 뉴트리노로 변하는 비율은 물질 뮤온 뉴트리노의 2분의 1에서 2배 사이의 어딘가일 것이다. 이것은 엄청난 차이고 최초의 싸움에서 물질이 승리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이번 실험에선 소위 비활성 중성미자의 존재 여부도 확인이 가능하다. 통상 물질과 전혀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기존의 여러 실험에서는 그 존재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기존 유형보다 훨씬 더 무거운 상태로 존재하는 것일 수 있다는 말이다.
 
DUNE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정치적 분위기와 자금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과거 많은 대형 물리프로젝트를 무산시킨 장애물이다. 지난 7월 과학자들과 공무원들은 앞으로 3년 이상 걸릴 큰 공사의 첫 삽을 뜨는 기공식을 했다. 페르미 연구소의 시설은 2026년, 샌포드 검출기는 2027년 완공될 계획이다.
 
 
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서울대 졸업. 중앙일보 논설위원, 객원 과학전문기자,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부 초빙교수 역임. 2011~2013년 중앙일보에 ‘조현욱의 과학산책’ 칼럼 연재. ‘조지형 빅 히스토리 협동조합’을 통해 빅 히스토리를 널리 알리면서 과학 저술과 강연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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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