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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자연을 꿈꾸지만 말고 도시를 바꿔라

인터뷰 │ 서울 온 디자인계의 미래학자 존 타카라
 
새로운 미래, 어떻게 번성할 것인가 표지

새로운 미래, 어떻게 번성할 것인가 표지

새로운 미래,
어떻게 번성할 것인가
존 타카라 지음
황성연 옮김, 안그라픽스
 
디자인계의 미래학자, 작가, 강연자. 컨퍼런스 프로듀서…. 영국왕립예술대 수석연구원 존 타카라(John Thackara·66)를 부르는 말이다. ‘미래의 삶’ ‘미래 도시’를 논하고 준비하는 자리에 각계 전문가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그를 초청하고, 디자이너들 역시 그의 이야기를 듣고 토론하고 싶어한다. 공동체·디자인의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는 그를 통해 미래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 안목을 키우고 영감을 받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그가 출간한 십 수권의 도서 중 2005년 미국 MIT 출판사에서 출간한 『인 더 버블』(In the bubble : Designing in a complex world·국내 미출간)은 가장 널리 읽힌 책으로 꼽힌다. 이 책에서 그는 소비 지상주의를 비판하며 건축가와 산업 디자이너, 아티스트, 공학자, 도시 계획가가 ‘공생’이라는 큰 맥락에서 고려해야 할 것들을 제시했다. 최근 그의 책 『새로운 미래, 어떻게 번성할 것인가?:소비의 경제에서 공생의 경제로』가 국내에서 출간됐다. 공생을 위한 디자인을 찾기 위해 전 세계를 여행한 그가 직접 보고 기존 경제체제의 대안으로 삼을 만한 수많은 사례를 담은 책이다. 최근 서울디자인재단이 개최한 ‘2017 서울 스마트 모빌리티 국제 콘퍼런스’ 행사 참석을 위해 방한한 그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만났다.
 
존 타카라는 사회문화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컨퍼런스를 조직해왔다. 그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공동체가 공유하고 협력하는 방식을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존 타카라는 사회문화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컨퍼런스를 조직해왔다. 그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공동체가 공유하고 협력하는 방식을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한국에서 책을 출간한 소감은.
“이제라도 한국 독자를 만나게 돼 기쁘다. 한글을 직접 읽을 수 없어 아쉽지만, 책 디자인이 무척 맘에 든다. 내 눈에는 한글 글자체가 정말 아름다워 보인다. 내 이야기에서 독자들이 더 나은 삶, 새로운 가능성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영어 제목을 우리 말로 풀면 ‘미래 경제에서 어떻게 번성할 것인가(How to Thrive in the Next Economy)’다. 그런데 당신의 책에는 새로운 기술이나 성장, 수익 창출 등의 이야기는 없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일상에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내게 의미 있는 경제 활동이란 바로 그런 뜻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인 수치로 측정되지도 않지만, 우리 삶의 질에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활동들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을까?
“연로한 부모를 보살피는 일을 생각해 보자. 지금 전 세계 사람들이 ‘나이 든 부모를 어떻게 보살펴야 할까’ 고민한다. 해결책에는 두 가지가 있다. 정부 차원에서 시설을 짓고, 의료 지원을 하는 등 이른바 ‘노인 복지’서비스를 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인류가 수천 년간 해온 방식이다. 가족과 사회 공동체가 서로를 보살피는 것. 이 일엔 돈이 꼭 드는 건 아니다. 나는 이런 공동체의 활동을 이전과 다르게, 새로운 방법으로 해결하는 일에 관심이 있다.”
 
책에서 특히 치매 돌봄 서비스에 대한 여러 사례를 언급했다. 이웃의 자원봉사자들이 노인들의 일상적인 일을 도와주고 시간 은행에 크레딧을 저축하는(나중에 서비스로 돌려받는다) 영국의 ‘더 서클’ 등등.
“몇 년 전 어머니가 치매를 앓을 때 나는 영국에서 ‘사회 혁신’(Social Innovation)을 주제로 3년 간 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때 연구 주제가 ‘치매 질환을 앓는 가족을 어떻게 돌볼 것인가?’였다. 당시 치매와 관련, 다양한 전문가를 만났다. 그런데 그것을 아는가? 이런 것들은 정말 큰 이야기의 일부에 불과하다. 치매는 궁극적으로 치료되는 것이 아니다. 약물이나 특수 장비가 도움이 된다고 해도 그 효과와 기능은 제한적이다. 치매에 대해 말할 때 진짜 이야기의 95%를 차지하는 것은 ‘사람’에 대한 것이다. 그들을 돌보고, 거기에 있고, 그들과 함께 있는 인간 말이다.”
 
그런 개인적 경험이 대안 활동을 모색하는 당신의 일과 어떻게 연결됐나.
“영국 알츠하이머학회 등과 함께 일하며 치매 관련 다양한 서비스를 소개하는 웹사이트 등을 만들었다. 프로젝트 진행 중, 누군가가 ‘치매 환자 보호자들이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지원하자’고 제안해 ‘알츠하이머 토킹 포인트’(Alzheimer Talking Point)라는 대화방을 만들었다. 결국 토킹 포인트는 웹사이트의 공식 이름이 되었다. 이것이야말로 전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하고 성공적인 부분이다. 경험을 공유하는 행위 자체가 실질적으로 간병 가족들의 마음의 부담을 줄여준다. 마법 같은 약물이나 기술은 없다. 정작 치매 환자 보호자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그럼 공동체 차원에서 무엇을 할 수 있나.
“의료 시스템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돌봄에 자원과 창의성을 집중해야 한다. 자원봉사자들이 한 달에 반나절 봉사만 해도 보호자의 스트레스 레벨은 크게 내려간다. 공동의 돌봄이 (삶의)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타카라는 이번 책 『새로운 미래, 어떻게 번성할 것인가』에서 세계 각 도시에서 도시의 야생성을 회복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는 다양한 움직임을 소개했다. 일례로 미국의 포틀랜드시는 공동체 텃밭을 마련하기 위해 ‘삽질 가능한 도시’라는 보고서를 발주했다. 이 프로젝트는 289개의 입지를 찾아낸 뒤 토지 소유권 변경, 물에 대한 접근성, 대지 보안 등의 고려 사항을 위한 실천 계획을 내놓았다. 타카라는 “도시 농업은 텃밭에 무언가를 심는 일에 대한 것이기도 하지만, 공유하고 협력하는 방식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생태 도시를 위한 하천 복원과 조각보 접근법(건물들 사이에 조각보 같은 초소형 녹색 공간을 늘리자는 것) 등의 작지만 가능성 있는 사례를 소개한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당신이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내가 전하고 싶은 것은 메시지가 아니라 이야기다. 세계 곳곳에서 작은 행동으로 세상을 바꿔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내가 생각하는 더 나은 삶은 사람들이 더 많이 접촉하고, 기술은 덜 쓰고, 돈에 덜 집중하는 삶이다.”
 
요즘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는 이슈가 있다면.
“이번에 한국에 와서 ‘스마트 모빌리티 시티의 미래와 교통과의 관계’ 등에 대해 토론했다. 사람들은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란 무엇일까, 스마트 모빌리티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이런 질문을 던지더라. 내겐 이런 게 중요한 질문이 아니다. 흥미로운 질문이란, ‘어떻게 해야 보행자들에게 더 이상 끔찍하지 않은 도시를 만들 것인가’이다. 물론 여기에는 기술도 필요하고, 여러 가지 필요한 요소들을 이전과 다르게 조직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도시에 대한 비전을 갖는 것이다.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정말 사람에게 좋은 도시란 어떤 것인가?’.”
 
좋은 도시를 위한 당신의 답은?
“‘다시 땅으로!’(Back to Land). 도시에 최대한 야생성을 끌어들여야 한다. 도시에 사는 많은 사람들은 ‘자연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 ‘텃밭을 가꿔보고 싶다’ ‘우리 아이들이 흙을 만지면서 자라면 좋겠다’고 말한다. ‘좋겠다, 좋겠다, 좋겠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바쁘다, 시간이 없다, 돈이 없다…’.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가야 할까? 아니다. 멀리 갈 필요 없다. 가까이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삭막한 도시 안에 작은 공원을 늘리고, 시골에 버려진 옛날 주택을 재생해 우리 아이들이 찾아가 머물 수 있고, 작은 농사도 지어볼 수 있는 곳으로 만들 수 있다. 큰 돈 들이지 않고 이런 일들이 일어나게 하는 것, 그게 미래의 의미 있는 경제활동이다.”
 
세 번째 한국 방문이다. 당신이 본 한국은.
“한국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청계천이다. 고가도로가 있던 자리에 개울을 만든 청계천 프로젝트야말로 전세계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서울의 청계천은 도시의 콘트리트를 걷어내고 하천을 사람들 곁으로 되돌린 굉장한 사례다.”
 
청계천은 (한강에서 인공적으로 물을 끌어들이고 있어) ‘콘크리트 어항’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그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청계천 프로젝트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이것을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한국의 발효음식에도 관심이 많다고.
“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시청 광장 앞에 수 백개의 테이블을 놓고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김치 담그는 광경을 본 적이 있다. 놀라웠다. 세계 각지에서 내가 만난 사람들이 한국에서 발효문화에 대해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한국의 발효음식을 주제로 성공적인 이벤트를 다시 열고 싶다. 요리 강습이나 과학 강좌가 아니라 문화 현상으로 말이다.”
 
다음 책에 대한 계획은.
“‘다시 땅으로’에 대한 책을 생각하고 있다. 어떻게하면 우리가 더 쉬운 방법으로 땅과 가까워질 수 있는지, 그게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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