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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베스트] 노예 족쇄 끊기, 흑인 소녀 피맺힌 여정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9월 출간된 신간 중 세 권의 책을 ‘마이 베스트’로 선정했습니다. 콘텐트 완성도와 사회적 영향력, 판매 부수 등을 두루 고려해 뽑은 ‘이달의 추천 도서’입니다. 중앙일보 출판팀과 교보문고 북마스터·MD 23명이 선정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표지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표지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황근하 옮김, 은행나무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소설 속 주인공 코라를 보면 그러지 않을 것만 같다. 1800년대 미국 남부에서 흑인 여자로 태어난다는 것은, 그것도 어머니가 노예 농장을 탈출한 뒤 홀로 남겨져 그곳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상상 이상의 고통을 수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두려움과 희망을 저울질할 줄 알았던 그녀는 과감히 봄을 찾아 나선다.
 
코라의 탈출은 함께 떠나자 말했던 시저의 권유가 있기에 품을 수 있는 꿈이었다.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팔려온 할머니부터 3대째 이곳에 사는 그는 농장 밖 세상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 누군지 모를 여러 사람의 도움과 인도에 따라 사우스캐롤라이나 땅을 밟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노스캐롤라이나·테네시·인디애나 등 북쪽으로 향하는 여정에서 이들의 고통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사는 게 지옥을 벗어나 안도감을 느낄 때면 흑인을 거세해 인형으로 만들려는 마수에 붙잡히고, 감옥 같은 생활에 기껏 적응하고 나면 노예 사냥꾼이 나타나 다시금 족쇄를 채운다.
 
이 작품으로 퓰리처상을 비롯해 전미도서상 등을 휩쓴 저자는 “독자들이 이 책을 즐기길 바란다. 미국 역사에 관해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것은 고통스러운 경험이다. 그들과 함께 암흑을 맛봐야 하는 탓이다. 신랄한 묘사가 이어져 피비린내 나는 듯한 침을 연신 삼키게 된다.
 
저자는 1800년대 활동한 흑인노예 해방조직인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지하철도)’가 실제 기차를 통해 움직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물음으로부터 이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들의 피맺힌 여정에 동행하는 것은 자유·평등·정의 뿐 아니라 우리가 그간 당연하다 여겼던 많은 것들에 대해 곱씹게 한다. 이 이야기는 영화 ‘문라이트’의 감독 배리 젠킨스가 드라마로 제작 중이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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