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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내셔널]게이샤 홀린 부산 동래온천…1500년째 60도 ‘펄펄’

일본으로 온천 여행을 떠나는 한국인이 지난해 500만명을 넘어섰지만, 과거에는 일본인의 소원이 부산 동래온천에 몸 담그기였던 시절이 있었다. 1876년 개항 이후 동래온천을 경험한 일본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부터다. 
일제강점기에는 동래온천으로 일본인이 몰려들면서 이들을 상대로 하는 게이샤(일본기생)가 등장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게이샤들 또한 동래온천에서 목욕하며 몸단장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1920년 전후로 동래온천은 전국 최대 유흥가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전국에서 밀려드는 온천여행객을 수송하기 위해 부산역에서 동래온천으로 한 번에 가는 전차가 1915년 개통됐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동래온천의 인기는 뛰어난 효능에서 비롯됐다. 온천에 몸을 담갔더니 병이 나았다는 전설이 신라 시대 때부터 내려오고 있다. ‘백학설화’에 따르면 신라 시대 동래 고을에 다리를 절룩거리던 학이 뜨거운 샘물에 3일 동안 다리를 담군 후 완쾌해 힘차게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절름발이 노파가 똑같이 따라 했더니 역시 완쾌했다고 한다.    
부산 동래온천에 마련된 노천 족탕으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사진 부산 동래구청]

부산 동래온천에 마련된 노천 족탕으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사진 부산 동래구청]

 
워낙 효능이 좋아 신라 시대에는 왕이 여러 번 행차했다는 기록이 1481년 편찬된 조선 시대 지리서 동국여지승람에 나온다. 
‘동래온천에서 병자들이 목욕하면 나아 신라 시대에 왕이 여러 번 행차했다. 온천의 수온은 계란을 익힐 수 있을 정도로 뜨겁다’라고 서술돼 있다. 삼국유사에 신라 682년 충원공이 동래온천에서 목욕을 했다는 기록이 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으로 인정받고 있다. 
 
동래온천의 수온은 62도이며 최고 73도까지 수온이 올라가기도 한다. 1500년째 60도이상의 온천수가 샘솟고 있는 것이다. 수온이 25도 이상이면 온천으로 인정받지만, 온도가 높을수록 효능이 뛰어나다. 동래온천은 약알칼리성 식염천으로 위장병, 치질, 만성 류머티즘, 관절염, 신경통, 부인병, 피부병 등에 효과적이다.  
 
부산 동래온천에 있는 용각으로 매년 음력 9월 9일 온천수가 마르지 않게 해달라는 용황제를 지낸다. [사진 부산 동래구청]

부산 동래온천에 있는 용각으로 매년 음력 9월 9일 온천수가 마르지 않게 해달라는 용황제를 지낸다. [사진 부산 동래구청]

지난 11일 동래온천 노천 족탕에서 만난 김정태(74) 씨는 동래온천에서 족욕을 한 이후 항암 후유증이 사라졌다고 한다. 김씨는 “4년전 대장암으로 항암 치료를 받았는데 그 이후 손발이 저려 잠을 못잘 정도로 후유증이 심했다”며 “3년전부터 일주일에 3번씩 온천에 발을 담갔더니 손발 저림 현상이 나았다”며 활짝 웃었다. 노천족탕의 수온은 43도로 20분 정도 발을 담그고 있으며 얼굴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노천 족탕은 노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지만 영업중인 온천탕은 다소 한산하다. 1990년 이후 동래온천이 생활 주거지로 변모하고, 재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명성이 퇴색했기 때문이다. 
2001년 동래온천에 있던 시외버스터미널마저 부산 노포동으로 이전하면서 인기가 완전히 식었다. 지금은 동래온천 인근 동네주민들이 목욕하러 가는 정도로만 이용되고 있다. 
 
동래온천에는 30여개 온천탕이 영업 중이다. 총 30개의 온천공이 있으며 부산시가 소유한 5개공과 민간 소유 25개공에서 온천수가 솟아 오른다. 하루 채수량은 3225만톤으로 제한해 온천수가 마르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작은 온천탕으로 지난 1967년 개업 당시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국내에서 가장 작은 온천탕으로 지난 1967년 개업 당시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1967년 개업 당시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만수탕은 하루 평균 손님이 10여명 정도다. 주변 온천탕은 대부분 현대식으로 리모델링 공사를 했다. 
2대째 만수탕을 운영중인 이기희(55) 씨는 “만수탕의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라는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한 번도 리모델링 공사를 하지 않았다”며 “전국에서 가장 작은 온천탕으로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러나 현대식으로 지어진 온천탕에 손님을 뺏기면서 적자를 겨우 면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동래온천의 옛 명성을 되찾고자 지자체가 발벗고 나섰다. 부산시가 2016년 동래구청과 손잡고 대한민국 온천대축제 개최지 경합에 뛰어들어 2017년 개최지로 선정됐다. 
백영숙 부산 동래구 온천축제팀장은 “수안보온천을 앞세운 충주시와 경합했는데 동래구 주민들의 강한 의지가 높은 점수를 받아 개최지로 선정됐다”며 “이번 축제를 계기로 젊은이들도 찾는 온천장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동래온천에 조성된 스파윤슬길. [사진 부산 동래구청]

부산 동래온천에 조성된 스파윤슬길. [사진 부산 동래구청]

오는 19일부터 나흘간 이어지는 이번 축제의 주제는 ‘뜨겁게놀래 동래온천 올래’로 정했다. 젊은이들을 겨냥해 댄싱팀의 비보잉, 팝핀, 락킹, 폴 댄스공연과 DJ파티가 이어진다. 또 3대3 길거리농구와 크로스핏 대회, 단체줄넘기 대회, 롱보드 대회도 열린다. 땀을 쭉 흘린 후 온천을 즐기자는 취지다.  
 
19일 오후 6시 개막공연으로 개막 공연으로 백학전설을 모티브로 한 춤 공연과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 뮤지컬 갈라쇼가 진행된다. 축제기간 중 매일 오후 3시와 오후 5시 30분에는 용왕제 퍼레이드가 이어진다. 퍼레이드에는 7개 팀 70명이 참가해 풍물놀이와 온천수 분출 퍼포먼스를 펼치며 30분간 행진한다.  
 
또 축제기간 중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4시에 동래온천인정시장에서 온천수로 만든 수제 막걸리와 전두부를 무료로 맛볼 수 있다. 백 팀장은 “온천수로 만든 막걸리는 스파클링 와인처럼 톡톡 쏘는 맛이 살아 있어 젊은이들 입맛에 맞다”며 “전두부는 인정시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향토음식이다”고 말했다.  
 
온천수를 활용한 누룩소금, 입욕제, 초콜릿 만들기 체험행사가 축제기간 곳곳에서 진행되며, 온천수로 삶은 계란먹기 대회가 열린다. 폐막일인 22일 오후에는 기네스 기록에 도전하는 세족식이 거행된다. 사전 모집과 현장 접수를 통해 500쌍을 구성해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온천수로 세족하며 온천대축제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부산 동래온천에 있는 온천탕 '허심청'은 아시아 최대 규모로 한번에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사진 부산 동래구청]

부산 동래온천에 있는 온천탕 '허심청'은 아시아 최대 규모로 한번에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사진 부산 동래구청]

‘동래변천 150년사’ 저자인 이상길(61) 씨는 “1980년~1990년대 동래온천 화보집을 보면 지금보다 더 화려했고 번성했다”며 “동래온천이 주거지로만 기능하면 역사의 한 페이지가 없어지는 것과 똑같다. 
동래온천이 부활할 수 있도록 주변시설을 정비하고, 대중탕 대신 연인탕, 가족탕, 개인탕 등으로 바꿔 젊은층을 끌어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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