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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에 "액션 마라" ...재판장이 경고한 이유는

직권남용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장진영 기자

직권남용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장진영 기자

 
"분명히 경고합니다. 한 번 더 그런 일이 있을 땐 그냥 안 넘어갑니다."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재판이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법 320호 법정에 13일 잠시 정적이 흘렀다. 형사합의 33부(부장 이영훈) 심리로 신영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한 오후 증인신문이 시작된 지 20여분 지났을 때였다. 재판장이 우 전 수석에게 "증인신문 할 때도 그렇고 액션을 나타내지 말라"고 경고하자 방청객들도 숨 소리를 죽였다. 우 전 수석은 재판장이 "특히 피고인"이라고 덧붙이자 놀라 잠시 재판부 쪽을 바라봤다가 이내 붉어진 얼굴을 아래로 숙였다.
 
지난 6월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모습. 김성룡 기자

지난 6월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모습. 김성룡 기자

이날 증인신문에서는 신 부위원장이 3년 전 우 전 수석과 공정거래위 사무처장과 청와대 민정비서관 관계로 만났을 때 우 전 수석이 CJ그룹에 대해 불이익을 주라는 지시를 내렸는지를 중심으로 질문이 이어지고 있었다. 신 부위원장은 "우 전 수석으로부터 '머리를 잘 쓰면 CJ를 엮을 수 있다'라는 말을 들었는가"라는 검찰 질문에 "그런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답했다. 신 부위원장이 계속해서 우 전 수석에게 불리한 증언을 내놓자 우 전 수석은 허탈한 미소를 보였다. 피고인석에서 '치'하는 소리가 새어나오기도 했다. "CJ E&M이 스스로 시정을 하겠다고 신청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이를 기각한 것은 민정수석실의 의견을 받아들였기 때문이 아니냐"는 검찰의 질문에 신 부위원장이 "그런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을 때였다. 
 
우 전 수석 측은 검찰의 증인신문을 마치고 변호인 신문 차례가 되자 "CJ에게 불이익을 주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 아니라 문제가 있으면 고발할 수 있도록 검토해보라는 의견을 낸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는 데 중점을 뒀다. 우 전 수석 측 변호인은 "무조건 고발하라는 건 아니지 않았느냐""공동정범으로 의율할 수 있는지 검토하란 취지의 의견을 증인이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이어갔다. 이에 신 부위원장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상사가 하급자에게 검토해보라고 하면 지시 아니겠느냐"고 답하자 변호인이 "상사요?"라고 되물었다. 민정비서관을 자신보다 높은 사람이라고 여길 수는 있지만 청와대와 공정거래위원회로 직장이 다른데 상사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당황한 신 부위원장이 "상사는 아닌데요, 어쨌든 저는…"이라며 답을 이어가자 우 전 민정수석은 시선을 아래로 둔 채 입꼬리를 올려 소리없이 미소를 지었다. 
 
재판장은 변호인에게 "민정비서관으로서 그런 요구를 하는 게 잘못이 없다는 답변을 끌어내려는 취지로 계속 질문을 하니 의미없는 답변이 안 나오지 않느냐"며 비슷한 질문을 되풀이하지 말라고 주의를 준 뒤 "그리고 한 가지 더"라며 증인의 답변에 반응을 보이는 우 전 수석의 태도를 지적했다. "몇 번 참았는데 오전에도 그런 부분이 있었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한 번 더 그런 일이 있을 땐 그냥 안넘어간다"고 경고했다.
 
일부 재판부는 재판 시작 전에 "조그만 소리도 재판 심리에 큰 지장을 줄 수 있어 퇴정·입정금지·감치 조치에 처할 수 있다"고 안내하기도 한다. 지난 6월 우 전 수석 재판에 장시호씨가 증인으로 나왔을 때 한 중년 여성이 웃는 소리를 내자 재판장은 "무엇이 그렇게 웃깁니까. 증인이 답변하고 있는데 비웃듯이 소리내 웃느냐"고 주의를 줬고 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지난 3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부(부장 조의연) 심리로 열린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1심 재판과정에서는 문 전 장관이 증인석에 앉은 조남권 전 국장을 바라본 채 말을 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변호인 신문 도중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피고인이 방금 말씀을 하셨다"고 문제를 제기해 재판장이 문 전 장관에게 "방금 뭐라고 하셨느냐"고 물었고 문 전 장관은 "증인한테 한 건 아니고, 나온 얘기 중에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혼잣말을 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재판장은 "(피고인과 증인이) 상사와 부하 관계였던 것을 감안하면 피고인이 말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반박할 것이 있으면 증인신문 끝나고 의견진술로 하도록 하라"고 주의를 줬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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