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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줄 가게 해줄까” 좀도둑 공시생에게 합의금 받아낸 노량진 마트 주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원과 독서실이 밀집된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서는 ‘공시생’의 소액 절도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 지난해 9월 17일에는 한 마트에서 ‘과자 도둑질’이 있었다. 공시생 A씨가 과자 6000원어치를 계산하지 않고 들고 나가려다 폐쇄회로(CC)TV를 보던 직원에게 적발됐다. 직원 세 명이 A씨를 매장 안쪽 사무실로 데려가 “과자를 몰래 훔치려고 했으니 합의금으로 300만원을 내라. 그렇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해 공무원 시험을 못 보게 하겠다”고 요구했다. ‘과자 도둑’ A씨는 마트 직원들의 요구대로 300만원을 줬다.

 
경찰은 올해 초부터 “노량진 학원가 근처의 마트들이 과자 등 소액을 훔치는 학생들을 붙잡아 큰돈을 요구하면서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정보로 입수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마트 주인 박모(73ㆍ여)씨가 자기 아들과 세 명의 직원들에게 "합의금의 10~30%를 포상금으로 주겠다"며 ‘합의금 요구’를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물건을 훔친 공시생에게 “경찰에 신고해 빨간 줄이 가게 하겠다”, “공무원 시험을 보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하며 합의금을 강요했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가 물건을 훔친 한 공시생에게 합의금을 받는 데 처음 성공한 뒤 이게 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직원들에게 똑같이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건을 훔치면 가격에 관계없이 200만원을 내야 한다는 마트의 경고문. [사진 서울 동작경찰서]

물건을 훔치면 가격에 관계없이 200만원을 내야 한다는 마트의 경고문. [사진 서울 동작경찰서]

 
서울 동작경찰서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8월까지 공시생 등 44명에게 합의금을 요구(공동공갈 등)한 혐의로 마트 주인 박씨와 그의 아들 김모(48)씨, 마트 직원 3명을 검거했다고 13일 밝혔다. 합의금을 강요당한 44명 중 15명은 이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29명은 총 3030만원의 합의금을 냈는데, 이들이 자신들이 훔치려던 물건의 가격이라고 경찰에 진술한 금액은 다 합해서 9만8000원이었다.  
 
이에 대해 해당 마트 관계자는 “한 달에 열 건이 넘는 절도가 발생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법이다. 합의도 우리가 강요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경찰서에 가기 싫으니 먼저 하자고 한 경우가 많은데, 우리가 합의금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범행한 것처럼 경찰이 판단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선모 동작경찰서 형사과장은 “전과가 없고 과자처럼 소액을 물건을 훔친 경우 통상 벌금이나 훈방 조치를 받아 전과가 생기지 않는 즉결심판에 처해질 가능성이 크다. 마트 주인과 직원이 공시생들이 이런 사실을 잘 모른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 측은 “노량진 일대의 마트뿐 아니라 유동인구가 많은 편의점 등 여러 곳에서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경미한 범죄로 약점을 잡혀 협박을 받고 있다면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송우영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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