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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기]시내버스 내 안내문, 승객 눈높이로 다시 쓰다

② 시내버스 내 안내문
지금 이 글을 버스 안에서 읽고 계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잠시 주위를 둘러봐 주세요. '교통카드 사용 안내' '시내버스 이용 안내' '시내버스 이용 승객 8대 에티켓' '경고' 등 다양한 안내문이 보이실 것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이번 '다시 쓰기'는 버스 내 안내문들을 다룹니다. 우선 '시내버스 환승 규칙' 안내부터 살펴볼까요. 
늦은 밤에 서울 시민들이 시내버스를 타고 귀가하고 있다. [중앙포토].

늦은 밤에 서울 시민들이 시내버스를 타고 귀가하고 있다. [중앙포토].

-카드잔액은 250원 이상 유지되어야 합니다.

-하차시 단말기에 꼭 접촉해야 합니다
-하차 후 30분 이내 탑승을 해야 환승이 가능합니다.
  
그다지 어려운 용어는 없습니다. 시내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분이라면 무슨 말인지 다 이해하실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다시 쓴다면 의미가 보다 정확해지지요.  
 
-선불식 교통카드는 잔액이 250원 이상이어야 합니다.
-할인을 받으려면 버스에서 내릴 때 카드를 단말기에 대야 합니다.  
-하차 후 30분 이내에 환승해야 할인을 받습니다.  
서울의 한 시내버스 안에 붙어 있는 안내문. 성시윤 기자

서울의 한 시내버스 안에 붙어 있는 안내문. 성시윤 기자

똑같은 버스나, 같은 노선번호의 다른 버스에선 환승 할인이 안 되는데요. 안내문은 그 내용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네요. 

-동일차량/동일노선은 환승 적용이 불가합니다.
-동일차량으로 재 탑승시 기본요금이 적용됩니다.
 
이 부분은 이렇게 다시 쓰면 좋겠습니다.
-노선번호가 같은 버스에선 환승 할인이 안 됩니다   
-똑같은 버스를 다시 타면 기본요금이 적용됩니다. 
 
'시내버스 이용승객 8대 에티켓'이란 안내문도 있군요. 이 중 3번째는 '무임승차, 카드 미리태그 등 부정승차하지 않기'입니다. 태그(tag)는 '접촉'으로 쓰는 게 낫습니다. '무임승차'도 더욱 쉽게 풀어서 쓸 수 있습니다. '차비 내고 타기, 카드 미리 접촉하지 않기'로 쓰면 어떨까요. 
▶무임승차(無賃乘車): 차비를 내지 않고 차를 탐. [용어 설명 출처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임]

서울의 한 시내버스 안에 붙어 있는 경고. 승객 안전을 위한 당부인데 '경고'라고 한 것은 어색해 보인다. 성시윤 기자

서울의 한 시내버스 안에 붙어 있는 경고. 승객 안전을 위한 당부인데 '경고'라고 한 것은 어색해 보인다. 성시윤 기자

안내문 중에는 '경고'라는 제목의 것도 있습니다. '경고'라 하니 움찔하게 됩니다.  

▶경고(警告): 조심하거나 삼가도록 미리 주의를 줌. 또는 그 주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차량이 정지하고 출입문이 완전히 열린 후 하차 하십시오.
-출입문에 기대거나 잡지 마십시오. 
-계단에 서있지 마십시오. 
-승하차시 뛰거나 장난하지 마십시오.
-부저가 울리면 문은 자동개폐됩니다.
 
읽어보면 승객 안전을 고려한 당부에 가깝네요. 
▶당부(當付): 말로 단단히 부탁함. 또는 그런 부탁

아래와 같이 다시 써봅니다. 
 
-버스가 멈추고 출입문이 완전히 열린 뒤에 내리세요. 
-출입문에 기대거나 출입문을 잡지 마세요. 
-계단에 서 계시면 위험합니다.     
-버스를 타거나 내릴 때 뛰지 마세요. 
-버저가 울리면 문이 저절로 열리고 닫힙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부저'는 '버저'로 쓰는 게 맞습니다. 
▶버저(buzzer): 전자석의 코일에 단속적(斷續的)으로 전류를 보내어 철판 조각을 진동시켜 내는 신호. 또는 그런 장치. 
차고지에서 대기 중인 시내버스들. 교통카드 단말기, 환승 할인 등이 특징적인 한국의 시내버스는 외국인들도 감탄할 정도다. 박종근 기자

차고지에서 대기 중인 시내버스들. 교통카드 단말기, 환승 할인 등이 특징적인 한국의 시내버스는 외국인들도 감탄할 정도다. 박종근 기자

'경고'에서 '장난하지 마십시오'라는 표현은 승객에게는 참 거북한 표현입니다. 승객들이 이 점을 버스회사에 '경고'할 수도 있으니 다음에는 빼주시면 좋겠습니다.    
성시윤의 '다시 쓰기'
교통카드가 도입된 이후로 버스 내 안내문에서 단말기, 환승 할인, 잔액 등 다양한 용어가 쓰이고 있고 내용도 복잡해졌습니다. 하지만 현금이나 토큰·회수권(추억의 용어들이지요?)으로 차비를 내던 시절을 떠올리면 버스를 이용하기가 정말 손쉬워졌지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도 한국의 시내버스를 보면서 감탄합니다. 편리한 시내버스 덕분에 저 역시 오늘 편하게 출퇴근을 합니다.
 
승객 여러분! 목적지까지 편안히 가시기 바랍니다. 기사분들께서도 더욱 안전하게 운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성시윤은
 20년째 공간·공동체·사람·정책 관련 온오프 콘텐트를 다루고 있다. 직접 만들기도 하고, 이따금 다른 이의 것을 편집도 하지만 늘 스스로 부족하다고 반성한다. 새로운 것을 쓰거나, 아니면 새로운 방식으로 쓰자고 노력하지만 생각대로 되진 않는다. 그럼에도 '콘텐트가 공익에 기여할 수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다. 중앙일보 편집국 교육팀장을 맡고 있다.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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