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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하만윤의 산 100배 즐기기(7) 가을이 되면 불타오르는 한양도성길

복궁 근정전 뒤로 보이는 북악산. 처마와 같은 기울기로 비스듬히 누운 것이 새삼 놀랍다. [사진 하만윤]

복궁 근정전 뒤로 보이는 북악산. 처마와 같은 기울기로 비스듬히 누운 것이 새삼 놀랍다. [사진 하만윤]

 
가을 산행의 백미는 단풍이다. 온산을 물들인 그 아름다운 불길(?) 속으로 기꺼이 들어가고자 산을 오른다. 대개는 장거리산행도 마다치 않는다. 
 
단, 평소에 등산을 자주 하지 않다가 마음만 앞세워 장거리 단풍 산행에 나서면 자칫 몸이 상할 수 있다. 우선은 집에서 가깝고 오르기 쉬운 산을 골라 한두 번 다니길 권한다. 서울과 경기도 인근에 거주한다면 쉽게 오르며 걷기 좋은 곳으로 한양도성 길을 추천한다.  
 
1392년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1394년 9월 한양을 새 도읍지로 정하고 1396년 도성을 축조한다. 백악(북악산), 낙산, 남산, 인왕산 등 네 개의 산 능선을 따라 자연 지세 그대로 축성한 성은 그 길이가 18.6km에 달한다. 
 
성에는 북쪽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숙정문·흥인지문·숭례문·돈의문 등 사대문을 두고, 서북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창의문·혜화문·광희문·소의문 등 사소문을 뒀다. 이중 돈의문과 소의문은 멸실됐고, 현재는 도성 길 13km 구간을 원형 또는 복원 상태로 보존 중이다. 
 
특별히 힘든 구간 없이 일행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걸을 수 있으므로 하루 만에 걸어도 좋고, 기간을 두고 한 두 곳씩 천천히 걸어 봐도 좋다. 물론 가을이 깊어지면 단풍을 만끽하기에도 손색이 없는 길이다.
 
한양도성길 전체 구간. [사진 서울한양도성 홈페이지(seoulcitywall.seoul.go.kr)]

한양도성길 전체 구간. [사진 서울한양도성 홈페이지(seoulcitywall.seoul.go.kr)]

 
힘든 구간 없는 하루 코스 
 
필자는 최근 이런저런 규제가 풀린 인왕산과 북악산을 다녀왔다. 인왕산 코스는 돈의문 터에서 시작해 산을 넘어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 이르는 길이고, 백악구간은 창의문에서 시작해 숙정문을 지나 혜화문까지 이르는 구간이다. 한양도성길은 구간마다 오를 수 있는 시간이 다르고 매주 월요일이 휴무인 곳이 있으니 요일을 확인해야 한다.

 
필자는 독립문역에서 일행들을 만나 인왕산에 올랐다. 겸재 정선이 장맛비가 그친 뒤 안개가 피어오르는 감명을 ‘인왕제색도’로 남길 정도로 형세가 아름다운 인왕산. 북악이 주산(主山)이라면 인왕산은 우백호(右白虎)에 해당한다. 
 
그 정상을 내려와 창의문에 이르기 전에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다다랐다. 산에 올랐을 당시, 시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들이 열리고 있었다. 엄혹한 시기에도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소망하며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읊었던 윤동주 시인의 삶을 잠시나마 마음에 새기며 한걸음씩 내디뎌본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 걸린 문학제 플랜카드. 올해로 윤동주 시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사진 하만윤]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 걸린 문학제 플랜카드. 올해로 윤동주 시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사진 하만윤]

한양도성길 구간별 안내. [사진 서울한양도성 홈페이지(seoulcitywall.seoul.go.kr)]

한양도성길 구간별 안내. [사진 서울한양도성 홈페이지(seoulcitywall.seoul.go.kr)]

 
북악산으로 가기 위해 다시 길을 재촉했다. 백악구간을 가기 위해서는 창의문 옆 안내소에서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 이곳은 1968년 이른바 김신조 사건으로 불리는 1·21사태 이후 40년 정도 출입이 통제되다, 불과 10년 전에 개방됐다. 여전히 군사보호시설이라 신분증이 필요하나, 최근 문재인 정부 들어 사진 촬영 등 일부 규제 또한 풀려 좀 더 자유로운 산행을 할 수 있게 됐다.  
 
백악구간은 백악마루까지 계속 오르막이다. 그럼에도 두어 번 정도 쉬면 오를 수 있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구간은 아니니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왼쪽으로 나있는 도성을 끼고 오르면 북한산 비봉능선이 옆에서 나란히 펼쳐진다. 웅장하고 유려한 능선을 감상하며 걷는 것만으로도 오르는 수고로움을 충분히 보상받는다.  
 
청와대 본관을 품은 북악산. [사진 하만윤]

청와대 본관을 품은 북악산. [사진 하만윤]

 
백악마루는 600년간 서울을 지켜온 북악산 성곽 길 정상이다. 계단 길을 끼고 안쪽으로 더 들어가야 정상석을 만나고, 광화문 광장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 나온다. 
 
입구에서 잠시 땀을 식힌 후 백악마루로 들어서는데, 여느 때와 달리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졌다. 어쩐 일인가 싶어 살폈더니 대통령이 휴일을 맞아 청와대 뒤쪽으로 산을 오른 것이었다. 너도나도 사진을 찍겠다는 등산객 무리에 필자도 슬며시 끼어들었고, 기어이 사진 한 장을 건졌다. 
 
대통령과 사진찍는 행운도 
 
이번 산행은 한양도성길 중 일부 구간을 걷는다는 것 외 삼청공원으로 하산해 50년 만에 개방된 청와대 앞길을 여유있게 걸어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이처럼 북악산 정상에서 대통령을 만나 사진을 찍는 행운을 얻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인생은 언제나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는 어느 만화 속 명대사를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산에 대한 유쾌한 추억을 쌓고 산을 오르는 또 하나의 소소한 즐거움을 발견한 셈이다.
 
백악마루에서 만난 대통령과 함께. [사진 하만윤]

백악마루에서 만난 대통령과 함께. [사진 하만윤]

 
백악마루를 지나면 그때부터는 하산길이다. 원래 구간은 혜화문까지 가는 길이나, 필자와 일행은 청와대 앞길을 가기 위해 삼청공원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 구간에 숙정문이 있다. 숙정문은 한양도성 사대문 중 좌우 양쪽으로 성벽이 연결된 유일한 문이다.  
 
도성길을 걷다 보면 축조시대에 따라 서로 다른 모양의 담을 만날 수 있다. 가령 태조 때 축조한 성곽은 자연석을 다듬어 쌓아 규격이 일정하지 않다. 
 
세종 4년 도성을 대대적으로 고칠 때에는 흙으로 쌓은 부분을 모두 돌로 다시 쌓았으며 장방형 돌을 기본으로 사이 사이 잔돌을 섞어 아래쪽은 크고 위로 올라가면서 돌이 작아진다. 숙종 30년에는 돌을 정사각형으로 다듬어 규격화해 쌓았다. 축성기술이 좀 더 근대화됐다는 증거다. 이처럼 도성을 쌓은 돌의 모양을 유심히 살피며 걷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 된다.
  
도성을 이루고 있는 돌의 다양한 모양. [사진 하만윤]

도성을 이루고 있는 돌의 다양한 모양. [사진 하만윤]

도성을 이루고 있는 돌의 다양한 모양. [사진 하만윤]

도성을 이루고 있는 돌의 다양한 모양. [사진 하만윤]

 
말바위 안내소에서 북악산에 들어오며 받았던 비표를 반납하고 삼청공원으로 하산하면 북촌 한옥마을을 만나거나 청와대 혹은 인사동으로 향할 수 있다. 필자는 지난 6월 완전 개방한 청와대 앞길로 향했다. 삼청동 청와대 춘추관에서 효자동 청와대 앞 분수대에 이르는 길은 그간 몇몇 시민과 단체 관광객에만 열린 공간이었다. 
 
현재 평시 검문 없이 사진 촬영까지 자유로운 이곳엔 아예 청와대 본관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 좋은 곳에 포토존 표지판까지 세워 놨다. 한양도성 길을 걷고 난 후 북촌한옥마을을 거닐거나 청와대 앞길 분수대에서 산을 조망해보는 것도 이 코스의 또 다른 재미일 것이다.
 
독립문역-인왕산-윤동주시인의언덕-창의문-백악마루-숙정문-삼청공원으로 이어지는 트랙 데이터. 거리 10Km, 5시간 소요. [사진 하만윤]

독립문역-인왕산-윤동주시인의언덕-창의문-백악마루-숙정문-삼청공원으로 이어지는 트랙 데이터. 거리 10Km, 5시간 소요. [사진 하만윤]

 
하만윤 7080산처럼 산행대장 roadinmt@gmail.com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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