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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영의 빅 데이터, 세상을 읽다] 쇼핑, 24시간이 모자라

송길영 Mind Miner

송길영 Mind Miner

열흘의 꿀맛 같은 연휴를 보낸 후 출근들은 잘하셨는지요. 포털사이트에 ‘다음 연휴’라는 검색어를 넣자 2025년, 2028년, 2044년에도 ‘운 좋으면 다시 열흘을 쉴 수 있다’는 사뭇 진지한 글들이 올라옵니다. 이런 한담을 농담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것을 보면 일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에 맞는 것인지,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듭니다.
 
로마의 정치가 아피우스 클라디우스가 기원전에 말했다는 ‘도구의 인간(Homo Faber)’은 각자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는 뜻으로 쓰였지만, 후에 운명 외에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란 의미로 확장돼 지금은 ‘일하는 인간’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쓰입니다. 반면에 이에 정확히 반대편에 서 있는 표현으로는 1938년 요한 하우징어가 언급한 ‘유희의 인간(Homo Ludens)’이 있습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관람·만담·공상 등 유희의 다양한 형태를 소비로 일원화하는 현대인을 비판한 사람은 철학자 에리히 프롬입니다. 1981년의 에세이에서 그는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 일하는 시간 말고는 소비만 생각하는 사람을 현대사회가 만들어냈는데, 그 이름이 바로 ‘소비의 인간(Homo Consumens)’이라 했습니다.
 
빅 데이터 10/13

빅 데이터 10/13

그로부터 4년 뒤인 1985년 윌리엄 코윈스키는 이젠 소비가 종교화돼 간다며, 쇼핑몰이 그 종교활동을 실천하는 소비의 ‘성전’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일주일의 노동 후 안식일에 예배당 가는 것처럼 주말마다 백화점 같은 화려한 곳에 가는 것이 현대인에게 의례화한다는 것이었죠. 그 후 인터넷 쇼핑이 생기자 사람들은 주말이 아닌 매일 저녁 집에서 소비라는 종교를 실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하루 종일 무엇인가를 살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준 것이 바로 모바일 쇼핑입니다. 지하철 30분의 여정에도 무엇인가를 사고, 직장 스트레스를 핑계로 퇴근 직전에도 무엇인가를 삽니다. 친구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카톡의 기프티콘으로 ‘커피를 쏴’ 줍니다.
 
이렇듯 모바일 쇼핑의 활성화는 일하는 인간과 유희의 인간의 동시적 결합으로 소비의 인간을 완성했습니다. 이제 구매를 위해서라도 노동을 멈출 수 없는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 현대인에게 그가 묵시적으로 가입한 종교의 끝은 어디로 향하게 될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를 권합니다. 
 
송길영 Mind Mi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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