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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너냐 … 공연장 가면 늘 듣는 말이죠

앙상블 피아니스트 김재원. 피아노를 그만둘 뻔했던 그는 반주자라는 새로운 길을 찾았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앙상블 피아니스트 김재원. 피아노를 그만둘 뻔했던 그는 반주자라는 새로운 길을 찾았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김재원(29)이라는 피아니스트의 이름은 낯설 수 있다. 음악회 소식에도, 공연 포스터에도 그의 이름은 작게 들어간다. 주로 다른 악기의 반주자로 활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이름을 올린 횟수가 1년에 140회다. 휴일 없이 2.6일마다 무대에 오르는 피아니스트라는 뜻이다. 연주 전 리허설까지 포함하면 회사원이 출근하듯 공연장에 간다. “관객들은 제 이름과 얼굴을 잘 모를 수 있지만, 예술의전당·금호아트홀 같은 공연장의 무대감독님들은 저를 금방 알아봐요. ‘또 너냐’하죠.”앙상블 피아니스트로서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달 연주 기록부터 보자.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의 쇼케이스 반주로 시작해 클라리넷·첼로·플루트 독주회 반주, 피아노 4중주·5중주 등 연주 일정이 빼곡하다. 지난달 연주만 이렇게 13번이었다. 올해 이미 했거나 할 연주를 다 더하면 140회다.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예원학교, 서울예고를 졸업한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1학년 때 선배들을 제치고 동아음악콩쿠르 1위를 한 독주 피아니스트였다. 하지만 4학년 때 개인 사정으로 학교를 중퇴했다. 재즈 피아노로 전공을 바꿔서 유학을 가려했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피아노를 아예 그만두려고 할 때쯤 통장 잔고가 바닥났어요.” 클라리넷 하는 친구를 반주해 용돈을 벌기 시작했다. 친구의 선생님은 “반주를 이렇게 잘 하는데 왜 피아노를 그만두느냐”며 다른 클라리넷 전공 학생들의 반주를 맡겼다. 그게 시작이었다.
 
“그 때 정말 열심히 했어요. 잘 하는 연주자만 반주한 게 아니고 주로 어린 학생들, 소리도 제대로 못 내는 초등학생들 반주를 많이 했어요.” 사립 초등학교의 클라리넷 콩쿠르 반주를 도맡아하면서 독특한 습관이 생겼다. “아직 잘 못 하는 아이들의 연주를 어떻게 해서든 잘 하는 것처럼 들리게 반주하는 게 최대 목표였어요.” 간단한 부분을 연주할 때도 이런 저런 방법으로 다르게 쳐보고, 피아노 소리를 어떤 크기로 조절해야 하는지 다양한 실험을 해봤다. “그러다보니 반주자가 독주자를 도와주는 게 어떤 건지 알 것 같더라고요.”
 
입소문을 타면서 함께 하는 악기가 다양해졌다. 지금껏 반주한 연주자만 200여명이다. 이젠 관악기 연주자가 첫 음을 불기 전 숨소리만 들어도 연주 템포를 예측할 수 있는 정도가 됐다.
 
대학교를 중퇴했으니 학력은 고졸이다.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보다는 나만 가지고 있는 뭔가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나중에는 앙상블 아카데미를 만들어 후배들에게 다른 악기와 함께 잘 연주하는 비법을 전수하는 게 꿈이다.
 
김재원은 그동안 호흡을 맞췄던 다양한 악기 연주자들과 함께 클럽M이라는 그룹을 만들어 음악감독을 맡았다. 바이올린·클라리넷·호른 등 관현악기와 함께 7월 창단 연주회를 열었다. 이달 19일 오후 8시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클럽M 공연을 한다. 브루흐·스트라빈스키·거슈인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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