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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교수 "탈원전은 진실의 좌절, 과학의 치욕"

 
나는 그가 끝내 통화를 거부할 줄 알았다. 20여 차례 전화하고 문자도 남겼으나 그는 회신하지 않았다. 여기서 그는 조성진 경성대 에너지학과 교수다. 석 달 전인 지난 7월 14일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신고리 5, 6호기 건설 일시 중단을 결정했을 때,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그 사람이다. 당시 그는 이런 의견서를 냈다. "저는 지난 1983년 이래 지금까지 원자핵 전공의 교수로서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으며 원자핵 분야뿐 아니라 최근 20여년 간은 유기물 태양광 소자, CIGS급 태양전지, 폐기물 재활용 및 에너지 회수, ESS 등의 신재생 에너지에 관해서 연구하여 SCI급 논문과 연구보고서 그리고 특허를 약 100여건 발표하였습니다. 그동안의 연구와 교육에서 얻은 경험에 의하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탈원전 정책은 납득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본인은 신고리 5, 6호기의 일시 중단과 향후 논의될 영구 중단에 반대함을 밝힙니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빌딩 앞에서 열린 산업부 및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에 대한 입장표명 기자회견에서 김병기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 위원장이 입장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빌딩 앞에서 열린 산업부 및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에 대한 입장표명 기자회견에서 김병기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 위원장이 입장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이날 "필생의 업(業)이 정부에 의해 무참하게 유린당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당시 그는 여러 매체와 인터뷰를 했다. 주목받기 싫어하는 성격이지만 사명감으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곧 더 큰 실망과 좌절이 그를 덮쳤다. 그의 사명과 소신은 진영 논리에 속절없이 휘말렸다. 원전 반대쪽에선 극심한 인신공격이 쏟아졌다. 원전 찬성 쪽에선 동료 이사와 한수원 경영진들을 매도했다. 양쪽에서 받는 공격은 업에 대한 그의 강한 소신을 무너뜨릴 만큼 컸다. 그는 결국 잠적을 택했다. 언론 매체와 일체의 연락을 끊었다. 석 달여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신고리 5, 6호기의 운명이 결정되는 이번 주, 그의 말을 다시 듣고 싶었다. 회신이 없어 포기하려던 순간, 그가 전화를 해왔다. (석 달전부터 여러차례 이어졌던 조성진 교수와의 대화를 인터뷰 형식으로 싣는다. )
 
-영영 통화 못할 줄 알았다.
 
"부끄러운 어른이 되지 말자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걱정됐다. 공부하는 학생들이 좌절하는 세상을 물려줘선 안 된다. 요설과 억지 때문에 과학이 무너지는 세상이 정상인가. 천성산 도룡뇽과 '뇌송송 구멍탁' 광우병으로 충분하다. 탈원전은 퇴행이다. 그것도 미신과 유언비어에 의해 논리와 과학이 무너지는 퇴행이다. 21세기 대한민국이 그런 미개한 국가인가."
 
-공론조사 결과가 15일 나온다. 어떻게 예상하나? 원전 폐기로 나오면 어떻게 할 건가.
 
"결과와 상관없이 나는 '원전 영구 중단'에 결연히 맞설 것이다. 할 수 있는 건 다 할 것이다. 미신과 요설을 물리치기 위해 내 과학 지식과 경험을 끝까지 알릴 것이다. 그렇다고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서는 건 피하고 싶다. 이 정부가 잠시 원전을 멈출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구 정지는 안될 것이다. 왜냐고? 그래도 지구는 돌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 원전의 기술력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신재생에너지가 왜 아직은 환상일뿐인지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얘기했다. 그가 첫번째로 꼽은 기술은 흔히 '인공태양'기술로 불리는 핵융합이었다.
 
-핵융합 발전의 실용화가 가능한가.
 
"가능하다. 이르면 2040년, 늦어도 2050년이면 된다. 핵융합 기술은 우리가 최고 수준이다. 가스 두 개를 융합해서 헬륨가스를 만드는 기술이다. 방사성 폐기물도 나오지 않는다. 전원이 끊어지면 융합도 멈춘다. 그만큼 안전하다. 흔히 꿈의 기술로 불린다. 프랑스의 국제열핵융합 실험로(ITER)가 핵융합 기술을 이끄는 데 여기 2인자인 사무총장이 국가핵융합연구소 연구위원인 이경수 박사다. 우리나라 과학자 50명이 파견 나가 있다. 사실상 한국이 주도한다. 중국이나 미국·일본을 완전히 따돌릴 수 있는 미래 기술이다. 인공태양을 미국, 일본, 중국에 판다고 생각해보라. 반도체 못지 않은 효자가 될 것이다."
 
-다른 기술은 뭔가.
 
"핵폐기물을 원료로 재사용하는 SFR(Sodium-cooled fast reactor: 소듐 냉각 고속 원자로) 기술도 세계 최고다. 이 기술은 정말 좋은 것이다. 폐기물을 줄여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 연료비도 아낄 수 있다. 게다가 하이브리드 기술도 우리가 최고 앞서 있다. 하이브리드는 현재의 핵분열 방식과 미래의 핵융합 방식의 중간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현재의 핵분열 방식 발전이 핵융합까지 가는데는 시간이 꽤 걸린다. 중간중간 고비가 있는데, 그 과정에 이르는 길을 이끌 최고의 기술을 한국이 갖고 있다."
 그는 "지난 9일 우리 기술로 만든 한국형 원자력발전 APR1400이 유럽 인증을 획득한 게 바로 우리 기술력을 세계가 인정한 결과"라고 했다. 그런 얘기를 할 때의 그의 목소리는 힘이 넘쳤다. 그러다 곧 시무룩해졌다.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를 정부가 사실상 포기한 것처럼 의욕을 보이지 않는다며 개탄하면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기의 원전을 건설할 계획이다. 한 개 당 건설비는 10조원 정도지만 60년 운영권까지 포함하면 20기 건설에만 400조~600조원이 들어간다.  
지난달 18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와 한국갈등학회가 신고리 5·6호기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마련한 부산지역 순회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주제발표와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8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와 한국갈등학회가 신고리 5·6호기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마련한 부산지역 순회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주제발표와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 뛰어들면 수주 가능성이 있나?
 
"벌써 늦었을 수 있다. 기술이 아무리 뛰어난들 뭐하나. 원전 수주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총력전을 펼쳐도 될까말까다. 그런데 탈원전을 선언하고 대통령은커녕 국장급이 나서는 한국이 어떻게 중국 같은 경쟁국을 이길 수 있겠나. 사우디 원전 수주가 무산될 경우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의 손실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5000년 역사에 500조원짜리 수주를 이렇게 내팽겨친 때가 언제 있었나. 이걸 탈원전 단체들이 물어낼건가? 어떻게 책임질 건가?"
 
그는 누구보다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의 허실을 잘 안다. 풍력발전소 건설에도 참여해봤다. 그의 결론은 신재생에너지는 아직 멀었다는 것이었다.  
 
-지금 한국에선 안 된다는 뜻인가, 아니면 아예 안 된다는 뜻인가.
 
"둘 다다. 신재생 에너지, 참 좋다. 산속에서 가정 단위로 쓰는 것은 좋다. 그러나 신고리 5.6 두 개 없애면 2800Mwh가 사라진다. 이걸 풍력발전으로 대체한다고 해보자. 풍력은 제일 큰게 2MW다. 산술적으로 1400개가 필요하다. 그런데 풍력이 전기를 생산하는 시간은 한정돼 있다.그걸 계산하면 약 5배를 더 지어야 한다. 7000개를 건설하려면 약 35Km가 필요하다. 한 단지에 보통 많아야 10개 밖에 못 짓는다. 바람 개비 날개 하나가 85~100M다. 반경 200M는 최소한 산림 다 깍아내야 한다. 이게 친환경인가. 게다가 200~500M 이격거리를 둬야 한다. 바람의 질도 나쁘다. 유럽은 대부분 평지를 지나서 바람이 일정하지만 우리는 수시로 바뀐다. 발전 효율이 그만큼 떨어진다.  더 중요한 문제도 있다. 풍력 탑이 군 레이더 사이트에 방해되면 안 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촘촘히 꼽지 않으면 지을 땅이 모자라고 촘촘히 꼽으면 북한의 저공 비행물체를 레이더가 탐지할 수 없다. 안보에 당장 문제가 생긴다."
 
-태양광은 어떤가.
 
"마찬가지다. 태양광은 풍력보다 10배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다. 한국은 일조량이 충분치 않아서 2800MW만 발전하려해도 전국 논밭에 태양전지판을 다 깔아야 할 판이다. 5분의 1의 면적이면 충분하다는 주장도 있는데, 어림 없는 소리다. 지구 온난화로 비오는 날이 더 많아지고, 황사도 잔뜩 몰려온다. 논밭에 태양전지판을 깔면 식량 안보까지 해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송전 시설이다. 태양전지판 마다 풍력 탑마다 송전 시설을 연결해야 한다. 산 꼭대기에서 바닷가 염전까지 전 국토를 전깃줄로 연결해도 될까말까다. 그야말로 온 나라를 파헤쳐야 한다. 나는 도무지 환경단체들을 이해할 수 없다. 환경을 생각한다면서 왜 파괴하려 하나."
 
그의 설명은 끝없이 이어졌다. 일부러 끊지 않으면 결코 끊기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열변을 토하면서도 순간순간 몸을 사렸다. 수시로 "나서기 싫다"고 말했다. 이해할 수 있었다. 얼마나 시달렸으면 그럴까. 그는 불과 석달전까지 평생의 업인 원자력발전을 위해 살아온 평범한 과학도였다. 투사이고 싶지도, 투사일수도 없는 백면서생이다. 그런 그를 진영과 대결의 장으로 끌어낸 게 과연 누구인가. 요설과 미신이 판치는 세상이 너무 싫다며 조교수는 심중의 말 하나를 마무리에 덧댔다.  
 
"탈원전은 진실의 좌절이자, 과학의 치욕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그런 일만은 없어야 합니다."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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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