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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한국 자동차산업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문희철 산업부 기자

문희철 산업부 기자

‘롤스로이스·벤틀리·애스턴 마틴·로터스·재규어·랜드로버·미니….’
 
모두 영국에서 탄생한 자동차 브랜드다. 하지만 지금은 독일·미국·중국·인도 기업으로 뿔뿔이 팔려갔다. 이제 지구상에 영국 기업이 보유한 자동차 브랜드는 단 하나도 없다. 산업혁명의 종주국답게 영국은 50여 년 전만 해도 세계 1위 자동차 수출국이었다. 하지만 영국은 이제 자동차 생산 대수(181만 대, 지난해 기준)가 한국(423만 대)은 물론 태국(194만 대)보다 적은 국가로 전락했다.
 
불과 반세기 만에 영국 완성차 업계가 몰락한 역사에서 한국 자동차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본다면 지나친 상상일까. 영국은 자동차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 미국 포드자동차가 대량생산 체제를 도입했지만 영국은 소량생산을 고집했다. 영국 완성차가 무너지기 시작한 1920년 이전까지 영국 1위 자동차 제조사 울슬리는 한 해에 불과 3000대를 만들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글로벌 소비자 수요를 외면한 채 세단 생산 판매에 집중했던 한국 자동차 업체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생산성 하락도 영국의 몰락에 영향을 미쳤다. 1950년 총선거에서 집권한 영국 노동당은 지역발전 정책을 추진했다. 영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공장을 쪼개 리버풀·웨일스·스코틀랜드 등지에 분산했다. 대규모 장치산업을 소규모로 쪼개놓은 상황에서 생산 비용 상승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한국 상황도 이와 흡사하다. 지난 10년간 인기 국산 차 가격은 두 배 가까이로 올랐다. 인건비 상승이 가장 큰 몫을 했다. 한국 5개 완성차 제조사가 차량 한 대당 투입하는 노동시간(26.4시간)은 경쟁사 대비 가장 길다. 덕분에 2011년 9.2%였던 현대차그룹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절반(4.7%) 수준으로 추락했다. 비효율적인 노사관계도 판박이다. 당시 영국에선 한 사업장에서 10여 개 노조가 세력다툼을 벌였다. 10여 개 계파별로 선명성 경쟁을 벌이는 현대차 노조와 꼭 닮았다. 영국에선 노사분규로 신모델 출시가 지연되는 일도 흔했다. 현대차도 지난 7월 노조 동의가 늦어지면서 코나 생산이 늦춰졌다.
 
영국 자동차 노조는 실적 부진으로 회사가 매물로 나온 와중에도 고용 보장을 약속한 곳이 공장을 인수하도록 경영진을 압박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서면으로 고용을 보장하라”고 요구한 현대차 노조와 데칼코마니 수준이다. 50년간 전진해 온 한국 자동차 산업이 50년 전 영국의 시간으로 돌아가려 한다.
 
문희철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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