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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 고통을 연장시키는 인도적 지원

기자
구본학 사진 구본학
대북지원 쌀을 선적하는 모습. [사진 중앙포토]

대북지원 쌀을 선적하는 모습. [사진 중앙포토]


햇볕정책에 북한은 1차 핵실험으로 보답
대북지원은 우리정부가 김정은이 할 일을 대신하는 격


정부가 북한 핵 및 미사일 문제 등 정치적 상황과는 별개로 세계식량계획(WFP)과 유엔아동기금(UNICEF) 등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의 영유아 및 임산부 등 취약계층에 800만 달러(약 90억원)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비록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기는 하지만 핵과 미사일 위협, 사이버테러와 해킹, 무인기 도발 등 김정은의 안보 위협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인도적 지원이 타당한가에 대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이 추진되었던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우리 정부는 북한에 쌀과 옥수수 등 7억2005만 달러를 포함하여 총 9억3305만 달러(약 1조원)를 지원했고(중앙일보, 2017년 9월 20일자 참조), 북한은 2006년 제1차 핵실험으로 답했다. 이번 대북 인도적 지원 결정은 6차 핵실험과 화성-12형 미사일 시험발사 등으로 안보위협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김정은을 대신해서 북한 주민들의 삶을 걱정해주는 격이다.

정부는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지원이 인도적 차원이며,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있기 때문에 핵과 미사일로 전용될 수 없고, 미국은 100만 달러, 러시아는 300만 달러, 스위스는 7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하면서 정당화하고 있다. 러시아와 스위스는 북한으로부터의 안보위협이 없고, 미국은 세계 최강국으로서 WFP와 유니세프에 체면치레한 것으로 보인다.

인도적 지원의 효과에 대해서는 이견 존재,
①비인도적 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을 무력화
②정치적 문제의 악화를 방조하는 결과 초래
③문제 해결보다는 자원 확보에 더 관심
④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곳에 지원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롯데국제관 WFP(세계식량계획) 서울사무실 [사진 뉴스 1]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롯데국제관 WFP(세계식량계획) 서울사무실 [사진 뉴스 1]


인도적 지원이 소외된 계층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세계 평화에 기여한다는 것은 원론적 이야기다. 인도적 지원이 과연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학자들 간에도 이론이 있다. 겉으로는 소외계층의 삶의 질을 높인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 효과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첫째, 일반적으로 국제적 구호단체들은 정치적 고려가 없는 인도적 지원을 최상의 가치로 여기지만 실상은 인권을 탄압하는 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을 무력화시키기도 한다. 독재정권은 일부 핵심계층의 충성에만 관심을 가지는 반면, 일반 주민의 인권과 복지는 국제사회가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대북 인도적 지원이 지속되는 한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 개발, 각종 대남위협에 북한의 모든 자산을 투입하는 것은 당연하다.

둘째, 인도적 구호단체들은 정치상황을 무시함으로써 분쟁과 갈등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1990년대 르완다 내전 당시 국제 구호단체들은 후투족 민병대 전사들이 포함된 난민캠프를 운영함으로써 80만명에 달하는 투치족 대량학살을 간접적으로 방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소말리아에서는 내전에 개입된 단체에 인도적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내전이 종식되지 않는 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대북 인도적 지원이 김정은 정권의 핵과 미사일 도발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셋째, 인도적 지원에 참여하는 국제기구 및 단체들은 각각 제나름의 목적을 가지고 활동하기 때문에 서로 협조하지 않으며, 문제 해결보다는 얼마나 많은 자원을 더 확보하느냐에 관심이 있다. WFP와 유니세프에게는 안보리의 대북제재결의와 북핵문제 해결보다 영유아와 임산부의 영양상태가 더 중요하다.

넷째, 지구상 도처에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곳이 있지만 국제적 구호단체들은 언론의 주목을 받는 곳에 지원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북한은 전세계적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핵심 지역으로 떠올라 있다.

인도적 지원이 없을 경우 핵미사일 비용 축소 불가피
북한 주민의 인권과 삶의 질 근본적 개선이 더 중요


대북 인도적 지원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인도적 지원이 없다면 김정은은 핵과 미사일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의 일부를 북한 주민의 식량과 의약품 공급에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김정은에 대한 북한 주민의 불만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머지 않아 북한이 핵무장에 들어가고 한국은 북한의 핵인질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북쪽 동포들의 인도적 상황이 걱정된다면 김정은 정권의 비핵화와 북한주민의 인권 보장을 동시에 요구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인도적 지원은 김정은 정권의 인권탄압에 눈을 감는 것이며, 압정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의 고통은 더욱 지속ㆍ심화 할 것이다. 북한 취약계층의 영양상태를 일시적으로 개선하는 인도적 지원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기본적 인권 개선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구본학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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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