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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외래종 동식물의 습격은 이제 우리의 일상

이중효 국립생태원 생태보전연구실장

이중효 국립생태원 생태보전연구실장

추석 연휴 내내 우리는 뉴스 때마다 붉은불개미 소식에 신경이 쓰였다. 붉은불개미는 그 즉각적인 독성 때문에 더욱 피부에 와닿았을 테지만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이미 외래종 동식물 천지다. 지방자치단체와 관계기관은 해마다 하천변을 뒤덮은 가시박을 제거하고 있다. 북미 원산의 외래식물이고 토종식물의 생존을 위협하기 때문에 제거해야 할 대상이다.
 
생물이 사는 지리적 범위는 기후를 비롯한 환경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자연이 결정한 이러한 분포 범위를 넘어선 생물을 우리는 외래종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외래종은 대륙 간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최근에는 기후변화 영향으로 지구촌에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외래생물의 위협은 생태계 특성을 무질서하게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준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만의 얘기가 아니다. 미국에 유입된 유럽산 홍합은 미 전역으로 퍼져 호소(湖沼) 생태계를 교란한 것은 물론이고 발전소와 공장의 취수 파이프에 달라붙어 그 피해가 1989년부터 2000년까지 7억5000만~10억 달러로 추정된다. 일본은 2009년 미국너구리에 의해 전국적으로 2억8000만 엔의 농가 피해가 발생했다. 이탈리아는 1995년부터 2000년까지 농작물 피해를 일으키는 뉴트리아(늪너구리)를 잡기 위해 2600만 유로를 투입해 20만 마리 정도를 잡았다.
 
외래종의 침입 영향은 한 종에 머물지 않는다. 미 캘리포니아의 유칼리나무 사례는 유명하다. 캘리포니아주는 1850년 처음 호주산 유칼리나무를 도입했다. 광범위하게 심었지만 해충 피해를 보지 않았다. 캘리포니아의 초식동물은 유칼리의 방어물질 때문에 이 나무에 접근하기 어려워 해를 입히지 못했다. 하지만 130년이 지나 호주에서 초식 해충이 유입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매년 새로운 초식 해충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줄기에 구멍을 내는 해충이 오더니 다음에는 잎을 갉아먹는 해충이 오고 그다음에는 수액을 빨아먹는 해충이 왔다. 이제는 새로운 초식해충 복합체가 정착해 있다. 말하자면 새로운 생물 종 하나가 도입되면 이는 작은 출발에 지나지 않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연쇄작용이 일어나 문제가 점점 커지고 복잡해진다.
 
외래종이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다양하고 심각하다. 등검은말벌의 경우 국내 토종 꿀벌을 공격해 생태계 교란은 물론 양봉농가에 물적 피해를 유발한다. 도심까지 출몰해 사람을 공격하기도 한다. 질병을 퍼뜨린 사례도 있다. 외래종에 내성을 지닌 사람이 전파한 질병매개생물이 그 질병에 면역기능을 갖추지 못한 이들에게 큰 피해를 준 멕시코의 사례가 그것이다.
 
시론 10/11

시론 10/11

유럽에서 멕시코로 전파된 천연두·홍역·발진티푸스 등 전염병으로 1518년 2000만 명이던 멕시코 인구는 50년 뒤 300만 명으로 급감했다. 다음 반세기 후에는 160만 명으로 또 줄었다. 현대의학의 발전으로 그러한 질병의 위협은 크게 줄었지만 기후변화를 비롯해 환경변화가 빠른 오늘의 시점에서 많은 관심이 필요한 분야다.
 
농작물에 미친 영향은 어떤가. 국내에도 블루베리혹파리·갈색날개매미충·미국선녀벌레 등 외래 해충으로 인해 농작물과 과수 피해가 이미 심각하다. 사실 잡초·해충이나 식물병원균 대부분이 외래종이라고 볼 수 있다. 삼림 파괴를 가져온 사례는 강원과 경북 북부지방의 소나무 숲을 초토화하고 있는 솔잎혹파리가 대표적이다.
 
귀에 익숙한 배스·뉴트리아·황소개구리 등은 수(水)생태계를 망가뜨리고 있다. 배의 평형유지수에 섞여 건너온 바다생물이 해양생태계를 파괴한 사례도 많다. 괌에 침입한 갈색나무뱀은 서식 조류 13종 중 10종, 도마뱀 12종 중 6종, 그리고 박쥐 3종 중 2종을 멸종시킨 예도 있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외래종 연구를 자생종 연구만큼 부지런히 하고 있다. 생물의 멸종을 가져오는 요인으로 외래종 문제를 서식처 파괴 다음으로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외래종의 정확한 목록과 분포지도는 물론 그것이 미치는 영향과 관리방법 등 체계화된 정보를 구축해 놓고 있다.
 
이에 비해 관련 전문가와 자료축적·연구투자가 부족한 우리나라는 외래종 목록을 겨우 작성해 놓은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분포도와 생태정보가 충분하지 않다. 기후변화를 비롯해 자연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해충 등 외래종의 대발생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붉은불개미 사태를 계기로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중효 국립생태원 생태보전연구실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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