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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통화스와프, 미국 등 기축통화국과 맺지 못하는 까닭은...

통화스와프는 외환 보유액이 바닥날 경우에 대비해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받는 계약이다. 외화보유액이 유사시를 대비한 ‘적금’이라면, 통화스와프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성격이다. 둘 다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외화 부족 사태를 고려한 ‘안전판’ 역할을 한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의 통화스와프 구성은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현재 중국(560억 달러)을 비롯해 인도네시아(100억 달러), 말레이시아(47억 달러), 호주(77억 달러)와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 중이다. 
 
아랍에미리트(UAE)와의 54억 달러 규모 통화스와프는 지난해 10월 만기 종료됐지만, 양국이 연장에는 합의한 채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 한국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및 중국, 일본과 공동으로 만든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에서 384억 달러를 인출할 수 있다. 이를 모두 합치면 1222억 달러다.
한국의 통화스와프 체결 현황. 자료: 한국은행

한국의 통화스와프 체결 현황. 자료: 한국은행

 
그런데 한국이 맺은 양자 통화스와프 중 기축통화는 없다. CMI를 제외한 다른 통화스와프 협정은 모두 양국이 자국 화폐를 교환하기로 했다. 호주 달러는 세계 5위권의 통화로 평가받지만, 국제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화폐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말레이시아 링깃과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하다. 
 
중국과의 통화스와프도 위안화(3600억 위안) 기준 계약이다. 위안화의 가치가 높아지고는 있지만 달러 등과 비교하면 가치는 아직 미약하다. 한국이 맺은 통화스와프 중 기축통화는 CMI에서 인출할 수 있는 384억 달러가 전부인 셈이다. 이마저도 실제 자금을 이용하려면 다수 회원국의 동의와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협의가 필요해 상대적으로 이용이 쉽지 않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거시ㆍ경제금융연구실장은 “중국과 통화스와프를 연장하는 건 당연히 바람직하지만, 실제 외환위기 시 방어막 역할은 제한적”이라며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맺는 게 한국 입장에선 가장 좋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과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맺었다. 한국이 위기를 벗어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 계약은 2010년 종료됐다. 한국은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맺길 원한다. 
 
하지만 미국 측에선 냉담하다. 절실한 건 한국 쪽이여서 미국은 굳이 서두를 이유가 없다. 게다가 한미 자유무엽협정(FTA) 재협상이 현실화하며 통상 분야에서 양국은 기싸움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어서 통화스와프 체결을 강하게 요구하기도 어렵다.
한중 통화스와프가 자정 만기 되는 10일 서울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이 원화와 위안화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

한중 통화스와프가 자정 만기 되는 10일 서울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이 원화와 위안화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

 
역시 주요 국제통화인 엔화를 보유한 일본을 대안으로 찾을 수도 있는데 정치적 문제가 걸림돌이다.  일본과의 통화스와프는 2001년 20억 달러에서 시작해 2008년 300억 달러로 증액됐고, 2011년에는 700억 달러까지 늘었다. 이 규모는 점차 줄다 2015년 종료됐다. 
 
지난해 8월 협상이 재개됐지만 올 1월 ‘소녀상’ 갈등으로 협상이 일본이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한국 정부도 굳이 먼저 나서서 통화스와프 체결을 ‘구걸’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말 현재 3848억 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을 가진 상황에서 굳이 국민적 감정을 해치며 통화스와프 체결을 먼저 제안하지 않겠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하지만 외환보유액이 아무리 많아도 위기 발발시 외환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는 만큼 기축통화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어렵더라도 미국에게 통화스와프 체결 제의를 지속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라며 “일본과는 정경분리 원칙 속에 통화스와프 체결을 통해 실리를 찾는게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주요국와의 통화스와프에만 기대기 어려운 환경인만큼 외환보유액 관리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이나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이 쉽지 않고, 중국과의 관계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제1의 안전망인 외환보유액을 충분히 유지하고 국내에 투자한 해외자금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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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스와프라는 외환안전망 구축에 나선 곳은 한국만이 아니다. 세계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각국 중앙은행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 영국ㆍ일본ㆍ스위스ㆍ캐나다 6개국 중앙은행은 2013년 상시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었다. 자국 내 달러 유동성이 부족하면 다른 중앙은행에서 만기 3개월짜리 단기 유동성 대출 공급을 해주는 것이다.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통화스와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7월말 현재 중국은 32개국과 3조510억 위안의 통화스와프 체결한 상태다. 일본은행도 역내 영향력 강화 수단으로 통화스와프를 활용하는 모양새다. 싱가포르와 호주에 이어 올 들어 태국(30억 달러)과 필리핀(120억 달러) 등과 양자 간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했다.
 
통화스와프가 외교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통화스와프는 미국과 중국 간 통화전쟁의 또 다른 전선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프랑스 최대 싱크탱크인 국제정보전망연구소(CEPII)는 “미국은 금융시장의 유동성 경색을 막는 한편 달러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있고,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통해 달러 중심의 국제통화체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통화스와프를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현옥ㆍ하남현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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