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차이나 인사이트] 우리는 왜 사드 보복 뚫고 중국 시장서 이겨야 하나

떠날 것인가? 아니면 남을 것인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드센 보복 이후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지난 3월 ‘이해합니다 그래서 기다립니다’는 호소문까지 내걸었던 롯데가 지난달 더는 견디지 못하고 롯데마트 매장 112개 모두를 철수하기로 한 뒤 많은 우리 기업이 중국 사업 철수, 즉 ‘차이나 엑시트(China Exit)’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중국 사업을 접느냐 마느냐의 고민은 우리만 하는 게 아니다. 중국과 갈등을 빚는 일본과 호주·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에서도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포스트 차이나’ ‘넥스트 차이나’ 또는 ‘중국 더하기 하나(China plus One)’ 등의 전략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2016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을 제시했고,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제조업 공동화와 인재 유출을 극복하기 위해 1990년대 리덩후이 당시 총통의 ‘남향정책’을 계승한 ‘신남향정책(新南向政策)’을 발표했다.
 
우리는 왜 사드보복을 뚫고 중국 시장에서 이겨야하나

우리는 왜 사드보복을 뚫고 중국 시장에서 이겨야하나

우리도 일본과 대만처럼 탈(脫)중국을 고려해야 하나? 단기적으론 몰라도 장기적으로 중국을 회피하거나 우회하는 전략은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경제의 규모와 소비자의 구매력이 계속 상승하고 있어 당분간 중국을 대체할 시장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동남아와 인도가 중국처럼 발전하려면 갈 길이 멀고, 보호무역주의 등 때문에 선진국 시장 진출에도 한계가 있다.
 
또 중국 시장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첨단기술 기업의 경연장으로 발전하고 있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선 중국 기업과의 경쟁이 필수적이다. 중국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제품이 다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중국을 우회하는 전략은 세계 시장으로의 다변화(diversification)보다는 중국으로부터의 주변화(marginalization)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2010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에 오른 중국은 구매력(PPP) GDP 기준으론 2014년 미국을 넘어 세계 1위가 됐다. 현재 중국의 성장률이 미국 성장률의 두 배 이상이라 양국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중국의 부상으로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북미와 유럽에서 아시아로 넘어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리커창 중국 총리는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세계무역기구·국제노동기구·경제협력개발기구·금융안정이사회의 수장들과 함께 ‘1+6 라운드 테이블’을 매년 개최 중이다.
 
지난 7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 총재는 10년 뒤 본부를 워싱턴에서 베이징으로 이전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규정에 따르면 ‘본부는 최대의 할당액을 가진 가맹국의 영역에 설치한다’고 돼 있는데 2030년대가 되면 중국이 미국보다 더 많은 할당액을 보유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경제 규모보다 더 주목해야 할 지표는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도다. 2015년 기준으로 중국의 연 7% 성장은 세계 경제에 이탈리아 경제를 하나 추가하는 효과를 가진다. 향후 20년 동안 중국의 성장이 세계 성장의 30%(미국은 약 1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6% 미만으로 성장하는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에 빠지더라도 경제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에 세계 경제성장에서 중국의 기여도는 더 커질 수 있다. 따라서 당분간 중국의 성장을 대체할 수 있는 경제권이 등장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이다.
 
넥스트 차이나로 각광 받는 동남아시아가 중국을 대신할 수 있는 구매력을 가질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하다. 동남아에 인접한 중국 남부 지역의 성장률(8% 이상)이 아세안(5% 정도)을 월등히 상회하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는 중국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시장의 규모(양)뿐 아니라 기술의 수준(질)도 중국을 우회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현재 중국 시장은 세계 최대이자 세계 최고로 발전하고 있다. 중국 제조업의 기술 수준이 급속히 향상되면서 중국산 제품을 ‘짝퉁’이나 ‘대륙의 실수’와 같은 말로 폄하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특허 출원 건수에서 중국은 2011년 미국을 제치고 최다 특허보유국이 됐으며 전체 건수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제경영개발원의 『세계 경쟁력 연감(World Competitiveness Yearbook)』에 따르면 한국의 과학·기술 인프라는 2012년 5위에서 올해 8위로 하락한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8위에서 3위로 뛰어올랐다. 특히 주목할 사실은 중국의 기술 인프라 순위가 2016년 18위에서 올해 4위로 급상승했다는 점이다.
 
이미 중국의 일부 기업은 미국·독일·일본 기업들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인공지능·로봇·전자상거래·핀테크·드론 등)의 선두에 있다. 세계 최대의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華爲), 세계 최대의 민간 드론 업체 DJI(大疆創新),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기업 비야디(比迪·BYD), 중국 최대 인터넷 게임 서비스 기업인 텐센트(騰訊),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阿里巴巴), 중국 최대 인터넷 검색 엔진 바이두(百度) 등이 대표적 예다.
 
중국의 첨단 기업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해 해외로 활발히 진출하면서 이제 중국 밖에서도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의 한 축인 해상 실크로드 사업이 중국 기업의 진출을 돕고 있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싱가포르 소재 전자상거래 업체인 라자다(Lazada)를 인수했으며 지난 3월엔 말레이시아에서 중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동남아시아에 확대하는 디지털 자유무역지대(Digital Free Trade Zone·DFTZ) 구축 사업에 착수했다.
 
인도에서도 중국 휴대전화의 성장세가 확연하다.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떨어진 샤오미(小米)는 인도 시장에서 올해 초 가성비가 높은 홍미노트4를 출시해 삼성전자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처럼 거세게 도전하는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우선 그들의 안방인 중국 시장에서부터 꺾겠다는 옹골찬 정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섣부른 중국 철수 계획은 오히려 우리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왕휘
영국 런던정경대(LSE)에서 동아시아 금융위기를 주제로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의 경제적 부상이 동아시아와 국제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일대일로: 중국과 아시아』(공저) 등이 있다. 

  
이왕휘 아주대 정외과 교수
AD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