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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취향] "옷만 잘 입어도 여행이 달라지더라"

최범석 디자이너의 2016년 쿠바 여행 당시 모습. [사진 최범석]

최범석 디자이너의 2016년 쿠바 여행 당시 모습. [사진 최범석]

갈 때마다 늘 새로운 친구가 생겨요. "
남성복 '제너럴 아이디어'의 최범석(41) 디자이너에게 여행의 재미를 물었더니 나온 답이었다. 열일곱 번이나 컬렉션을 하느라 뉴욕을 들락거릴 때도, 친구들과 훌쩍 유럽으로 떠날 때도 예외가 없었단다. 낯선 장소에서의 우연한 인연. 누구나 꿈꾸지만 쉽게 이뤄지지 않는 이 영화 같은 여행의 로망이 그에게는 어찌 이리 쉬운 걸까.  
여행은 자주 다니나.

"일 년에 두 번 정도 멀리 떠난다. 올 4월만 해도 이탈리아 밀라노-피렌체-베네치아를 거쳐 포르투갈 리스본 찍고 남부 해안까지 쭉 돌고 난 뒤 스페인으로 올라갔다. "

일정을 세울 때 원칙이 있나.

"열흘을 지낸다 치면 호텔을 세 군데로 나눠 등급을 달리한다. 처음에는 등급이 낮고 싼 데로 정하고 마지막에는 최고급으로 한다. 사실 여행 첫날이나 둘째 날에는 어디서 묵어도 괜찮다. 그냥 비행기 타고 이국적인 풍경이나 다른 나라 냄새만 맡아도 들뜨지 않나.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숙소 상태나 서비스에 불만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어차피 예산이 정해져 있다면 처음에는 120~150유로짜리에, 마지막에는 500~600유로로 포트폴리오를 짜면 여행 만족도가 날로 좋아진다. 식당도 마찬가지다. 난 미슐랭 레스토랑 같은데는 무조건 마지막 날로 예약한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그러다 보면 여행이 좋은 추억으로만 남는다. "

깔끔 떠는 스타일이면 쉽지 않을 거 같다.

"한번만 해 보면 된다. 내가 딱 그랬다. 서른 살에 인도로 친구들이랑 여행을 갔는데 처음에 4000원짜리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했다. 친구들이 '너는 절대 못 잔다에 자기 팔을 건다'고 할 정도로 말렸다. 와, 그런데 막상 가보니 정말 방 상태가 못 잘 것 같더라. 심란해도 어쩌겠나. 그런데 저녁에 그 숙소 옥상에서 맥주 파티가 열렸다. 다른 나라 애들이랑 바람 좋은데서 한 잔 하며 이야기를 하는데 왠지 행복하더라. 그냥 나 외국 왔구나, 그런 흥분이 있었던 것 같다. 이후 점점 더 좋은 호텔로 옮기니 어딜 가도 좋았다. " 
루프톱이 유명한 뉴욕 퍼플릭 호텔. [사진 퍼플릭 호텔 홈페이지]

루프톱이 유명한 뉴욕 퍼플릭 호텔. [사진 퍼플릭 호텔 홈페이지]

여행 스타일은 어떤 편인가.
"철저하게 현지인처럼 지내려고 한다. 파리나 런던처럼 관광 명소가 몰린 곳에서도 '그냥 사진으로 봐도 돼' 하는 수준이다. 오히려 그런 대도시에선 그곳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주택가에 묵는다. 우리로 치면 성북동이나 서래마을 같은 데에 에어비앤비를 예약하는 식이다. 그런 동네에 묵으면서 동네 카페나 베이커리에 들러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하는 게 좋다. 뭔가 낯선 곳에서 인연을 만들어가는 느낌이다. 식당이나 바 같은 데를 갈 때도 블로그나 여행 사이트 같은 건 보지 않는다. 거리 구경 하다가 좋은 차가 유독 많이 서 있거나 스타일 좋은 애들이 북적대는 데를 찍어 들어간다. 취향이 좋은 애들이 가는 곳은 맛도 좋을 때가 십중팔구라서다. "
최범석 디자이너가 추천한 그리스 식당 '키키스'의 요리. [사진 Yelp]

최범석 디자이너가 추천한 그리스 식당 '키키스'의 요리. [사진 Yelp]

컬렉션 하는 뉴욕에서도 그런가.
 
"맞다. 갈 때마다 거의 다른 동네에서 지낸다. 최근엔 뉴욕 맨해튼의 로어 이스트, 브룩클린의 작고 핫한 장소들을 탐방하는 데 빠져 있다. 그리스 음식점 '키키스', 굴요리 전문식당 '메종 프리미에르' 등은(아래 리스트 참조) 아담하고 분위기가 좋아서 혼자 가더라도 말동무가 생긴다. 거기서 다시 현지 트렌드세터들만 아는 현지 정보를 얻고 다음 일정을 짤 수 있다. "
친구가 쉽게 생기는 비결이 뭔가.
 
"일단 기 죽지 말고 당당해라. 돈 내고 먹는 건데 우물쭈물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손님인 나도 잘 입으면 된다. 보통 여행가면 더 편한 옷만 찾는데 그럼 관광객으로서만 즐기다 오는 거다. 뉴요커처럼, 파리지앵처럼 잘 차려 입고 있어야 저 사람 뭔가 재미있겠다, 말 좀 걸어봐야지 하는 거다. 반대로 내가 말을 걸 때도 경계심이 덜 하고. 언젠가 여행 마지막날 좋은 레스토랑에서 와인 한 잔을 하고 있었는데, 건너 편에 할아버지 한 분이 혼자 식사를 하더라. 나폴리 스타일 양복을 빼 입고 있어 한 눈에 호기심이 생겼다. 합석을 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경험에서 묻어나는 인생의 조언을 듣는 기회였다. 사실 잘 차려 입고 있다가 가끔 사기꾼 같은 사람이 걸릴 수도 있는데, 이건 본인의 촉이 중요하다. "
흰 티셔츠에 포인트가 되는 줄무늬 스카프. [사진 최범석]

흰 티셔츠에 포인트가 되는 줄무늬 스카프. [사진 최범석]

더운 날에도 얇고 가는 스카프를 두른 모습. [사진 최범석]

더운 날에도 얇고 가는 스카프를 두른 모습. [사진 최범석]

멋을 어떻게 부리나.
 
"바지나 신발은 기본이면 되고 상의에 힘을 준다. 색깔이나 무늬로 포인트를 줄 만한 셔츠 하나만 입어도 분위기가 다르다. 나는 스카프가 유용하다. 평범한 차림에도 스카프 하나 두르면 뭔가 있어 보인다. 스카프는 일교차가 있는 곳에서 유용하기도 하다. "
여행마다 현지 친구를 사귀는 최범석(오른쪽).

여행마다 현지 친구를 사귀는 최범석(오른쪽).

옷 때문에 생긴 기억할만한 에피소드가 있나.
 
"2016년 쿠바 여행이 정말 대단했다. 컬렉션 끝나고 동생이랑 쿠바를 가자고 마음 먹었다. 그때도 평소처럼 딱히 숙소를 잡거나 그런 게 아니라 즉흥적으로 떠나자고 한 거였다. 뉴욕 JFK공항에 있는데 예사롭지 않게 차려 입은 한 남자가 와서 쿠바에 가냐며, 호텔은 너무 비싸니까 자기가 저렴한 까사(정부에서 허가를 낸 민박)을 잡아주겠다고 하더라. 나중에 알고 보니 뉴욕에서 활동하는 패션 포토그래퍼였는데, 쿠바 출신 아내가 있어서 현지 사정에 밝았다. 쿠바에 영화 세트장이랑 스튜디오를 차려 놓은 덕에 전 세계 패션업체들이 쿠바에서 촬영이든 쇼든 뭘 할라고 치면 이 사람이 연결고리였다. 그러니 쿠바 곳곳에 아는 데가 얼마나 많겠나. 쿠바에 도착해서도 며칠 지나니까 우리 앞에 지도를 펼쳐놨다. 아바나는 지겹지 않냐면서 트리니다드라는 곳으로 가자고 했다. 그리고는 진짜 말을 빌려 와서 폭포까지 갔다. 또 저녁에는 동굴에 만든 나이트 클럽(아쿠아 디스코)도 들렀다. 원래 닷새만 머물려고 했던 쿠바에서 그 친구 덕분에 2주나 있었다. 헤어지면서 왜 공항에서 우리한테 말을 걸었냐니까 동양 남자가 멋 내고 있는 모양새가 보기 좋았다고 하더라."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사진가인 쿠바 친구는 여행 가이드 외에도 일정 내내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사진 최범석]

사진가인 쿠바 친구는 여행 가이드 외에도 일정 내내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사진 최범석]

<디자이너 최범석이 추천하는 뉴욕 핫플레이스>
① 그리스 식당 Kiki's : 130 Division St, New York, NY / +1 646-882-7052
② 굴 요리 전문점 Maison Premiere: 298 Bedford Ave, Brooklyn, NY / +1 347-335-0446
③ 카페 Cafe Mogador Williamsburg: 133 Wythe Ave, Brooklyn, NY/ +1 718-486-9222
④ 일식당 Shabu-Tatsu: 216 E 10th St # St1, New York, NY/ +1 212-477-2972
⑤ 루프탑으로 유명한 호텔 PUBLIC: 215 Chrystie St, New York, NY / +1 212-735-6000
⑥ 샌드위치 브런치 식당 Egg Shop: 151 Elizabeth St, New York, NY/ +1 646-666-0810
⑦ 라운지 바 Paul's Cocktail Lounge: 2 6th Ave, New York, NY / +1 212-519-6681
⑧ 아메리칸 레스토랑 Forgtmenot: 138 Division St, New York, NY / +1 646-707-3195
⑨ 베트남 음식점 An Choi: 85 Orchard St, New York, NY / +1 212-226-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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