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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내라 김주영, '빅토르 김'을 위한 변명

8일 러시아 모스크바 VEB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 대 러시아의 경기. 김주영(맨 왼쪽) 의 자책골로 0-3이 되자 한국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8일 러시아 모스크바 VEB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 대 러시아의 경기. 김주영(맨 왼쪽) 의 자책골로 0-3이 되자 한국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지난 7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VEB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 축구대표팀과 러시아의 A매치 원정 평가전. 전반 43분 표도르 스몰로프(27·크라스노다르)에게 실점해 0-1로 끌려가던 한국이 후반 10분에 한 골을 더 내줬다. 오른쪽 코너킥 상황에서 알렉산드르 사메도프(33·로코모티브 모스크바)가 올린 볼이 수비수 김주영(29·허베이 화샤)의 몸에 맞고 굴절돼 골대 안쪽으로 빨려들어갔다. 알렉산드르 예로힌(28·로스토프)의 침투를 저지하려고 몸으로 버티던 김주영이 미처 피하지 못해 생긴 불상사였다.
 
1분 뒤 자책골이 한 번 더 나왔다. 공교롭게도 또 김주영이었다. 아크 부근에서 예로힌의 스루패스를 저지하려고 발을 뻗었는데, 발 끝에 닿은 공이 방향을 바꿔 골키퍼 김승규(27·비셀 고베)의 손이 닿지 않는 우리 골대 오른쪽 모서리 안쪽으로 굴러들어갔다. 김주영은 평생 한 번 경험하기도 어렵다는 자책골을 한 경기에서, 그것도 1분 여 만에 두 차례나 겪었다.
 
한국은 후반 38분 알렉세이 미란추크(22·로코모티브 모스크바)에게 한 골을 더 내줘 네 골 차까지 밀렸지만, 후반 42분과 추가시간에 권경원(25·텐진 취안젠)과 지동원(26·아우크스부르크)이 연속골을 터뜨려 2-4로 따라잡고 경기를 마쳤다. 신태용(47) 감독 부임 이후 축구대표팀 전적은 2무1패가 됐다.
 
8일 러시아 모스크바 VEB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 대 러시아의 경기. 후반 볼 경합중 수비수 김주영의 몸에 맞는 자책골로 두번째 골을 허용하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8일 러시아 모스크바 VEB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 대 러시아의 경기. 후반 볼 경합중 수비수 김주영의 몸에 맞는 자책골로 두번째 골을 허용하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경기 후 여론의 화살은 김주영을 향했다. A매치 관련 기사마다 '골 가움에 허덕이던 축구대표팀이 드디어 특급 골잡이를 찾았다'는 조롱 댓글이 쏟아졌다.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선수 안현수에 빗대 '빅토르 김'이라는 별명도 등장했다. 개방형 정보 검색 사이트가 소개한 김주영의 국적이 한동안 러시아로 바뀌는 해프닝도 있었다.
 
김주영은 빠르고 영리한 수비수다. 센터백으로는 키(1m84cm)가 작지만 1m 가까이 뛰어오르는 점프력과 100m를 11초대에 주파하는 스피드, 뛰어난 상황 판단을 앞세워 한국 최고 수비수 반열에 올랐다. 그는 연세대 시절 "의욕이 사라졌다"며 축구부를 그만두고 반 년 넘게 일반 학생으로 생활한 이력이 있다. 다시 축구를 시작한 뒤 이를 악물고 노력해 축구대표팀까지 오른 그를 두고 동료들은 '악바리'라 부른다. 러시아전은 그의 통산 10번째 A매치였다.
 
8일 러시아 모스크바 VEB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 대 러시아의 경기. 수비수 장현수가 러시아 선수와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8일 러시아 모스크바 VEB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 대 러시아의 경기. 수비수 장현수가 러시아 선수와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축구 관계자들은 러시아전 부진의 책임을 김주영에게 전가하는 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한준희 KBS해설위원은 "자책골은 수비수들 사이의 위치와 역할 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 다급하게 볼을 처리하려다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김주영이 기록한 두 번의 자책골에 선수 자신의 실수가 포함된 건 맞지만, 넓게 보면 러시아전에서 한국이 허용한 네 골 모두 수비 조직력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주영의 연속 자책골에 앞서 전반 막판에 허용한 첫실점이 컸다. 그 이후 전체적인 경기 흐름이 바뀌었다"면서 "전임 슈틸리케 감독 시절부터 A매치에 나서는 수비진의 구성이 매 경기 바뀐다. 이런 상황이라면 조직적인 움직임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루 빨리 대표팀 주전 수비라인을 확정지어 조직력부터 가다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K리그의 한 감독은 "대한축구협회가 축구대표팀 경기력 향상을 위해 전술과 피지컬 분야의 외국인 전문가를 영입하겠다고 발표한 지 몇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다"면서 "월드컵 본선이 8개월 밖에 남지 않았는데, 축구협회의 일처리 속도가 지나치게 늦다. 축구인들이 함께 느끼는 위기의식을 축구협회가 제대로 공감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8일 러시아 모스크바 VEB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 대 러시아의 경기. 신태용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8일 러시아 모스크바 VEB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 대 러시아의 경기. 신태용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러시아전은 축구대표팀에 희망도 안겼다. 오랜 부진을 딛고 대표팀에 컴백한 이청용(29·크리스탈 팰리스)은 후반 막판 신태용호의 두 골을 모두 어시스트하며 부활을 예고했다. 프랑스 무대에서 활약 중인 권창훈(23·디종)은 과감한 돌파와 슈팅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지동원(26·아우크스부르크)은 지난해 10월 카타르전(3-2승) 선제골 이후 1년 만에 A매치 득점을 기록하며 자신감을 키웠다. 
 
8일 러시아 모스크바 VEB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 대 러시아의 경기. 경기 종료 직전 지동원이 한국의 두번째 골을 터뜨리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8일 러시아 모스크바 VEB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 대 러시아의 경기. 경기 종료 직전 지동원이 한국의 두번째 골을 터뜨리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신태용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해외파들만으로 경기하다보니 공격과 수비 모두 조직력이 부족했다"면서 "10일 모로코전에서는 우리 선수들이 보다 활발한 움직임으로 더 많이 득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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