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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일 고백'서 '담뱃물 원샷'까지…금연광고 어떻게 달라졌나

"담배 맛있습니까? 그거 독약입니다. 저도 하루 두 갑씩 피웠습니다. 이젠 정말 후회됩니다. 1년 전에만 끊었어도…."
15년 전 코미디언 이주일 씨가 TV에 나왔다. 본래 일터인 코미디 프로그램이 아닌 금연 광고에서였다. 폐암 투병으로 수척해진 그는 말을 채 마치지 못하고 가쁜 기침을 했다. 이 씨는 "흡연은 가정을 파괴합니다. 국민 여러분 담배 끊어야 합니다"라는 말을 남긴 채 그해 8월 숨졌다.
 
2002년 2월 이태복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립암센터에 입원중인 코미디언 이주일 씨에게 범국민금연운동추진위원회 공동대표 위촉장을 전달하고 있다. 이씨는 그해 금연 광고에 출연한 뒤 폐암이 악화돼 숨졌다. [중앙포토]

2002년 2월 이태복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립암센터에 입원중인 코미디언 이주일 씨에게 범국민금연운동추진위원회 공동대표 위촉장을 전달하고 있다. 이씨는 그해 금연 광고에 출연한 뒤 폐암이 악화돼 숨졌다. [중앙포토]

  국내 금연 광고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코미디 황제로 불렸던 이 씨의 호소는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2001년 60.9%였던 성인 남성 흡연율이 2005년 51.6%로 뚝 떨어졌다. 흡연 폐해가 '남 일이 아니다'는 인식이 급격히 퍼진 덕분이다. 지금은 TV 금연 광고를 흔히 볼 수 있지만, 당시엔 생생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후 해마다 두 편 이상의 광고가 새로운 주제로 시청자를 찾고 있다.
  2000년대 금연 광고는 '담배가 나쁘다'고 알리는 데 주력했다. 2005년엔 흡연의 부작용을 ‘자학’에 비유했다. 한 직장인이 자신의 머리를 주먹으로 계속 때리는 게 대표적이다. 그 후로는 간접흡연의 문제점을 알리는 내용이 집중됐다. 거실에서 담배 피우는 아빠에게 아이들이 물을 뿌리고(2006년), 공원에서 흡연하는 남성은 유치원 어린이들에게 '담배 연기 NO'라는 지적을 받는다(2008년).
  2010년대 들어선 주제가 다양해진다. 흡연자를 위한 국가금연지원서비스를 알려주거나 금연구역 전면 확대, 금연 표시 준수 등을 강조한다. 뇌졸중·폐암 등 흡연에 따른 질병을 보여주는 캠페인도 꾸준히 이어졌다.
'흡연은 질병, 치료는 금연.' 
  지금의 금연 슬로건이 나온 건 2015년이다. 담배의 중독성에 초점을 맞춘 대신, 금연을 유도하는 형식은 이전과 비교해 좀 더 간접적·비유적으로 변했다. 발레단의 군무가 담배 연기로 죽어가는 뇌를 형상화하거나 흡연자가 가게에서 담배를 주문하며 "폐암 주세요"라고 말한다. 담배에 불을 붙이는 순간 '교통사고'를 당하는 남성을 통해 흡연 사망자 수가 교통사고 사망자의 10배라는 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흡연은 질병’이라는 점을 강조한 보건복지부의 금연 캠페인 포스터. [사진 보건복지부]

‘흡연은 질병’이라는 점을 강조한 보건복지부의 금연 캠페인 포스터. [사진 보건복지부]

  전사원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금연홍보팀장은 "예전에는 대국민 캠페인이나 계도 중심이었다면 요즘은 흡연에 따른 공포심을 보여주는 쪽에 초점을 맞춘다"면서 "대부분 담배를 피우는게 나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그 폐해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해서 즉시 금연에 나서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해엔 이주일 씨 이후 14년만에 ‘증언형’ 광고가 재개됐다. 다만 유명인이 아니라 주변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일반인이 나섰다. 미국에서 효과를 거두자 이를 벤치마킹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경쾌한 음악과 함께 망토를 걸친 임현용(가명·56)씨가 등장했다. 하지만 곧 반전이 나타났다. 어눌한 목소리로 "저는 혀를 잃었습니다. 32년 담배를 피우면서 구강암에 걸렸습니다"라고 고백했다. 올해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앓는 허태원(65)씨는 콜록거리면서 말한다.
"끊을 수 있을 때 오늘 당장 끊으세요."
증언형 금연 광고에 출연한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 허태원(65)씨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자신의 경험을 말하는 모습. [사진 보건복지부]

증언형 금연 광고에 출연한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 허태원(65)씨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자신의 경험을 말하는 모습. [사진 보건복지부]

  이번 추석 연휴 거실에 앉아서 볼 수 있는 광고는 '담배 유해성분' 편이다. 타르·니켈·비소 등 각종 유해물질이 스며든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남성을 비춰주며 '담배를 피우는 건 내 몸을 독으로 채우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아빠의 몸에서 간접흡연에 따른 유해성분이 퍼져나오는 모습도 보여준다.
  이러한 TV 금연 광고는 실제로 효과가 있을까.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지난 5월 전국 남녀 1000명에게 임현용씨가 등장한 금연 광고를 봤는지 물어보자 76%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특히 광고를 접한 흡연자 중 '금연을 고려하게 됐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는 56%에 달했다. 금연 정책에 가장 효과적인 광고 매체로는 87.2%가 'TV 광고'를 꼽았다. 대중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뉴미디어 수요가 늘긴 했지만 여전히 쉽게 접할 수 있는 TV 광고가 효과적이라는 의미다. 전사원 팀장은 "TV 광고는 주로 흡연자 대상이라 뉴미디어나 현장 행사를 활용한 금연 캠페인은 청년층과 청소년, 여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 여성 암 환자 테리가 목에 뚫린 구멍을 막으려는 모습. 일반인이 나서 금연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증언형' 광고 중 하나다. [사진 유튜브 캡처]

2013년 여성 암 환자 테리가 목에 뚫린 구멍을 막으려는 모습. 일반인이 나서 금연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증언형' 광고 중 하나다. [사진 유튜브 캡처]

  외국의 TV 금연 광고는 국내와 마찬가지로 '증언형'이 많은 편이다. 다만 표현 수위는 좀 더 높다.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의 '팁스(Tips) 캠페인'이다. 2012년부터 실시된 캠페인은 흡연 피해자 31명이 직접 등장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큰 효과를 거뒀다. 4년 전엔 목에 구멍이 뚫린 여성 암 환자 테리(52)가 쉰 목소리와 함께 등장했다. 이처럼 담배 피해자들이 나오는 광고를 시청한 후 55만여명의 미국 흡연자가 6개월 내 금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2004년 영국에서 방영된 TV 금연 광고의 마지막 문구. 흡연에 따른 암 환자가 '광고 촬영 10일 후에 숨졌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 유튜브 캡처]

2004년 영국에서 방영된 TV 금연 광고의 마지막 문구. 흡연에 따른 암 환자가 '광고 촬영 10일 후에 숨졌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 유튜브 캡처]

  영국은 광고 영상 뒤에 나온 자막이 더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04년 인후암·폐암을 함께 앓는 환자 앤서니 힉스가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반전이 있었다. 검은 배경에 '앤서니는 광고 촬영 10일 후에 숨졌다'는 자막이 나오면서 충격을 줬다.
'끊어주세요' 호소하는 금연 광고
흡연 피해자 허태원씨가 나온 금연 광고 포스터. '지금 당장 금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자료 보건복지부]

흡연 피해자 허태원씨가 나온 금연 광고 포스터. '지금 당장 금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자료 보건복지부]

  금연 광고는 일반적으로 3개월 정도면 그 수명이 다한다. 시청자들이 같은 이미지를 계속 보면 둔감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자주 교체하는 편이다. 하나의 광고가 끝났다고 해서 또다른 광고가 곧바로 시작되지도 않는다. 잠시 휴식기를 둔 다음에 새로운 주제의 영상이 TV에서 방영된다. 전 팀장은 "금연 광고가 꾸준히 나가다보니 국민들이 자극에 무뎌지거나 피로한 측면이 있다. 새로운 영상을 준비할 때마다 수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주요 TV 금연 광고 이미지(2002~2017년)> (자료 : 한국건강증진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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