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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세] 암호명 '제로니모', 그리고 로켓맨의 운명은?

[고보면 모있는 기한 계뉴스], 지난 편에 이어 오늘도 참수작전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한 편의 거대한 서사시와 같은 세기의 참수작전이 있습니다. 짐작하셨듯 암호명 ‘제로니모’로 불렸던 오사마 빈 라덴 제거작전입니다. 참고로 제로니모는 19세기 후반 활약했던 전설적인 아파치족 전사의 이름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특수전 전문가인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의 논문 『한국군의 대북참수작전 수행방안: 해외 참수작전 사례의 한반도 적용방안 연구』에서 옮겼습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빈 라덴 제거작전(2011)
미국은 9·11 테러 이전에도 여러 차례 빈 라덴 사살작전을 계획했습니다. 미국이 빈 라덴을 잡기 위해 15년간 사용한 돈만 6조 달러(약 6879조원)에 이른다고 하네요. 1998년에는 아프가니스탄 내 알카에다 캠프를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로 공격하는 ‘인피니트 리치(Infinite Reach)’ 작전을 펴기도 했습니다. 물론 실패했습니다.  
이후에도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이 아프간을 샅샅이 뒤지며 빈 라덴 소재 파악에 나섰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정찰위성과 무인정찰기 등 첨단 자산을 총동원해도 허사였습니다. 빈 라덴 제거작전 이후 CNN은 “미국이 빈 라덴을 찾는 과정은 (대테러기관의 활약을 담은 미국 드라마) ‘24’보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에 더 가까웠다”고 평가할 정도였습니다.  

2011년 5월 2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 설치된 나스닥 전광판에 오사마 빈 라덴의 죽음을 다룬 타임지 특별판 표지가 나오고 있다. 표지에는 빈 라덴의 얼굴에 붉은색 X자가 그려져 있는데, 이는 1945년 아돌프 히틀러, 2003년 사담 후세인, 2006년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에 이어 타임지 표지 역사상 4번째로 등장한 것이다. [뉴욕 AP=연합뉴스]

2011년 5월 2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 설치된 나스닥 전광판에 오사마 빈 라덴의 죽음을 다룬 타임지 특별판 표지가 나오고 있다. 표지에는 빈 라덴의 얼굴에 붉은색 X자가 그려져 있는데, 이는 1945년 아돌프 히틀러, 2003년 사담 후세인, 2006년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에 이어 타임지 표지 역사상 4번째로 등장한 것이다. [뉴욕 AP=연합뉴스]

역시 실마리는 사람이었습니다. 미국은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와 CIA가 운영하는 비밀수용소에 수감된 알카에다 조직원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빈 라덴의 연락책이 누구인지를 알게 됐습니다. 그는 바로 아부 아메드 알 쿠웨이티라는 인물이었습니다. 빈 라덴은 위치를 숨기기 위해 전화는 일절 사용하지 않고 연락책을 활용하고 있었던 거죠. 
 
그러나 체포된 알카에다의 주요 조직원들은 온갖 심문을 받고도 하나같이 알 쿠웨이티를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CIA는 이들의 이런 반응을 보고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알 쿠웨이티가 그만큼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에 기를 쓰고 감추려 한다는 사실을 말이죠.  
그러고도 4년이 흐른 2010년, 알카에다 용의자를 추적하던 중 우연하게도 이 자가 알 쿠웨이티와 통화하는 것을 미국이 엿듣게 됩니다. 이 감청 내용을 추적해 알 쿠웨이티의 은신처 파악에도 성공합니다. 그런데, 바로 이곳이 빈 라덴이 숨어 사는 곳이었습니다.  
 
CIA는 첩보위성, RQ-170 스텔스 무인정찰기 등을 활용해 파키스탄 아보타바드 외곽에 있는 이 대저택을 집중 감시하기 시작합니다. 이를 위해 2010년 12월에는 미 의회에 수천만 달러의 정보예산 증액까지 요구했다고 합니다. CIA가 현지 정보원을 포섭해 빈 라덴 저택의 동향을 파악하는 동안 미 합동특수전사령부(JSOC)는 국가지구공간정보국(NGA)이 제공한 침투 비행경로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토대로 작전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CIA를 비롯해 어떤 정보기관도 이 저택에서 빈 라덴을 발견하진 못했습니다. 다만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의 목소리를 포착했죠. 빈 라덴이라고 심증을 굳힌 미국은 제거작전을 실행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후로도 미국은 신중하게 행동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3월 14일부터 작전 실행에 앞서 6주간 4차례 회의를 열었습니다. 최초엔 B-2 스텔스 폭격기를 투입해 2000파운드급 JDAM 32발을 투하하자는 안이 제시됐습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사살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거부했습니다. 이어 무인기 투입도 검토됐지만, 파키스탄의 방공망을 침투해야만 하는 부담이 커서 이 역시 배제됐습니다. 결국 남은 선택지는 특수부대 투입뿐이었습니다.  
2011년 5월 1일 미 백악관 상황실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왼쪽 둘째)이 조 바이든 부통령(왼쪽 첫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오른쪽 둘째 앉은 사람),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오른쪽 첫째 앉은 사람) 등과 함께 미 해군 특수부대의 오사마 빈 라덴 제거작전 실황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미 백악관 웹사이트]

2011년 5월 1일 미 백악관 상황실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왼쪽 둘째)이 조 바이든 부통령(왼쪽 첫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오른쪽 둘째 앉은 사람),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오른쪽 첫째 앉은 사람) 등과 함께 미 해군 특수부대의 오사마 빈 라덴 제거작전 실황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미 백악관 웹사이트]

2011년 5월 1일 오후, 미 해군 최정예 특수부대 데브그루(미 해군 특수전개발단, 네이비실 6팀의 별칭) 2개 소대원 24명이 아프간 잘랄라바드 기지를 이륙해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카이로’란 이름의 벨기에 말리노이즈종 폭발물 탐지견 1마리도 투입됐다고 합니다.  
 
스텔스 헬기인 ‘사일런트 호크’는 발각을 피하기 위해 지형추적 레이더를 이용한 초저공비행을 실시했습니다. 그러나 헬기 1대가 건물 상공에서 갑작스러운 난기류 현상으로 저택 마당에 불시착하고 맙니다. 다행히 큰 부상자는 나오지 않았고, 잇따라 도착한 헬기가 내려놓은 병력과 합류해 이튿날 새벽 1시, 드디어 작전이 개시됐습니다.  
2011년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을 영화로 만든 '제로 다크 서티'에서 재연한 미 해군 특수부대 데브그루(네이비실 6팀)의 모습. [사진 소니픽처스]

2011년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을 영화로 만든 '제로 다크 서티'에서 재연한 미 해군 특수부대 데브그루(네이비실 6팀)의 모습. [사진 소니픽처스]

건물 외벽을 폭파해 통로를 뚫은 대원들은 2개 팀으로 나눠 건물로 진입합니다. 게스트하우스로 향한 팀은 연락책인 알 쿠웨이티를 먼저 발견하고 사살했습니다. 본관에 진입한 다른 한 팀은 1층에서 2명을 사살한 뒤 2층과 3층 사이 계단에서 빈 라덴의 아들 칼리드를 사살합니다.  
 
바로 위층으로 올라서자 고개를 내밀고 쳐다보는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데브그루 척후 대원(point man)이 더블탭 사격(두 발 연달아 발사)으로 그를 쓰러뜨립니다. 방 안에 쓰러진 채 발견된 남성은 바로 빈 라덴이었습니다. 옆에 있던 빈 라덴의 다섯 번째 부인과 딸에게 신원을 확인한 대원들은 본부로 “제로니모 EKIA(Enemy Killed In Action·적 교전 중 사망)”라는 교신을 보냈습니다. 작전 개시 38분 만이었습니다.  
오사마 빈 라덴이 은신했던 파키스탄 아보타바드 외곽의 대저택이 빈 라덴 사살 이후 철거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오사마 빈 라덴이 은신했던 파키스탄 아보타바드 외곽의 대저택이 빈 라덴 사살 이후 철거되고 있다. [AP=연합뉴스]

빈 라덴의 시신은 아프간을 거쳐 인도양에서 항행 중이던 칼빈슨 항공모항으로 옮겨졌습니다. DNA 비교검사로 빈 라덴의 최종 신원 확인을 마친 미군은 시신을 바다에 수장시켰습니다. 이에 대해선 빈 라덴의 추종자들이 시신을 신격화할 것을 우려한 조치였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한국군 참수작전 능력은?
군이 대북 참수작전을 처음 공식화한 것은 2015년 8월경입니다. 한반도 전면전에 대비한 작전계획 5027이 작계 5015로 바뀌는 과정에서였죠. 작계 5015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한국군 반환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작계 5027과 성격이 다릅니다. 당시 조상호 국방부 군구조개혁추진관은 한 안보학술세미나에서 “우리 군이 북한보다 앞서 있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며 “심리전과 참수작전, 정보우위, 정밀타격 능력 등을 모두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우리 군이 실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능력을 구비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특수 침투 자산만 해도 미군처럼 야간이나 악천후에도 저공비행이 가능한 스텔스 헬기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공군의 C-130H 수송기가 특수침투 기종으로 개조돼 배치된 것으로 전해집니다(※특수자산의 내역은 군사기밀). 
뿐만 아니라 작전에 필수적인 정찰·감시(ISR) 자산 역시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각 군 특수전 부대들이 미군처럼 통합 운용되지 못하는 것도 한계로 지적됩니다. 양욱 연구위원은 “실제 대북 참수작전을 수행한다면 리더십 참수(김정은 제거)만이 아니라 군사적 참수(총정치국, 인민무력부, 정찰총국 등 북한군 수뇌부)까지 동시에 실시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또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3군에 흩어져 있는 특수작전 능력을 한 곳으로 통합하는 일"이라며 "합동참모본부 직할의 합동특수전사령부를 만들어 유사시 참수작전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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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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