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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래된 동네를 구경가는 이유? 예술에 빠져 '힙'해진 구도심 투어

쇠퇴하고, 버려지고, 방치됐던 구도심이 부활했다. 지역 주민과 예술가·건축가의 협업으로 현재의 것을 버리지 않고 그대로 활용한 도시재생의 성공적 사례가 전국 곳곳에 생기고 있다. 10월 한국관광공사가 가볼 만한 곳으로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가동된 마을을 추천했다. 오래된 마을에 새로운 예술이 덧입혀진 구도심 여행지 4곳을 소개한다. ‘낡은 것이 힙(hip)하다’는 것을 증명하듯 특유의 분위기로 젊은 여행자를 끌어모으고 있는 명소다.  
예술가 작업실 사이 거니는 동네  
예술가 50여 명이 공방과 아틀리에를 꾸린 경남 창원 창동 골목길. [사진 한국관광공사]

예술가 50여 명이 공방과 아틀리에를 꾸린 경남 창원 창동 골목길. [사진 한국관광공사]

지금은 창원시로 통합됐지만 과거 마산시에 속했던 창동은 경남에서 상권이 가장 번성한 곳이었다. 마산수출자유지역이 문을 열고 한일합섬 마산공장이 들어서면서 ‘경남의 명동’ 창동에 돈과 사람이 몰렸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공장이전으로 창동은 여느 구도심처럼 급격히 몰락했다. 
2011년 정부와 창원시가 지역의 젊은 예술가들이 빈 점포에 둥지를 틀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섰다. 예술가 작업실이 속속 들어섰고 레스토랑과 카페, 최신 유행하는 옷 가게도 다시 문을 열었다. 
먼저 마산 출신 조각가 문신을 재조명하는 ‘문신예술골목’이 만들어졌다. 뒤이어 예술의 도시 마산을 증언하는 ‘마산예술흔적골목’이 조성됐다. 여기에 예술가의 창작 공간과 상가를 융합한 ‘에꼴드창동골목’이 더해졌다. 2012년 세 골목을 합해 ‘창동예술촌’ 이 탄생했다. 
창동의 터주대감 영록서점. 헌책 120만 권을 갖췄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창동의 터주대감 영록서점. 헌책 120만 권을 갖췄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창동예술촌 골목을 걷다 보면 다양한 벽화와 조형물을 만난다. 각종 공방과 아틀리에 유리창 너머로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들이 만든 작품도 구입할 수 있다. 나이 지긋한 화가의 수채화, 젊은 작가의 실험적인 작품 등을 전시하는 갤러리도 많다. 물감이 묻은 앞치마를 두르고 다니는 화가의 모습이 골목에 낭만을 더한다. 헌책 120만여 권에 카세트테이프, LP판이 즐비한 ‘영록서점’, 클래식 다방 ‘만초’, 빠다빵이 맛있는 ‘고려당’ 등 창동을 지키고 있던 오랜 점포와 예술가의 공간이 멋스럽게 어우러졌다.  
앤티크 강릉
강릉의 구도심 명주동. 강릉 대도호부 관아가 남아있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강릉의 구도심 명주동. 강릉 대도호부 관아가 남아있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강릉 대도호부(조선 시대 행정기관) 관아가 자리한 명주동은 고려 시대부터 행정과 문화의 중심지였다. 한때 강릉시청과 강릉대도호부 관아가 나란히 자리했지만, 시청이 이전하고 다른 곳에 번화가가 생기면서 명주동의 중심 역할은 사라졌다. 
10여 년 전 임대료가 저렴한 명주동에 지역 예술가 작업실을 열면서 구도심이 다시 활력을 찾았다.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한 전시 공간도 생겼다. 명주동에서 가장 먼저 찾아볼 곳은 ‘명주예술마당’이다. 화산동으로 이전한 옛 명주초등학교 건물을 문화 예술 공간으로 꾸몄다. 공연장과 각종 연습실을 통해 공연, 전시, 프로젝트 사업을 진행한다. 명주예술마당에서 마을 명소의 위치가 표시된 ‘명주동 마을 지도’를 얻어 길을 나서는 게 좋다.
방앗간을 개조한 카페 봉봉방앗간. [사진 한국관광공사]

방앗간을 개조한 카페 봉봉방앗간. [사진 한국관광공사]

명주예술마당에서 나와 경강로를 건너면 삼거리식당이 눈에 띈다. 그 안쪽 골목이 남문로다. 이 길에 자리한 ‘햇살박물관’은 2층 주택을 리모델링한 강릉 최초의 마을 박물관이다. 1층에는 명주동의 과거와 현재 사진이 있고, 2층에는 주민이 사용하던 TV와 전화기·다리미·타자기 등 예전 물건이 전시되고 있다. 남문로를 지나면 ‘명주사랑채’에 닿는다. 커피체험장과 북카페를 겸한 마을 사랑방이다. 3000원을 내면 드립 커피를 직접 내릴 수 있다. 1958년 세워진 강릉제일교회를 고쳐 만든 ‘작은공연장 단’, 1940년대 지은 방앗간에서 카페로 변신한 ‘봉봉방앗간’도 꼭 들르자.  
쌀 대신 예술 넘치는 곡식창고
일제강점기 들어선 미곡창고가 지역민에게 사랑받는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장항 미곡창고를 전신으로 하는 서천군 문화예술창작공간. [사진 한국관광공사]

일제강점기 들어선 미곡창고가 지역민에게 사랑받는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장항 미곡창고를 전신으로 하는 서천군 문화예술창작공간. [사진 한국관광공사]

일제강점기에 건립된 미곡 창고가 지역민과 여행자를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충남 서천군 장항항 앞에 있는 서천군 문화예술창작공간이다. 금강장항읍은 1930년대 일제가 약 172만㎡에 달하는 바닷가를 매립해 만든 도시다. 일제는 새로 얻은 토지에 항구와 철길 등 물자를 수탈하기 위한 시설을 갖췄다. 자원과 곡식을 보관하기 위한 창고도 항구 주변에 지었는데, 그중 하나가 서천군 문화예술창작공간의 전신인 장항미곡창고다. 건축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덕분에 2014년 등록문화재 591호(서천 구 장항미곡창고)로 지정됐다. 
장항미곡창고는 개·보수를 최소화해 2015년 복합 문화 공간으로 거듭났다. 아이들과 함께 인형극(둘째 금·토요일 상연, 자세한 일정은 블로그 참조)을 감상하며, 언제든 내 손으로 도자기에 색을 입히거나 모시꽃 만들기 같은 체험에 참가할 수 있다. 커피와 차를 마시며 쉬기 좋은 카페도 있다. 추석 연휴에도 문을 연다.
핸드메이드 작품을 살 수 있는 서천군 문화예술창작공간. [사진 한국관광공사]

핸드메이드 작품을 살 수 있는 서천군 문화예술창작공간. [사진 한국관광공사]

건물 뒤쪽에는 약 20개 음식점이 모인 장항 6080 음식 골목길이 있다. 문화예술창작공간이 활성화하면서 음식 골목도 덩달아 활기를 띠고 있다. 대를 이어온 아귀찜을 비롯해 구석구석 숨은 맛집이 많아 문화예술창작공간 관람 후 식도락 코스로 잡으면 딱 알맞다. 길 끝에는 서천에서 유일한 극장 기벌포영화관이 있다.  
낭만적인 산복도로
부산의 산허리를 잇는 산복도로를 따라 구도심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산복도로 모노레일에서 내려다 본 풍경. [사진 한국관광공사]

부산의 산허리를 잇는 산복도로를 따라 구도심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산복도로 모노레일에서 내려다 본 풍경. [사진 한국관광공사]

부산은 산이다. 손바닥 만한 평지를 온통 가파른 산이 두른 모양새다. 한국전쟁 당시 부산에 밀려든 피란민은 어쩔 수 없이 산허리에 판잣집을 짓고 삶을 이어야 했다. 광복 당시 28만 명이던 부산 인구는 한국전쟁을 거치며 100만 명을 넘겼다. 
그래서 산복(山腹·산허리)에도 길이 필요했다. 1964년 10월 산동네를 연결하는 첫 산복도로가 열렸다. 중구 대청동 메리놀병원 앞에서 동구 초량동 입구까지 1820m 구간에 걸친 망양로다. 이후 구봉산과 천마산을 비롯해, 부산 곳곳에 산복도로가 만들어졌다. 
재생 사업을 통해 애틋한 역사를 품은 산복도로가 새롭게 조명됐다. 먼저 망양로에 가보자. 부산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길로, 발길 멈추는 곳이 모두 전망대다. 망양로의 랜드마크는 ‘유치환우체통’. 빨간 우체통이 바다를 등지고 섰다. 편지를 넣으면 1년 뒤에 배달된다. 바다를 향해 뻗은 ‘168계단’은 한눈에 보기에도 아찔해 보인다. 이 계단은 산복도로에서 부산항까지 이어주는 최단 코스였다. 지금은 모노레일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2016년 5월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모노레일이 설치됐다. 168계단을 내려오면 1920년대에 문을 연 부산 최초 근대식 종합병원 백제병원이 보인다. 지금은 ‘브라운핸즈백제’라는 카페로 변했다. 
부산 최초의 근대병원 백제병원이 멋스러운 카페로 변신했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부산 최초의 근대병원 백제병원이 멋스러운 카페로 변신했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산복도로 어디에서나 황홀한 풍광을 볼 수 있지만 전망대 ‘누리바라기’는 꼭 가볼 만한 곳이다. 부산타워부터 코산복도로 주변에 빼곡한 집이 한눈에 들어온다. 밤이 되면 부산항대교의 화려한 조명과 정감 넘치는 산복도로의 가로등 불빛이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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