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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사진관] 고궁 주변의 한복, 우리 옷 맞나요?

경복궁 동문인 건춘문 앞에서 만난 청년들이 부탁도 하지 않았는데 카메라를 향해 자연스레 포즈를 취한다. 친구들과 한복을 빌려 입고 고궁 나들이를 나선 길이다. 바야흐로 한복 열풍이다. 
 
현재 서울 종로구에만 한복 대여업소가 131개에 달한다. 2시간 대여 요금은 1만원. 2013년 10월부터 한복을 입으면 서울 4대 고궁과 종묘, 왕릉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게 됐다. 거기다 페이스북 등 SNS의 확산이 한복 입기 유행을 폭발적으로 확산시켰다. 
 
종로구는 올해 9월부터 한복을 입으면 관내 음식점 111곳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구청 부설 주차장 요금도 할인해 준다. 이래저래 한복 입으면 대접받는 세상이 됐다. 
 
한복 열풍은 외국인 관광객이 주도했다. 한복을 입고 고궁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서울만의 독특한 상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한국인은 명절에도 거들떠보지 않는 한복을 외국인들이 입고 서울 도심을 활보하자 청소년을 중심으로 한복 입기 유행이 시작됐다. 한복과 셀카봉은 패션 아이템이 됐다.
 
그런데 문제가 드러났다. 대여업소에서 빌려주는 한복이 전통적인 모습에서 지나치게 변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 관광객이 기념으로 잠시 입는 한복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는 힘들지만, 정도가 심하다는 것이다. 
 
박창숙 우리옷제대로입기협회장의 도움을 받아 관광객용 한복의 문제점을 알아 본다.  
 
외국인 여성 관광객들이 한복을 입은 뒷모습이다. 허리에 리본을 묶어 끈을 길게 드리웠다. 한복 치마에는 원래 끈이 없는데, 편하게 입고 벗기 위해 리본을 붙인 것이다. 옷감도 한복 소재가 아닌 커텐지 등을 사용해 모양만 한복일 뿐 한복이라 할 수 없다.  
 
이들의 치마 아랫단이 지나치게 풍성하다. 왜 이럴까?
 
치마를 들추자 '뼈대'가 드러난다. 대여업소에서 빌려주는 한복의 상당수가 이런 모습을 하고 있다. 링 같은 심은 서양에서 드레스를 풍성하게 보이도록 하는 장치로 전통적인 한복과는 상관이 없다. 한복은 안쪽에 망사 등 빳빳한 소재로 주름을 잡아 아래쪽으로 풍성함이 연출되어야 한다.  
 
일본 여성들이 빌려입은 한복은 전통적인 모습에 가깝다. 어지러운 리본도 없고, 부자연스러운 뼈대도 드러나지 않는다. 한결 단아하다.
 
더 큰 문제는 신발이다. 우아한 한복 치맛단 아래 투박한 운동화가 드러난다. 일본에서 기모노를 입은 여성을 만났는데 그녀가 운동화를 신고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한복을 입고 고궁을 찾은 청소년들에게 신발을 보여달라고 했더니 예외없이 운동화다. 
 
대여업소에 신발을 갖추어 놓은 곳도 있다. 패션의 완성은 신발이라고 했다. 
 
동남아 중년 여성들이 입은 옷. 문양이나 색상이 자극적일 정도로 강렬하다.
 
한복도 남녀, 연령, 신분에 따라 다양하다. 양산처럼 생긴 모자는 조선시대 기생들이 쓰던 것이다. 사진의 여성은 기생복장인 줄 알고 입었다고 한다. 
 
종아리를 드러낸 한복도 한복이라 할 수 있을까? 
 
한복을 입은 외국 관광객이 경복궁 뜰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흐뭇한 풍경이긴 하나 이들이 제대로 된 한복을 입는다면 더 좋지 않을까. 
 
박창숙 협회장은 "대여업체들이 손님을 끌기 위해 화려하고 저렴하며 세탁이 쉬운 소재로 한복을 만든 결과"라고 진단하고, "우리 정체성이 담긴 한복을 입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한복은 그리 까다롭거나 불편하지 않다"고도 했다.  
 
박 협회장이 보내 준 사진이다. 제대로 만든 우리 옷이다.  
 
사진·글=최정동 기자 choi.jeongd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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