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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거룩해야? 내 다리 가려운데 남의 다리 긁는 셈”

참불선원은 명상법도 선원 내부의 인테리어도 현대적이다. 각산 스님은 “종교는 맹신이 아니라 철저한 의심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참불선원은 명상법도 선원 내부의 인테리어도 현대적이다. 각산 스님은 “종교는 맹신이 아니라 철저한 의심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서울 강남 한복판에도 선방(禪房)이 있다. 대치동에 있는 명상센터 ‘참불선원’이다. 으리으리한 건물도 아니다. 1층은 피자 가게, 2층은 사무실, 3층이 선원이다. 도로변의 상가 건물. 대치동 학원가가 지척이다. 이런 곳에도 선원이 있나 싶을 정도다.
 
25일 학여울역에서 5분 거리인 참불선원을 찾아갔다. 거기서 참불선원장 각산(覺山·57) 스님을 만났다. “5년 전 이곳에 선원을 처음 열 때만 해도 주위에서 다들 말렸다. 곧 망할 거라 했다. 저는 진주에서 막 올라온 시골 중이었다. 강남이 뭔지도 잘 몰랐다. 그래도 분명한 건 있었다. 시골이든, 강남이든 사람 마음은 다 똑같으니까. 마음공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각산 스님은 ‘정면 승부’를 걸었다. 사찰의 주된 수입원인 기도를 하지 않았다. 지금도 ‘수능 100일 기도’ 등 특별기도는 없다. 목돈 마련이 용이한 천도제도 없다. 신자들에게 “시주하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교회처럼 ‘십일조’ 시스템도 없다. 그저 명상과 마음공부에만 집중한다. 그런데도 선원은 잘 굴러간다. 명상을 통해 자기 마음의 변화를 체험한 신도들이 자발적으로 선원 운영을 돕는다. 도심의 선원장 각산 스님에게 ‘현대인의 마음공부’를 물었다.
 
명상과 마음공부 방식이 상당히 현대적이다.
“부처님 가르침에는 ‘행복의 이치’가 담겨 있다. 누구나 와서 그걸 배울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불법(佛法)이 죽었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승가(僧家)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떨 때 승가가 제대로 작동하나.
“첫째 부처님 법이 살아있어야 하고, 둘째 수행자가 무소유로 수행에만 전념해야 한다. 그럼 승가는 제대로 작동한다. 저도 그런 마음으로 선원을 꾸리고자 한다.”
 
막상 도심에서 선원을 운영해보니 어떤가.
“진리는 은둔이 아님을 절감한다. 진리는 사회와 소통하기 위함이다. 지금은 종교보다 명상이 대세다. 유럽의 여러 명상센터를 돌아다니면서 느낀 점이 참 많았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나.
“프랑스 시골마을에 있는 ‘떼제 공동체’(초교파 그리스도교 수도공동체)에는 낭만과 자유가 있더라. 술과 담배만 하지 않으면 누구든지 와서 캠프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수도자들은 자급자족을 하고, 미사에서 악기도 하나씩 직접 연주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미사는 감동적이더라. 나는 거기서 자발적으로 피어나는 ‘그리스도교 영성’을 보았다. 영국 북부에는 남방불교 명상법을 하는 ‘담마디파’라는 불교식 명상센터가 있다. 무료로 운영되지만 연간 20억원의 시주가 들어오고, 그중 10억원이 적립된다. 명상을 통해 실제 사람의 마음이 달라지니까 그렇게 된다. 현대인은 강요 받는 신앙보다 내 마음이 맑아지는 걸 더 좋아한다.”
 
선원 창가에 놓여 있던 조그만 불상. [우상조 기자]

선원 창가에 놓여 있던 조그만 불상. [우상조 기자]

각산 스님은 “마음공부는 ‘실참(實參)’이어야 한다”고 했다. 수행을 통해 실제 마음을 바꾸는 일이다. 화나는 마음이 차분한 마음으로, 고통스런 마음이 평온한 마음으로 돌아서야 한다. 각산 스님은 그 모든 출발점이 ‘나의 문제’라고 했다.
 
사람들은 ‘나의 문제’를 사소하다고 여긴다. 종교는 무언가 거룩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 본다.
“사람들이 살면서 얼마나 많은 문제를 만나나. 부모와 자식, 친구와 동료, 회사와 가정. 그 속에서 온갖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그게 ‘나의 문제’다. 그런데 수행한답시고 이 문제를 도외시한 채 ‘우아한 이야기, 거룩한 이야기’만 하는 건 의미가 없다. 그건 내 다리가 가려워 죽겠는데 남의 다리만 긁는 셈이다.”
 
참불선원에서는 ‘나의 문제’를 어떻게 다루나.
“‘나의 문제’는 일종의 출입구다. 거기에 문고리가 달려 있다. 명상은 그 문고리를 잡고 들어간다. 그래야 ‘남의 문제’가 아닌 ‘나의 문제’를 풀 수 있다.”
 
왜 ‘나의 문제’를 푸는 게 중요한가.
“‘나의 문제’를 풀 때 ‘나의 인생’이 풀리니까. 그래야 내 삶이 자유로워진다. 그런데 ‘남의 이야기’만 하고 있으면 어찌 되겠나. 명상 따로, 종교 따로, 내 인생 따로가 된다.”
 
지난 5년간 참불선원 참선 입문반에 들어온 사람은 3500명이다. 6주에 6회 과정. 대기 인원이 많아 요즘도 두 달은 꼬박 기다려야 한다. 각산 스님은 지난해 해외에서 내로라하는 선지식들을 초청해 ‘2016 세계 명상 대전’을 개최했다. 10월 26~29일에는 일반인 500명을 대상으로 강원도 백담사 만해마을에서 3박4일간 ‘명상힐링캠프’(신청 02-451-0203)를 연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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