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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무릎 꿇은 뒤 한달, 장애학생 어머니가 보내는 편지

지난달 5일 서울 강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2차 주민토론회'에서 장애 학생 어머니 장민희씨가 무릎을 꿇은 채 특수학교 설립을 호소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달 5일 서울 강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2차 주민토론회'에서 장애 학생 어머니 장민희씨가 무릎을 꿇은 채 특수학교 설립을 호소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달 5일 '무릎 꿇은 엄마' 사진이 국민 심금을 울렸다. 사진 속은 서울 강서구의 한 초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강서구 공립 특수학교 신설 2차 주민토론회'. 지역주민들이 반대를 거둬들이지 않자 엄마 하나가 주민 앞에 나가 무릎 꿇었다. "제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장애인 딸을 둔 장민희(46)씨였다. 지적장애 1급 양혜련(20)씨의 엄마였다.  
 
 이 사진은 한국 사회에서 자성의 계기가 됐다. 장씨의 딸은 이미 다 커 신설 학교를 다닐 나이도 아니라는 사실도 회자됐다. 특수학교 지지 서명이 이어졌다. 교육부와 서울교육청은 공립 특수학교 확대, 장애인 교육권 보장을 공언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후에 당시의 장씨 행동을 언급하며 "특수학교에 대한 심리적·사회적·문화적 장벽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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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씨는 2일 "그날 이후 '장애는 죄가 아니다. 힘 내라'는 격려를 받고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주민토론회 때 가장 먼저 무릎을 꿇어 화재가 된 장애 학생 어머니 장민희씨가 추석 명절을 맞아 중앙일보 독자들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편지에서 장씨는 "제가 무릎 꿇는 장면이 세간에 이렇게 화제가 될 줄 몰랐다"며 "이후 받은 지지와 격려가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편지엔 감사의 인사도 담겨 있었다. 장씨는 "설립 찬성 서명운동이 시작된 이후로는 정말 흥분된 상태로 지냈다"며 "발달 장애 학생에게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고 엄마의 마음을 알아줘 기뻤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무릎 꿇은 엄마' 사진으로 화제가 된 무릎을 꿇어 화제가 된 엄마 장민희(우)씨와 딸 양혜련씨. [장민희씨 제공]

'무릎 꿇은 엄마' 사진으로 화제가 된 무릎을 꿇어 화제가 된 엄마 장민희(우)씨와 딸 양혜련씨. [장민희씨 제공]

 이어 "저희 아이는 이미 학교를 졸업했지만 어린 후배 엄마들은 선택할 수 있는 교육의 폭이 넓어지겠구나 싶은 생각에 마음이 즐겁다"고 전했다.  
 
 지적장애 1급인 장씨의 딸 양혜련씨에게도 추석은 뜻깊은 시간이다. 장씨는 "추석 때가 되면 장애인들도 가족과 함께 명절을 맞는다"며 "지적장애 1급인 딸도 대전에서 친지들과 시간을 보낸다"고 썼다. 장씨는 "예전엔 친척들과 어울리기보다 종일 한쪽에 혼자 따로 텔레비전에 집중하는 것이 안쓰러워 굳이 어울리게 하려 애를 쓰곤 했지만 이런 억지 노력이 장애인 자녀에게 행복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걸 20년 만에 깨달았다"며 "너무 늦게 깨달아 후회스럽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 "이번 명절엔 후회되는 일이 없도록 자녀의 행복에 대해 더 생각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장민희씨 편지 전문
강서 특수학교 설립 주민 설명회에서 무릎을 꿇어 화재가 된 장민희(우)씨가 딸 양혜련(좌)씨. 장씨는 중앙일보 독자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강서 특수학교 설립 주민 설명회에서 무릎을 꿇어 화재가 된 장민희(우)씨가 딸 양혜련(좌)씨. 장씨는 중앙일보 독자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중앙일보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강서구 공립특수학교 설립 관련 9월 5일 2차 주민토론회 이후 벌써 한 달이 지났네요. 저는 그 날 무릎 꿇는 사진으로 알려진 장민희라고 합니다.  
 
무릎을 꿇은 뒤 저희 엄마들은 눈물을 머금고 서로 토닥이며 헤어졌습니다. 그저 다친 사람 없어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특수학교 설립을 지지하는 기자회견까지 해주는 지역단체도 계셨고, 특수학교 설립에 찬성하는 강서 주민도 많다는 사실이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쇼를 하는 것이다" "언론플레이를 하기 위해 짠 것 아니냐"는 말을 들을 땐 솔직히 무서웠습니다. 저희는 그저 평범한 엄마들이에요. 그렇게 노골적으로 드러난 적대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습니다. 한 엄마는 그날 이후 며칠간 두통에 시달렸다고 해요.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들인데 원수 대하듯 하는 상황이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저희 장애인 자녀를 둔 엄마들이 특수학교를 짓게 해 달라고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 무릎 꿇는 장면이 세간에 이렇게 화제가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이후 많은 분께서 "장애인 자녀를 둔 것은 죄가 아니니, 앞으로는 무릎 꿇을 일이 없을 거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그랬냐!" "당연히 교육권을 갖고 차별 없이 교육받아야 한다" 등 지지와 격려를 보내주셨어요. 전화와 문자도 많이 받았습니다. 정말 큰 힘이 됐어요.  
 
"특수학교 짓는 일이 이렇게 힘들 줄은 정말 몰랐다"며 "사회에 무심해서 미안하다"고 공감해준 분도 많이 늘었습니다. 설립 찬성 서명운동이 시작된 이후로는 정말 흥분된 상태로 지냈어요. 저희의 마음을 알아주는 국민적 공감은 큰 힘이 됐습니다. 특히 인지능력과 사회성이 떨어지고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한 발달장애인에 대해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매일 등하교가 얼마나 힘든지 알리고픈 엄마의 마음을 알아주셔서 기뻤습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시교육청 담당자들도 이후 특수학교 설립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여 줬어요. 지난 9월 13일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특수학교를 방문해 직접 장애인 부모를 만나 "전국에 특수학교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주변에서 저희 엄마들의 행동을 칭찬해주신 분도 많았습니다. 황화성 한국장애인개발원장은 "강서 엄마들이 큰일 했다"며 격려해 주셨어요. 9월 27일 서울교육청이 공립특수학교 학급 신설을 지속 확대하고 ‘서울형 모델' 개발’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발표했을 때는 가슴이 마구 뛰었어요. 한편으론 당연한 권리이고 진작 이랬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에 속상하기도지만 이제 더 잘 될 거라 기대합니다.
 
사실 저희 아이는 이미 학교를 졸업했어요. 하지만 자녀가 어린 후배 엄마들은 선택할 수 있는 교육의 폭이 넓어져 저보다는 나아지겠구나 싶은 생각에 마음이 즐거워요. 우리 사회가 점점 나아져 가는 거니까요.
 
추석 때가 되면 장애인들도 가족들과 함께 명절을 맞습니다. 지적장애 1급인 제 딸도 대전에 있는 친지들과 시간을 보내려 해요.  예전엔 친척들과 어울리기보다 종일 한쪽에 혼자 따로 텔레비전에 집중하는 것이 안쓰러워 굳이 어울리게 하려 애를 쓰곤 했습니다. 지금은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하도록 의사를 존중하고 있어요.  
 
내 기준에 맞추려고 억지로 노력을 강요하는 것이 장애인 자녀에게는 행복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20여 년이 지나 깨달았어요. 어릴 때 제가 지적 장애인 특성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사칙연산에 왜 그렇게 목숨을 걸었는지 후회스러워요. 그거 못 한다고 세상이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아직 여전히 일상 생활할 땐 부족한 게 많아 배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조급해 말고 딸아이 속도로 가려 합니다. 어릴 적엔 비장애인과 비교해 욕심을 과하게 내지 않았나 싶어요. 각자 리듬이 있는 건데 바보같이 무식했어요.  
 
이번 명절엔 후회되는 일이 없도록 자녀의 행복에 대해 더 생각하려 해요. 예부터 한가위는 모두가 풍요로움을 축복하는 명절이었듯 장애인도 함께 풍요로운 사회가 되길 기원하며 편지를 마칩니다.  
 
장민희 드림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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