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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다이어리] 가스안전공사의 착각

박혜민 코리아중앙데일리 경제산업부장

박혜민 코리아중앙데일리 경제산업부장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여성 지원자들의 면접 성적을 조작해 일부러 떨어뜨렸다는 소식에 세상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구나 생각했다. 여성 지원자를 탈락시킨 이유가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 때문이라는 말에 입맛이 썼다. 기업들이 가족친화적 문화, 여성 인재 육성 정책을 발표하고, 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에 총력을 쏟겠다고 선언하는 이 시대에도 여자들에게 취업문은 좁기만 한 거다. 취업에 성공했다고 해도 여성에 대한 편견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내가 회사에 입사했던 20여 년 전 그해 신문기자 직에 합격한 여자 동기는 3명이었다. 당시 신문업계 분위기에서 여기자를 3명이나 뽑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대부분의 신문사가 한두 명만 뽑거나 아예 안 뽑았다. 한 선배는 “입사 당시 난 5년 만에 들어온 유일한 여기자였다”고 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여자인데도’ 입사한 게 특혜처럼 느껴졌다. 돌이켜보면 실력을 인정받은 걸 당당히 기뻐하기보다 여자라는 점이 부각될까 스스로 움츠러들었던 것 같다. 둘째를 낳고 출산휴가 3개월 만에 회사에 복귀하니 한 선배는 “셋째 낳으려면 그냥 주부통신원이나 해라”고 농담을 건넸다. 둘도 많은데 셋째까지 낳아 회사의 눈총을 받고 싶지 않았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며칠 전 8명의 패널을 초청해 ‘한국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말미에 패널 중 한 명인 구글캠퍼스 서울의 임정민 총괄은 “이렇게 남자들만으로 구성된 패널이 제대로 된 토론을 할 수 있는 거냐”며 패널 절반은 여성이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인근 식당에서 이어진 뒤풀이 자리에선 남녀 차이가 화제에 올랐다. 그런데 남녀 간의 차이를 말하는 건 여성인 나였고, 맞은편에 앉은 두 남자 패널은 반대였다. 구글 임 총괄은 “컴퓨터가 대중화되기 전엔 여성 컴퓨터 전문가가 남성보다 많았다. 고급 여성 인력을 활용하는 게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는 걸 글로벌 회사들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쩌면 남성 중심 사회에 적응하면서 나 스스로가 여성을 차별하게 된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여성의 육아휴직처럼 남성의 육아휴직이 자유로운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다. 부지런한 직원, 열정적인 직원, 나태한 직원이 있는 것처럼 업무 성과도 남녀 차이가 아니라 개인의 노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그걸 ‘여자라서’ 혹은 ‘남자라서’라는 틀에 집어 넣지 말자. 우선 나 자신부터 그럴 것이다.
 
박혜민 코리아중앙데일리 경제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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