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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속으로] 명절 때 안부 묻는 전화 한 통이 누군가에겐 희망이죠

‘삶의 마지막 흔적’ 정리하는 김완 하드웍스 대표
 
 
특수청소업체 김완 하드웍스 대표는 고인이 머무른 자리를 정리하고 폐사한 애완동물 사체까지 수습한다. 평소 작업 시 착용하는 특수장비인 방호복·방호마스크를 한 채 포즈를 취한 김 대표. [우상조 기자]

특수청소업체 김완 하드웍스 대표는 고인이 머무른 자리를 정리하고 폐사한 애완동물 사체까지 수습한다. 평소 작업 시 착용하는 특수장비인 방호복·방호마스크를 한 채 포즈를 취한 김 대표. [우상조 기자]

특수청소업체인 하드웍스의 김완(44) 대표는 고인(故人)의 ‘마지막 흔적’을 정리한다. 자살·고독사 등으로 생을 마감한 이가 머물던 자리를 청소하고, 남겨진 유물·유품은 가지런히 정돈한다. 때로는 번개탄 자살 등이 벌어진 참혹한 현장도 수습한다. 그에게 방호복·방호마스크 등 특수 장비 착용은 필수다.
 
추석을 앞두고 김 대표의 집과 사무실이 위치한 경기도 일산에서 그를 만났다. 자신의 일을 ‘특수청소업’(※일반적으론 유물정리업이라고 부른다)이라고 소개한 김 대표는 “명절이면 고독사와 관련된 정리·정돈 요청이 잦아진다. 홀로 지내다 사망한 노부모 등에게 연락했다가 이들의 죽음을 뒤늦게 아는 것”이라며 “고질적인 한국 사회 문제인 고독사를 해결하려면 가족과 이웃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사망 현장 정리를 비롯해 애완동물 사체 수습, 대량 쓰레기 처분까지 매년 100건 안팎의 정리·정돈 작업을 한다. 전체 작업량의 70%가 죽음과 관련돼 있다고 그는 전했다. 대부분의 죽음은 고독사라고 한다.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고독사 이야기로 시작됐다.
 
 
이혼한 뒤 2015년 고독사한 40대 남성의 원룸 벽에서 발견된 문구. 숨지기 5년 전 쓰여졌다. [사진 김완 하드웍스 대표]

이혼한 뒤 2015년 고독사한 40대 남성의 원룸 벽에서 발견된 문구. 숨지기 5년 전 쓰여졌다. [사진 김완 하드웍스 대표]

현장에서 느끼는 고독사는 어떤가.
“고독사는 사회적 이슈가 된 지 오래됐는데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홀로 숨진 지 반년 만에 발견된 노인 변시체가 있던 자리도 최근 정리했다. 젊은이의 고독사도 여럿 봤다. 고독사하는 사람의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는 등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유명인의 고독사도 최근 있었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마광수 전 연세대 교수의 사망 소식을 접한 뒤 심란했다. 마 전 교수는 생전 자신의 작품이 ‘음란성이 있다’는 지적을 수없이 받으며 마음고생을 한 분이다. 주변에서 이런 분들이 느꼈을 고독함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가져줬으면 어땠을까란 안타까움이 들었다.”
 
 
고독사·자살 외에 어떤 죽음이 있나.
“자신의 방문과 창문 틈을 꼼꼼히 청테이프로 봉한 뒤 번개탄 자살을 시도한 분이 계셨다. 무호흡에 따른 고통에 몸부림치다 끝내 돌아가셨는데, 그 고통이 극심했는지 손톱이 부러지도록 바닥을 긁어낸 탓에 자리가 온통 피투성이가 됐더라. 또 화장실에 미끄러져 다쳐 숨지는 허망한 죽음도 있다.”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한 김 대표는 원래 출판 관련 일을 했다. 출판사 직원으로 일했고, 틈틈이 고스트라이터(대필작가)로 글을 썼다. 그러다 2010년께 원고 취재차 일본을 방문하면서 특수청소업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자살·고독사 현장을 정리한 뒤 꼭 연막 소독을 한다. 살균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사진 김완 하드웍스 대표]

그는 자살·고독사 현장을 정리한 뒤 꼭 연막 소독을 한다. 살균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사진 김완 하드웍스 대표]

특수청소업을 한 계기는.
“일본 도쿄의 한 중고시장에 들렀다 고인의 유물·유품을 정리하는 사업이 활발한 사실을 알게 됐다. 평소 정리정돈을 깔끔히 잘하는 성격이라 한국에서 비슷한 일을 하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1~2년간 준비를 거쳐 2012년께 본격적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
 
 
처음엔 쉽지 않았을 텐데.
“사망 현장을 수습할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유물을 정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인이 마지막까지 머물던 자리까지 정리하게 됐다. (번개탄 자살 등) 현장의 참혹함엔 익숙해졌지만 정서적 아픔이 점차 커졌다. 쓸쓸히 떠난 고인이 머물던 자리를 보며 외로움과 공허함이 몰려왔다.”
 
 
트라우마는 어떻게 극복하나.
“현장에서 밴 냄새와 비슷한 향의 음식은 먹기 어렵다. 김치찜·멸치액젓은 건드리지도 못한다. 최근 들어선 피아노 연주를 하며 스스로 감정을 달래기 시작했다. 어릴 적 좋아했던 가수 존 레넌의 ‘오 마이 러브’ 등을 연주하니 마음이 조금씩 안정되더라.”
 
김 대표가 목격한 죽음의 풍경은 다양했다. 특히 자살과 관련해 김 대표는 “어떤 형태의 자살이든 (고인이 생전 바랐던) 평안한 죽음은 없다. 대부분 죽기까지 고통에 시달리다 숨을 거둔다”며 그가 관찰했던 자살의 모습을 정리해 말했다. 이어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이 머물던 자리에선 생전 삶의 의지가 느껴지는 흔적이 있다고 했다.
 
 
최근 김 대표는 지방의 한 주택을 꽉 메운 10t의 대량 쓰레기를 걷어내고자 5t 트럭을 동원했다. [사진 김완 하드웍스 대표]

최근 김 대표는 지방의 한 주택을 꽉 메운 10t의 대량 쓰레기를 걷어내고자 5t 트럭을 동원했다. [사진 김완 하드웍스 대표]

최근 겪은 현장은 어땠나.
“전화로 사망 현장 정리에 드는 비용을 물어본 사람이 얼마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다. 알고 보니 자신이 죽을 장소의 정리·정돈을 미리 내게 부탁한 것이었다. 그와의 통화 내역 때문에 경찰에 불려가 참고인 조사도 받았다. 한 번은 내게 전화를 건 이가 자살 시도를 하려는 낌새가 느껴져 그와 통화하는 중 경찰에 신고해 자살을 막아낸 적도 있었다.”
 
 
죽음에 대한 평소 철학은.
“고인의 마지막 자리를 훑어보면 ‘죽을 만큼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라지 말라’ 같은 표어가 보일 때도 있다. 생전 삶의 의지가 강했지만 끝내 극단적인 결정을 내린 경우다. 그런 선택(자살)이 정답이라는 건 결코 아니다. 다만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심적 고통을 이해하고, 개인의 사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최근 들어 주인에게 방치돼 숨진 동물들의 사체 수습 작업이 대폭 늘었다고 했다. 이른바 애니멀 호딩(자신의 사육 능력을 고려치 않고 무책임하게 많은 동물을 키우는 것)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다. 김 대표가 수습하는 동물 사체는 대부분 고양이다. “강아지처럼 큰 소리를 내지 못해 이웃이 모르는 가운데 조용히 숨을 거둔다”고 한다.
 
 
동물 사체 수습도 사람이 사망한 현장 정리만큼 힘든 일인가.
“원룸에서 주인과 살던 애완동물이 굶어 죽거나 집단 폐사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 동물의 떨어져나간 시신 일부를 찾는 일이 특히 고역스럽다. 꼭 그런 무책임한 동물주들이 단골이 돼 내게 작업을 재요청하더라.”
 
 
또 어떤 작업을 하나.
“집에 쌓아둔 물건을 정리하지 못하는 분이 꽤 있다. 천장 3㎝ 아래까지 온갖 물건과 쓰레기가 꽉 찬 집 안을 ‘헤엄치며’ 정돈한 적도 있다. 이런 경우를 저장강박증(어떤 물건이든지 버리지 못하고 저장해 두는 강박장애)이라고 한다.”
 
 
평소 수입이 궁금하다.
“작업별로 다양하다. 간단한 원룸 정리 정돈엔 20만~50만원(1회)이 든다. 비싸게는 500만원까지 받을 때도 있다. (어떤 경우인가.) 최근 출장 간 지방의 80평짜리 아파트 거실·안방·부엌 곳곳에 쓰레기가 10t 가까이 꽉 찼다. 이를 5t짜리 트럭에 옮겨 싣기까지 한나절이 걸렸고, 많은 인력이 동원됐다. 이런 작업으로 큰돈을 벌기도 하지만 사실 유물정리업은 하향세다. 폐지 줍는 분들과 고물상도 이 일에 뛰어들고 있다. 그래서 사업 수주 경쟁이 심해졌다.”
 
 
남기고 싶은 말은.
“사람과 생명에 대한 애정과 존중심이 효과적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 일본에선 홀로 사는 노인이 매일 아침 사회복지사가 집 문에 붙인 자석을 떼어내도록 하는 식으로 그의 생사를 확인한다고 한다. 몇몇 국가는 동물등록증 미발급 시 강력한 처벌을 한다고 한다. 가족과 이웃에 대한 평소 따뜻한 관심도 중요하다. 특히 명절 땐 소소한 안부를 묻는 전화 한 통이 누군가에게 간절한 관심이고 희망일 수 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S BOX] 고독사 중 15%가 2030 … 공동 주거 방식 도입할 만
고독사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주변의 관심에서 멀어져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이들은 노년·중년층에서 청년층으로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복지재단이 발간한 ‘서울시 고독사 실태 파악 및 지원방안 연구’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서울에서 고독사로 사망한 20대와 30대는 각각 102명, 226명이었다. 전체 고독사 인구(2255명, 연령 불상자 제외)의 15%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청년 고독사가 늘어나는 가장 큰 요인으로 ‘1인 가구 증가’를 꼽았다. 젊은 1인 가구는 취업준비생·사회초년생이 상당수인데, 이 중 수입이 불안정한 이들은 경제적 궁핍에 쉽게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연구위원은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젊은 고독사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사회적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가족이라는 ‘1차 안전망’에서 벗어나게 되면 홀로 감당해야 할 것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진국처럼 체계적인 사회관계망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며 “셰어하우스(일본)·공동체 주택(유럽)처럼 주거 비용을 아끼는 동시에 혼자 사는 데 따른 불안감을 해소하는 공동 주거 방식도 고려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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