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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세] ‘기대수명 49세’ 아프리카 최빈국 차드는 왜 미국에 찍혔을까

‘대체 차드가 어디…?’ 
 
얼마 전 뉴스를 보셨다면 의문을 품으셨을지도 모릅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입국제한ㆍ금지국가를 발표했는데 그 명단에 북한과 함께 ‘차드’라는,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나라가 올랐거든요. 
기존에는 이란ㆍ시리아ㆍ리비아ㆍ예멘ㆍ소말리아ㆍ수단 등 이슬람 6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만 제한했는데, 새로 내놓은 리스트에 북한ㆍ베네수엘라ㆍ차드를 포함한 겁니다. 수단은 빠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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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과 북한이 연일 ‘말 폭탄’을 주고받고 있으니 북한이야 그러려니 하겠습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독재에 가까운 행보를 펼치고 있는 베네수엘라도 최근 미국과 격한 갈등을 빚었죠. 트럼프가 베네수엘라 공무원과 그 직계가족이 미국 땅을 밟지 못하게 한 이유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차드는 대체 어떤 곳이기에 미국에 ‘찍힌’ 걸까요?  
[고보면 모있는 기한 계뉴스] 이번 이야기에서는 ‘아프리카의 죽은 심장’이라 불리는 이 나라가 어떤 곳인지, 그리고 대체 왜 트럼프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끝없는 내전과 장기 독재 아래서 신음하는 아프리카 최빈국
차드 어린이 대부분은 극심한 영양실조를 앓고 있다. [중앙일보]

차드 어린이 대부분은 극심한 영양실조를 앓고 있다. [중앙일보]

 
차드의 정식 명칭은 차드공화국입니다. 아프리카 중북부 내륙 국가로 북으로는 리비아, 동쪽으론 수단, 서쪽으론 니제르ㆍ나이지리아ㆍ카메룬, 남으로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죠.  
 
아프리카에서 다섯 번째로 큰 이 나라의 면적은 한반도의 6배가 넘지만 국토 대부분이 황량한 사막입니다. 세계적으로 아름답기로 손꼽혔던 차드호가 유일한 젖줄이지만 1960년대 이후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하며 90% 이상이 말라버렸습니다. 2030년께는 아예 소멸할 거란 예측까지 나올 정도죠. 
아프리카 중앙에 위치한 차드. [사진=구글 지도 캡처]

아프리카 중앙에 위치한 차드. [사진=구글 지도 캡처]

 
1인당 국민소득은 720달러(2016년 세계은행그룹 자료). 대부분 주민이 극도로 가난하며 아이들은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남성의 기대수명은 49세, 여성의 기대수명은 52세(BBC)에 불과합니다. 
지난해 세계기아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차드의 기아지수는 개발도상국 118개국 중 117위. 꼴찌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아프리카 최빈국을 기록했습니다. '아프리카의 죽은 심장'이라고 불리는 건 이런 이유들 때문이죠.
 
물이 말라가고 있는 차드 호수. [사진=그리드 아렌달 재단 홈페이지]

물이 말라가고 있는 차드 호수. [사진=그리드 아렌달 재단 홈페이지]

희망이 있다면 석유와 금ㆍ우라늄 등 자원이 풍부하다는 건데요.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정치입니다.  
 
역사를 더듬어 보면 이렇습니다. 제국주의가 전 세계를 휩쓸었던 지난 세기, 아프리카 대륙을 착취하던 서구 국가들은 원주민의 종교ㆍ종족ㆍ문화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기들 입맛대로 국경을 나눠버렸습니다.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가 세계 2차 대전 이후 각각 독립하면서 수많은 분쟁을 겪게 된 가장 큰 이유죠.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던 차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960년 독립 이후 대다수 주민이 이슬람교를 믿는 북부와 기독교 및 기타 종교를 믿는 남부의 갈등이 1966년 내전으로까지 번진 거죠.
 
전쟁은 수십 년간 이어지며 미국ㆍ프랑스ㆍ리비아가 개입하는 등 양상이 점점 더 복잡해졌고, 그렇지 않아도 황폐한 차드를 더욱 살기 힘든 곳으로 만들었습니다. 특히 독재자 이센 아브레는 1980년대 집권 당시 정치범 4만여 명을 잔인하게 고문하고 살해해 국제적 비난을 받았죠. 그는 지난해 종신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드리스 데비 차드 대통령 [사진=위키피디아]

이드리스 데비 차드 대통령 [사진=위키피디아]

2010년 6월 정부군과 반군이 평화협정을 맺었지만, 이드리스 데비 대통령이 27년째 장기 집권하고 있어 정국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온 나라에 만연해 있는 부패도 심각한 문제죠.
 
내전의 아픔 다룬 차드 영화 ‘다라트’를 보면…
전쟁이 온 나라를 휩쓸고 지나간 차드 사회의 모습은 어떨까요.
영화 한 편이 이곳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차드 출신 마하마트 살레 하룬 감독의 ‘다라트’라는 작품입니다. 그는 이 영화로 2006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죠.
 
영화 '다라트'

영화 '다라트'

 
내전으로 아버지를 잃은 열여섯 살 소년이 원수에게 복수를 하러 갑니다. 사실 소년은 아버지를 본 적도 없습니다. 할아버지가 ‘복수해야 한다’고 가르쳤기에 무작정 길을 떠난 것뿐이죠. 원수는 빵가게를 운영하며 조용히 살고 있습니다. 소년은 제빵을 배우겠다며 그의 밑에 들어가는데, 이상하게도 점점 그에게서 아버지의 정을 느끼게 되죠.  
 
영화 속 차드의 풍경은 너무나 황량하고, 너무나 가난합니다. 메마른 도시에서 아무에게나 총을 들이밀고 위협하는 사람들, 아무 이유없이 달려들어 소년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의 모습은 사막보다 더 건조하죠.
 
그러나 영화는 그 안에서도 용서와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감독은 복수를 위한 복수를 마침내 끝내려는 소년의 성장을 그리며 내전의 상처를 보듬습니다.
 
암울하고 황폐한 땅에서도 사람들은 살아갑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희망을 일구려 하고 있죠.  
 
트럼프가 차드인 입국 막은 이유 … 테러 정보 안 줘서?
차드 호수를 건너는 사람들. [AP=연합뉴스]

차드 호수를 건너는 사람들. [AP=연합뉴스]

 
이런 나라를, 트럼프는 왜 ‘미국 입국제한ㆍ금지국’으로 지정했을까요.
표면적인 이유는 “테러 단체가 차드 여러 곳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차드 정부는 공공 안전과 테러 관련 정보를 적절히 공유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보코하람ㆍ이슬람국가(IS)ㆍ알카에다 등이 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거죠.  
 
그러나 미 언론과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그렇게 치면, 아프리카의 다른 국가들도 차드와 마찬가지란 겁니다.
 
전략국제연구센터의 리처드 다우니는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 “차드가 (테러 관련)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못했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차드인의 입국을 중단할 정도는 아니며 만족할 만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나라는 차드뿐이 아니다”고 설명합니다. 국제위기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의 리처드 몬크리프 또한 “차드에서 극단주의자의 활동이 있을 거란 징후는 없다”며 “당혹스러운 결정”이라 비판했죠.
 
차드 [중앙일보]

차드 [중앙일보]

 
이들은 오히려 차드가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서 아주 중요한 파트너라고 입을 모읍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차드가 왜 포함됐는지 아무도 확실히 알지 못한다’는 기사에서 “수년 간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차드를 테러와의 전쟁에 있어 좋은 파트너라고 칭찬해 왔다”며 “입국 금지는 차드 국민에게 충격적인 발표다. 차드는 이 지역에서 미국의 대테러 동맹국 중 하나임이 이미 입증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미 랜드 연구소의 마이클 셔킨도 “테러와의 전쟁에서 차드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죠.  
 
실제 미국은 최근 차드의 수도 은자메나에 3억 달러를 들여 새로운 대사관을 짓기도 했습니다. 올 여름에는 미군 주도의 20개국 군사 훈련이 차드에서 실시됐고요. 그러니 이번 결정이 생뚱맞아 보일 수밖에요.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차드를 ‘찍은’ 건, 국내 정치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WP는 “그동안 무슬림 국가들만 입국 금지국에 올랐기 때문에 트럼프는 인종차별을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비이슬람국인 북한과 베네수엘라를 블랙리스트에 올린 이유는 한 마디로 ‘물타기’란 거죠. (북한을 국제적으로 더욱 고립시키기 위한 의도 또한 있고요.) 국민의 절반이 이슬람 아닌 다른 종교를 믿는 차드 또한 완전한 ‘무슬림 국가’라 하기엔 어렵습니다.  
 
NBC 방송은 “미 국무부에 아프리카 전문가들이 부족하며, 많은 주요 직책이 비어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차드는 물론 아프리카 대륙 자체에 미국이 무지하단 얘기죠. 방송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과연 ‘차드인 입국 금지’에 대해 질문을 던졌을 때 제대로 대답해줄 수 있는 사람이 (미 정부에) 있을지 모르겠다”며 의문을 제기합니다.  
 
포린폴리시는 “(국제 관계에 있어) 분명하고 투명한 기준을 갖고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비판했고요.
 
어쨌든 트럼프의 새 행정명령은 10월 18일부터 발효됩니다.  
차드 정부는 “우리나라의 이미지와 양국 간 관계를 심각하게 해치는 결정”이라며 이를 재검토해줄 것을 요청했고요.
미 정부가 이런 호소를 귀담아들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국내외에서 쏟아지는 비판은 새겨 들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차드는 미국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테러단체 보코하람과 맞서는 데 광범위하게 협력하고 있다. (미 정부의 결정은) 테러에 대항하는 최고의 파트너 중 하나를 고립시킬 수 있다.”(N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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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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