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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Mr. 밀리터리] 최강의 압박과 정보작전 돌입 … 시간은 북한 편이 아니다

지금 북한은 인류의 긴 여정 속에서 어느 골짜기에 있는 것일까. 남북한이 얽힌 한반도가 역사의 언덕에서 나아갈 방향은 어딜까. 더 발전할 수 있을까. 아니면 쇠락할까. 김정은을 포함한 3대가 집권한 북한은 인류 발전 과정에서 보면 분명 역사적 오류다. 인류는 인권과 자유, 민주주의라는 중요한 가치를 쟁취하기 위해 수많은 피를 흘렸다. 그러나 북한은 이런 가치를 부정하고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북한이란 역사의 골짜기=북한이 현재 처한 역사 속의 위치는 ‘울 밑에서 선 봉선화’ 신세다. 북한이 핵무기라는 칼을 들고 온 세상을 향해 설치고 있지만 너무나 퇴행적이다. 강도가 흉기를 들고 동네를 휘저으며 폭행을 일삼으면 처음엔 달랜다. 그러나 끝까지 멈추지 않으면 강제로 칼을 뺏고 일정 기간 가둘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런 북한은 애당초 출발이 잘못됐다. 기원전 6세기 고대 아테네에서 시작된 민주주의가 14세기 르네상스에서 다시 싹을 틔워 베스트팔렌조약(1648년)에서 국민과 주권이 강조되기까지는 거의 2000년이 걸렸다. 이후 인간의 이성에 기반한 민주주의는 영국의 명예혁명(1688)과 프랑스 대혁명(1789)을 겪은 뒤 미국에서 꽃을 피웠고 한국에 심어졌다. 이 과정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잘못 해석해 탄생한 게 공산주의다.
 
공산주의는 러시아에서 만들어져 중국과 북한 등으로 전수됐다. 이 공산주의는 1991년 소련의 해체로 체제의 실패가 증명됐고 대부분 공산국가들이 체제를 바꾸어 개방했다. 그러나 북한에는 폐쇄식 왕조형 공산주의로 뿌리를 내렸다. 말하자면 북한 체제는 잘못된 공산주의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21세기에 성취한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골짜기로 가버린 것이다. 현 체제로는 도저히 돌아올 수 없는 상태다. 그래서 북한은 처량한 신세다. 그렇다고 역사를 되돌려 한반도를 북한의 김정은 식으로 바꿀 수도 없는 일이다.
 
50년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한 한국전쟁은 이런 역사적 과정에서 생긴 이념전쟁이었고 그 후유증이 숙제로 남았다. 북한이 먼 길이었지만 돌아오면 다행이다. 국제사회는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 핵이 1차적으론 우리의 문제이지만 크게 보면 인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가 끝까지 돌아서지 않으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국제적으로 강제 제거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처리 과정이 잘되면 북한 주민 삶의 정상화는 물론 한반도 전체가 어둠의 골짜기에서 빠져나와 크게 발전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정부의 우왕좌왕하는 행태가 국제사회의 조치와 엇갈리면 한반도는 오랫동안 깊은 골짜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심각한 고통을 겪을 수도 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역사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대 압박과 심리전=지금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운전대는 사실상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쥐고 있다. 문 대통령이 운전석론을 주장했지만 북핵은 이미 국제문제로 됐고 한국이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준을 넘어선 게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옵션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외교·경제적인 압박이고 그 다음은 군사조치다. 첫 번째 옵션에서 외교적인 압박은 상황이 거의 종료됐다. 운전대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에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으로 넘어간 셈이다. 지난 26일 미 재무부의 행정명령으로 집행이 시작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에는 북한의 농업개발은행을 비롯한 북한 은행 8곳과 이들 은행의 해외지점에 근무하는 인원 26명이 제재 명단에 올랐다. 미국은 제재 대상이 된 북한의 은행과 직원들을 돕는 외국 은행이나 기관에 대해선 거래를 끊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으로선 북한에 1달러도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한다는 생각이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미국의 경제제재가 제대로 이뤄지면 북한이 연간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100억 달러의 절반은 차단할 수 있다”며 “북한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고 말했다. 조 부소장은 “외환 결제가 어려워지고 북한에 유입되는 물자가 감소하면 장마당 물가가 폭등한다”면서 “그에 따른 주민의 불만이 북한 당국으로 돌아갈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다 달러가 부족한 북한 당국이 주민의 호주머니에서 달러를 뺏으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북한 내에선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따른 국제적 압력이 생활의 불편으로 벌써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북한 주민의 불만이 김정은을 향하는 현상이 있다고 조 부소장은 전했다.
 
이러한 북한 주민의 불만에다 기름을 붓는 게 대북심리전이다. 미국과 영국이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핵심 내용은 외부 세상의 정보를 단절된 북한에 유입시키는 것이다. 미 의회는 한국의 TV 프로그램과 영화 등의 콘텐트가 저장된 USB 장치와 마이크로 SD카드, 음성 및 영상 재생장치 등을 북한에 보내는 것을 지원하는 북한인권법도 통과시켰다. 또한 영국 BBC방송은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라디오 뉴스를 지난 25일 처음 송출했다. 이러한 심리전은 미국의 정보작전(IO: Information Operations)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전 때 5000만 장의 전단을 이라크 전역에 뿌렸지만 지금은 전단 외에도 USB 등으로 북한 주민의 실생활에 다가가는 것이다.
 
#자유와 민주주의=미국의 대북 경제제재와 정보작전은 군사적 조치에 앞선 일종의 여건 조성이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올 때 어미 닭이 밖에서 쪼고 병아리가 안에서 쪼는 일종의 줄탁동기(啐啄同機)인 셈이다. 북한 내부에서 주민의 불만이 가득할 때 가벼운 군사조치로도 북한을 변화시키거나 핵을 포기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조치에 집중할 수 있는 국제여건도 안정된 상태다. 시리아가 휴전했고 이란의 핵 문제는 일단 진정됐다. 이라크에서 준동하던 이슬람국가(IS)의 근거지인 모술을 미군이 점령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안정화를 위해 3000명의 병력을 증파하기로 했다. 중동이 안정된 것은 수십년 만에 처음이다. 따라서 미국의 모든 에너지를 북한 핵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은 여러 가지 군사옵션을 검토했다고 보도됐다. 그 가운데 하나가 미국의 독자적인 대북 군사제재이고 지난주 B-1B 전략폭격기를 북한 쪽 동해상까지 올려보내 예행 연습을 했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 군사조치가 전면전까진 가지 않겠지만 한반도의 운명은 알 수 없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 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치밀한 대응과 어려움을 감수할 수 있는 국민의 마음가짐이다. 역사와 시간은 북한 편이 아니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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