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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2035] 이제 담백하게 살래요

이 현 사회 2부 기자

이 현 사회 2부 기자

얼굴도 모르는 그녀는 저기 남쪽 끝 시골 마을에 사는 ‘독거 청년’이다. 요즘 시골 마을에는 혼자 살던 노인이 요양원에 들어가는 등의 이유로 빈집이 많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폐가처럼 두는 것보다 누구라도 들어와 사는 게 낫기 때문에 집을 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집 안 곳곳을 손보고 텃밭을 일구며 ‘돈 없이도’ 잘살고 있다. 친구의 친구 이야기다. 허름한 나무 밥상도 직접 만든 것이라 무릎으로 툭 건드리니 기우뚱 무너지더라고 했다. 처음엔 웃음이 났는데 ‘돈 없이도 살 수 있다’는 그녀의 인생관이 곱씹을수록 진지하다.
 
“급여는 적은데 집세는 비싸고, 장시간 노동과 상사의 괴롭힘에 한창 신나게 일해야 할 시기의 사람들이 우울증에 걸린다. 도로와 지하철뿐 아니라 어린이집도 포화 상태라 아이를 맡길 수가 없으니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한다.”『시골 빈집에서 행복을 찾다』의 저자 이케다 하야토가 본 도쿄의 모습이다. 서울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이케다는 “주거비·보육비·교통비를 충당하고자 오직 돈만을 위해 일하는 기계”처럼 살기 싫어 2년 전 시코쿠 지방의 마을로 이주했다. 시골에서는 별채와 논밭이 딸린 빈집을 1년에 1만 엔, 재산세 정도만 내면 빌릴 수 있다. 규칙적으로 출퇴근하는 ‘괜찮은 직장’은 적지만 수확철 아르바이트, 빈집 활용한 게스트하우스 운영, 지역 비영리단체 임시직 같은 일자리는 구하기 어렵지 않다. 정년퇴직 후 여유로운 생활을 꿈꾸며 이주한 고령자보다 젊은이들이 마을 사람과도 쉽게 어울린다고 한다.
 
지난 월요일 아침, 포털사이트 ‘직장인’의 인기검색어 1위는 화제의 연예인도 날씨도 아닌 ‘사직서 쓰는 법’이었다. 최근 ‘퇴사 열풍’에는 이나가키 에미코의 책 『퇴사하겠습니다』도 한몫했다. 30년 가까이 아사히신문 기자로 일한 이나가키는 만 50세인 지난해 사표를 냈다. 월급을 버리고 시간과 자유를 택했다. 충동적인 결정이 아니라 10년 동안 준비한 사표였다. 툭하면 “헤어질 거야”를 되뇌는 친구가 애인과 헤어지는 걸 본 적이 없듯, “이놈의 회사 때려 치워?”를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은 의외로 오래 다닌다. 사직서를 던지는 사람은 이나가키처럼 차분히 준비하고 실행에 옮긴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실제로 그의 책을 감명 깊게 읽고 장기적인 퇴사 준비를 시작한 경우도 있다.
 
윗세대가 ‘열심히 살면 조금 더 가질 수 있고 조금 더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살았다면, 우리 세대 중에는 벌써부터 ‘버리는 연습’을 시작한 이들이 있다. ‘고생 끝에 오는 행복’이 신기루인 시대라는 걸 어렴풋이 예감하기에.
 
이 현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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